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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발로 뛰는 국세청…대통령 주문에도 체납 늘었다

  • 2026.04.06(월) 11:01

지난해 '국세 체납액 정리 현황' 분석해보니

2025년 11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세청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세외수입(조세 외 수입) 관리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조세 정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세외수입뿐 아니라 체납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 체납 정리는 현 정부의 재정 확보와 직결된 핵심 과제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펴낸 공약집을 보면, 전체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정은 약 210조원이다. 체납 정리를 통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성남 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체납 정리 성과를 거둔 경험도 이런 인식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통령 발언 시점과는 별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세청이 마주한 과제는 분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체납 정리 성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지난해 국세 누계 체납액은 114조원을 넘기며, 전년보다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전국 133개 세무서의 체납액 현황을 분석해 봤다.

2025년 말 누계 체납액은 114조969억원으로, 이는 역대 최대치다. 이 중 80%(91조6227억원)가 정리 보류 금액인데, 사실상 ‘징수를 포기한 세금’으로 불린다. 누계 체납액은 2021년 99조8607억원에서 2022년(102조5140억원) 100조원을 넘어선 뒤 2023년 106조597억원, 2024년 110조731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세가 뚜렷하다. 

택스워치가 국세청의 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세무서 단위로 정리 대상 체납액(현금정리+정리중체납+정리보류)이 가장 많은 곳은 평택세무서였다. 체납액은 1조원(1조257억원)을 넘겼다. 

부촌이 많은 서울 강남의 세무서들이 상위권에 속했다. 체납발생액이 가장 많은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세무서 상위 10곳 가운데 5곳(삼성·강남·서초·역삼·반포세무서)이 강남 지역이었다. 5개 세무서가 서울 전체(28개) 세무서 합계(11조835억원)의 35%를 차지한다. 특히 삼성·강남세무서(각각 9636억원·9576억원) 내 정리 대상 체납액은 1조원에 가까웠다. 

체납 잘 걷는 세무서, 지방에 몰렸다

전국 133개 세무서 중 정리 대상 체납액을 가장 많이 줄인 세무서는 어디일까. 체납액 정리 실적의 분석 지표로는, '정리 대상 체납액에서 현금 정리액을 나눈 비율(이하 정리율)'을 썼다. 

정리율이 가장 높은 곳은 영월세무서였다. 정리 대상 체납액 289억원 중 140억원을 현금 징수하며 48.4%의 정리율을 보였다. 올해 초 택스워치 분석(참고기사: 전국 세무서 133곳 체납 성적표…'반포' 웃고, '구로' 울었다)에서, 영월서는 2024년에도 전국 1위를 기록했다. 

2위 삼척(39.9%), 3위 영주(39.9%), 4위 중부산(39.5%), 5위 여수(39.5%)였다. 정리율 상위 20곳으로 범위를 넓히면, 대부분 지방 세무서(17곳)에 집중돼 있다. 

다만 정리율만으로 체납관리 역량을 가늠하기는 무리가 있다. 체납 정리는 개별 세무서 내 자율적인 구조보다, 시스템에 따라 운영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특정 세무서의 실적이 높게 나타나는 것도 고액 체납이 일시적으로 정리된 영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역삼세무서는 지난해 약 700억원 규모의 상속세 체납(도곡동 나대지)이 한 번에 정리되면서, 내부 평가 기준에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정리액은 3037억원으로, 영월서(140억원)의 약 22배에 달한다. 

남대문 13%, 정리율 최저…이유는 있다

하위 20곳을 살펴보면, 정리율이 가장 낮은 곳은 남대문세무서(13.0%)였다. 정리 대상 체납액 2980억원 중 386억원만 현금으로 징수했다. 하위 5위권 세무서(동안산·세종·남부천·금천세무서)들이 20%대 초반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정리율이 낮은 세무서는 나름의 구조적 사정이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료상이 많은 지역은 체납 정리 실적이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폐업하는 '자료상' 체납은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체납액 규모가 큰 탓인지, 하위권에는 수도권 세무서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하위 20곳 가운데 서울이 7곳(남대문·금천·관악·서초·성북·중랑·서대문), 경기 4곳(동안산·남부천·분당·시흥), 인천 3곳(서인천·연수·남동)으로 수도권이 14곳을 차지했다. 

이들 세무서 중 상당수는 작은 법인과 개인사업자가 많아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는 점도, 체납 정리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발로 뛰고, 일본은 AI로…극과 극 체납 관리

한국과 일본의 체납 관리 방식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본은 AI(인공지능)로 체납자의 상황을 분석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인력 중심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5년 조세행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체납자의 과거 연락 기록, 신고 데이터, 업종 등을 AI로 분석한다. 이를 근거로 가장 효과적인 접촉 방법(전화·방문·우편 등)을 예측한다. 2023년 현재, 58개국(OECD 회원국 포함)의 과세관청 중 69%는 위험 분석에 AI(머신러닝 포함) 기술을 쓰고 있다. 

한국 국세청은 '민간 인력(국세 체납관리단)'을 중심으로 체납관리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 5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500명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이들 인력은 독촉이나 압류·수색 등 강제적인 행정행위를 수행할 수 없어, 징수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세외수입 실태확인원 7000명도 합치면 무려 1만명 가까운 인력이 체납 관리에 투입되는 셈이다. 

국세청 설명대로 월 급여를 180만원 수준으로 잡으면, 3000명(국세 체납관리단)을 운영할 때 단순 인건비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징수보다 체납자 실태 파악 등 '관리' 기능에 무게가 실린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혈세를 투입하는 방식보다 AI 기반 체납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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