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묶여 있던 땅인데요…

오래 전, 김 씨는 도시 외곽의 논을 샀습니다. 당시에는 언젠가 값이 오를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지만, 곧 삶은 바빠졌고 땅은 기억 속에서 멀어졌습니다.
김 씨가 산 땅은 농지였는데요. 용도대로라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었죠.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이 달라졌습니다. 도시가 커지면서 땅은 주거지역으로 편입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부지로 지정됐습니다.
김 씨로서는 땅에 건물을 짓는다거나 뭔가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공공계획 때문에 쉽지 않았고 그렇다고 마음 편히 처분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땅은 수십 년을 애매한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공공시설 지정이 해제됐고, 김 씨는 더 늦기 전에 땅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이 끝났다는 마음에 김 씨는 후련하게 땅을 양도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매각 뒤에 시작됐어요.
#생각과 달랐던 세금
"세율이 55%라고요? 활용도 못한 땅인데 세금이 너무 많아요"
"이 땅은 농지인데, 농사는 지을 수 있었잖습니까?"
양도소득세를 신고한 후, 김 씨는 생각보다 많은 세금에 당황했습니다. 양도한 땅이 비사업용 토지로 분류되면서 중과세율이 적용돼 양도차익의 55%를 세금으로 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쉽게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수십 년 간 공공시설 부지로 묶여 있었는데, 이 땅을 일반적인 토지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세무대리인과 논의 끝에, 국세청에 더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진행했습니다.
김 씨는 처음 취득할 당시 그 땅은 농지였지만, 이후 도시지역으로 편입됐고 공공시설 부지로 지정되면서 건축이나 개발행위가 사실상 어렵게 됐기 때문에 비사업용 토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의 세무대리인은 세법상 도시지역 안 농지 규정도 함께 들었습니다. 소득세법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중과세를 하되, 토지 취득 후 법률에 따른 사용금지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를 인정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김 씨 측은 이 법령 내용을 들어, 공공계획 때문에 사업에 사용하지 못한 기간은 사업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국세청은 땅이 공공시설 부지 지정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세법상 '법령에 따른 사용금지 또는 제한'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원래 그 땅은 처음부터 농지였고, 공공시설 부지로 지정된 이후에도 농작물 경작 자체가 금지된 적은 없었다며 경정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경작까지 막힌 '아무것도 못하는 땅'은 아니었다는 거죠.
#기다림의 대가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는 땅이었는데…"
"본래 용도가 농지이고, 농지 사용을 제한한 적은 없습니다"
국세청의 경정청구 거부처분에 김 씨는 조세심판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심판원의 판단도 국세청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건 쟁점은 김 씨가 그 땅을 실제로 경작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심판원은 김 씨가 땅을 취득한 이후 양도할 때까지 농지로 직접 사용하려는 뚜렷한 시도나 노력이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실제 경작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국세청의 과세는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김 씨는 수십 년을 기다린 끝에 처분한 땅이었지만, 세법은 김 씨가 땅을 사용 '못한' 것이 아닌 사용 '안 한' 것으로 봤습니다. 결국 김 씨는 양도차익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했습니다.
◆절세Tip
비사업용 토지 여부는 단순히 개발 제한 여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법령에 따라 토지의 본래 용도 자체가 금지되거나 제한된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된다. 특히 농지의 경우 경작 가능 여부와 실제 자경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