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끝나지 않은 전쟁…기업에게 날아든 비용 청구서

  • 2026.04.06(월) 07:50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지난 2월 28일 토요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으로 상황은 전쟁 국면으로 들어갔다. 필자는 지난 3월 4일 첫 기고에서 이를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복합 리스크'로 보아야 한다고 썼다. 다음 5일에는 이 사태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구조 변화의 신호라고 짚었고, 이어 19일에는 이미 한국의 통관과 공급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2주가 더 지난 지금, 기업 실무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짚어봤다.

중동 전쟁 한 달, 기름값은 뛰고 환율은 치솟고 있다. 이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 비용은 누가 떠안는가"

불안한 국제 정세가 저절로 비용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결국 누군가는 그 부담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대개 기업의 장부와 가계의 지갑으로 흘러들어온다.

최근 한 제조기업 CFO가 "기름값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부족해졌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이 지금 상황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기름값이 올랐다는 뉴스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여파가 회사의 돈 흐름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중견 화학기업은 나프타 기반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자 원재료 가격이 뛰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환율까지 급등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같은 물건을 같은 양만큼 들여와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해졌다. 여기에 운송비까지 오르자 실제 부담은 더 커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은 물건을 사올 때 들어가는 비용이 올랐다고 해서, 자기가 파는 제품 가격을 곧바로 올릴 수 없다. 결국 남는 이익은 줄고, 회사 안에 있어야 할 현금은 빠듯해진다.

지금 많은 기업이 바로 이 현실을 겪고 있다. 뉴스에서는 전쟁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비용 증가와 자금 압박이 먼저 느껴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첫째, 유가는 물건을 만들고 옮기는 비용을 끌어올린다. 에너지 비용이 오르고, 원재료 값이 뛰고, 운송비도 흔들린다.

둘째, 환율은 같은 거래의 부담 크기를 바꾼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환율이 오르면 실제로 준비해야 할 돈은 훨씬 커진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면, 문제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다. 기업의 자금 계획 전체가 흔들리는 문제로 번진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복합적 부담은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한 수입업체는 이미 계약한 물량을 취소하지 못한 채, 높아진 환율과 운임을 그대로 떠안고 결제해야 했다. 결과는 뻔하다. 이익은 줄고, 사업을 굴리기 위해 미리 넣어야 할 돈은 더 많아진다.

기업이 흔히 놓치는 지점은 여기다. 이 상황을 그저 '잠깐 가격이 오른 것'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한 흐름이 이어진다.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가 오르고, 물건을 들여오는 가격도 올라간다. 그에 따라 세금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환율까지 오르면 결제에 필요한 돈이 더 늘어나고, 부족한 자금을 메우는 금융비용도 따라 붙는다.

즉, 지금의 위기는 한 가지 문제가 아니다. 여러 부담이 한꺼번에 겹쳐지는 위기다. 그렇다면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첫째, 이제는 물건값만 볼 것이 아니라 총비용으로 판단해야 한다. 원재료 값, 운송비, 세금, 환율 부담을 따로따로 보면 실제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 하나로 합쳐서 봐야 비로소 얼마가 드는지 알 수 있다.

둘째, 계약 내용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가격만 볼 일이 아니다. 운송비와 보험료를 누가 부담하는지, 비용이 어디까지 누구 몫인지 따져봐야 한다. 같은 거래라도 계약 구조에 따라 실제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셋째, 통관도 더 이상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언제 들여오고 어떤 방식으로 신고하느냐에 따라, 돈이 빠져나가는 시점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관세는 단순히 내고 끝나는 세금이 아니라, 회사의 현금 흐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다.

넷째, 외환 대응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환율을 정확히 맞히는 것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환율이 오르더라도 충격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결제 시점을 나누거나 결제 방식을 조정해 부담을 줄이고 있다.

기업 내부구조 점검, 위기 극복의 핵심

같은 전쟁, 같은 환율, 같은 유가 속에서도 어떤 기업은 더 크게 흔들리고, 어떤 기업은 상대적으로 버텨낸다. 차이는 외부 상황이 아니라 내부 구조에서 갈린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 위기가 언제 끝나는가'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질문은 '우리 회사가 이 구조를 계속 감당할 수 있는가'다.

전쟁은 뉴스로 시작되지만, 기업에는 비용으로 남고, 가계에는 물가로 남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전망이 아니다. 비용이 어디서 늘어나고 있는지, 돈이 어디에서 막히고 있는지, 그 구조를 다시 점검하는 일이다.

기름값과 환율은 더 이상 멀리 있는 국제 뉴스가 아니다. 이제는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이고, 우리 일상생활의 부담을 바꾸는 현실이다.

리스크는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정확히 이해하고, 미리 점검하고, 구조를 바꿔 관리해야 한다.

이번 위기가 남긴 가장 큰 교훈도 여기에 있다. 세상이 흔들릴 때 끝내 비용을 떠안는 쪽은, 준비하지 않은 사람과 준비하지 않은 기업이라는 점이다.

☞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현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공급망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