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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가족 소송 끝내려다…조정조서 '증여'의 후폭풍

  • 2026.03.23(월) 07:00

그냥…이쯤에서 끝내자

아버지와의 소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허 씨는 이 싸움이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습니다.

아버지는 지방에서 사업을 하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었고, 허 씨 역시 그 곁에서 자랐습니다.

문제의 시작은 아버지가 재혼하면서부터였습니다.

새어머니가 들어오며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고, 아버지의 재산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허 씨가 그중에서도 가장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던 낡은 상가 옆 땅이었습니다.

그 땅은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어릴 적 살던 집이 있었던 자리는 나중엔 아버지 공장의 창고와 공터로 사용 하고 있었어요. 허 씨는 자연스럽게 그 땅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산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명의만 허 씨 앞으로 해놓은 것이라며 땅의 실제 소유자는 자신이라고 화를 내셨죠. 그 땅을 양도해 받은 돈 10억원 역시 아버지 몫이라며 돌려달라고 했어요.

새로운 사람과 다시 시작한 아버지의 삶을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그 땅까지 제 몫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행동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아버지와의 갈등은 소송으로 이어졌어요.

#조정실에서 쓰인 한 줄
"아버지 건강도 안 좋으신데, 그만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죠"

아버지는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해당 토지는 아버지 소유이고, 허 씨가 받은 양도대금 10억원은 부당이득이니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심 결과는 아버지의 승소였습니다. 허 씨는 항소했고, 지지부진한 재판은 계속됐습니다. 

그 무렵, 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고 주변에서는 '아버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 들렸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 대신 조정을 권했습니다. 허 씨 역시 더 이상 재판을 이어가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고, 조정에 합의했습니다. 

조정조서에는 서로 더 이상 다투지 않고 소송을 모두 포기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습니다.

그날, 가족 간 소송은 그렇게 마무리됐고 허 씨는 그때 정말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여보, 당신 앞으로 우편물 왔던데. 국세청에서 왔어"
"이게 무슨 얘기야?"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간은 흘렀고, 그 일은 오래된 가족사로 묻히는 듯했어요.

하지만 국세청은 허 씨가 땅 양도금액을 사전증여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10억원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해 다시 고지했습니다. 

국세청은 허 씨가 아버지와 작성한 조정조서에 "아버지는 허 씨에게 해당 금액을 증여한 사실을 확인한다"는 한 줄을 그 증거로 제시했는데요. 그 한 줄로 증여를 인정했다는 것이 명확하다는 것이었어요.

세법에 따르면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이 증여받은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하기 때문에, 양도대금 10억원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해야 한다는 논리였죠. 

허 씨는 이미 과거에 낸 증여세 약 5억원에 더해, 4억원이 넘는 상속세가 추가로 고지됐습니다.

#다시 찾은 국세청
"가족 소송을 끝내기 위한 정리였지, 증여받은 게 아니에요"
"조정조서에 명확히 '증여'라고 써 있기 때문에 사전증여가 맞습니다"

허 씨는 국세청 심사청구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 땅은 돌아가신 친어머니의 유산이었고, 조정은 소송을 없던 일로 하자는 취지였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조정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 문서이고, 이미 성립한 조세채무는 당사자들이 뒤늦게 합의해도 없앨 수 없다고 봤습니다.

결국 해당 금액은 사전증여재산으로 인정됐고, 상속세 부과는 정당하다고 결정했습니다. 

다만 과세가 상당 기간 지연된 점을 고려해, 허 씨는  납부불성실가산세 일부만 면제받을 수 있었습니다.

◆절세Tip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이 증여받은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한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작성된 조정조서라도 그 내용이 '증여'로 확인되면 과세의 근거가 되며, 당사자들이 사후에 이를 없던 일로 합의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조세채무는 소급해 소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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