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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형사처벌 대상이야!"…모녀의 기프티콘 전쟁

  • 2026.02.23(월) 07:33

<엄마와 딸의 마음이 반짝이는 경제에세이> #7

"엄마는 헌법 제14조 '양심 없음'으로 형사처벌 대상이야!"

소영이가 씩씩거리며 외쳤다. 순간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도대체 저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걸까?(참고로 헌법 14조는 '거주·이전의 자유'다. 양심의 자유는 19조이지만, 아이의 기세에 조항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소영아, 엄마가 양심이 없어서 감옥에 가야 한다면, 너도 진작에 갔어야 해. 포토카드 사주면 숙제한다고 해놓고, 안 한 적이 많았잖아? 그게 바로 '채무불이행'이야"

채무불이행이라는 말이 아이에게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소영이가 헌법 이야기까지 하니, 나도 밀릴 수 없었다. 나는 빌린 돈을 갚지 않거나, 약속한 일을 하지 않으면 그게 채무불이행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러자 소영이는 곧바로 항변했다.

"엄마 친구가 보내 준 기프티콘은 내 선물이라며! 그럼 내 건데 왜 엄마가 안 줘?"

사건의 발단은 올리브영 기프티콘이었다. 아이를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기프티콘 전송을 미뤘더니 아이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방금 양심 불량 선고를 받은 터라, 차라리 더 몰아붙이기로 했다.

"소유권은 엄마한테 있어. 엄마 친구는 소영이가 아니라 엄마를 보고 보낸 거니까. 엄마가 너한테 증여를 완료해야 네 소유가 되는 거지"

조금 무리한 논리라는 걸 알면서도 설명을 이어가자, 소영이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동안 사달라고 했던 포토카드와 가방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어차피 너 혼자서는 매장에 가서 쓰지도 못하잖아. 기프티콘은 유효기간이 지나면 소멸해. 손해를 보느니 엄마가 관리해 줄게. 이건 오히려 '리스크 관리비용'을 받아야 할 일인데? 대신 네가 숙제를 끝내면 엄마가 기프티콘을 보내줄게. 먼저 네 채무를 이행해"

억울한 표정으로 소영이는 갑자기 책을 펴더니 무서운 기세로 숙제를 시작했다. 밤 10시, 꾸벅꾸벅 졸면서도 끝내 숙제를 마친 소영이가 책을 덮으며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숙제 다 했어! 이제 엄마가 약속을 이행할 차례야"

대견한 마음이 들어 기프티콘을 전송하려는데, 소영이가 갑자기 손을 가로저으며 역으로 제안했다.

"아니, 잠깐만! 생각해 보니 나 얼마 전에 립글로스를 사서 지금은 올리브영에 갈 필요가 없어. 대신 다이소 1만원, 인형뽑기 1만원권으로 바꿔줘. 잘 생각하면 이게 더 엄마한테 이득일거야. 기프티콘은 엄마 필요한 거 사는 데 써"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실익을 따져 상품을 교환하자는 딸의 영악한 꾀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숙제를 시켰다는 뿌듯함은 사라지고,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밀린 기분이었다.

"소영아, 혹시 학교에 양심을 두고 온 건 아니지? 내일 집에 올 때는 양심도 꼭 챙겨오길 바란다"

비록 엄마의 완승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기프티콘 한 장을 놓고 벌인 이 치열한 공방을 통해 아이는 계약의 이행과 자산의 효용을 몸소 배웠을 것이다. 물론, 그 깨달음의 유효기간이 다음 날 숙제 시간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말이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경제] 기프티콘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기프티콘은 물건이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예요.
그래서 법에서는 처음에는 기프티콘을 산 사람이
그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봐요.

하지만 기프티콘을 누군가에게 보내면
그 사람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돼요.

그래서 기프티콘을 받은 사람이
이용권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엄마의 친구가 엄마에게 기프티콘을 주면서
"이건 소영이 크리스마스 선물이야"라고 말했다면 상황은 달라져요.

엄마가 받았기 때문에, 엄마가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어요.
엄마가 기프티콘 이용권을 소영이에게 넘겨줘야
소영이에게 이용권이 생기는 거예요.

여기서 나오는 용어들이 어렵죠?

◎ 계약
서로 "이렇게 하자"고 약속하는 것이에요. 약속에는 지켜야 할 조건이 들어 있어요.

◎ 채무불이행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말해요. 돈을 갚지 않거나, 숙제를 하기로 하고 안 하는 것도 포함돼요.

◎ 소유권
물건이 누구 것인지 정해주는 권리예요. 내 것이라면 내가 쓰거나 줄 수 있어요.

◎ 이용권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해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는 것은 이용권을 받은 거예요. 책의 소유권은 학교에 있어요.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했다면, 나는 소유권이 아니라 이용권을 가진 거예요. 

◎ 증여
물건이나 돈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일이에요. "이제 네 거야"라고 줘야 진짜 내 것이 돼요.

◎ 효용(쓸모)
그 물건이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말해요. 지금 필요 없는 물건은 쓸모가 적을 수도 있어요.

◎ 리스크 관리(위험관리)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이에요.

기프티콘은 날짜가 지나면 쓸 수 없어요.
그래서 잊어버리지 않도록 엄마가 미리 챙겨두는 것이 리스크 관리예요.

보험은 대표적인 리스크 관리예요.
매달 돈을 조금씩 내면 나중에 아파서 병원비가 많이 필요할 때
그 돈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이렇게 미리 내는 보험료를 리스크 관리 비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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