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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친구 부탁에 도장 한 번…끝내 수억 세금으로 돌아왔다

  • 2025.10.17(금) 07:00

남편 지인이라고 쉽게 믿어버린 게 잘못이었죠.

박 씨는 지방의료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였습니다.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고 피곤에 지쳐 퇴근한 그녀를 남편은 늘 그렇듯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집에는 남편 혼자만이 아니었는데요. 

남편이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김 씨가 함께 있었어요. 김 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녀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요양병원을 지을 땅을 사려는데, 사정이 있어 본인 이름으로는 계약을 못하니 도와달라는 이야기였어요. 

김 씨가 매입하려는 땅은 2000평에 달했습니다. 수십억이 오가는 매매 계약서에 본인 이름으로 서명을 해야한다니, 박 씨는 덜컥 겁이 나 제안을 거절했죠. 그러자 남편은 병원이 세워지면 본인이 사무장으로 합류하기로 했다며 박 씨를 설득했어요. 

명의만 빌려주면 대출 이자를 비롯한 모든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박 씨는 그 땅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박 씨는 그렇게 2000평 땅과 건물을 매입하고, 그 땅을 담보로 대출까지 실행했습니다. 은행 서류에도 채무자는 박 씨로 기록돼 있었죠. 이후 그 땅은 순차적으로 지분을 매각했는데요. 서류상으로는 박 씨가 병원 부지를 사고 파는 모든 절차를 거친 셈이었습니다.

국세청은 땅이 양도됐지만 세금 신고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박 씨에게 양도세를 고지했습니다. 고지서를 받아든 박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남편에게 어떻게 된 건지 묻자, 남편은 김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만 답했습니다.

#종이 위의 주인
"실질적으로 계약을 한 사람은 김 씨예요. 양도대금도 제 통장에 들어온 적 없어요."
"취득, 양도, 소유권 이전 모두 서류상 박 씨 이름으로 진행됐습니다."

박씨는 곧바로 국세청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그 땅을 실질적으로 관리한 사람은 김 씨라며,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박 씨는 그 증거로 땅을 담보로 한 대출금이 박 씨 계좌에 입금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어요. 땅 양도대금 전액은 실사업자인 김 씨 대출금 상환에 사용했는데, 매수자가 곧바로 채권자인 김 씨 형제들 계좌로 직접 입금한 내역을 제출했죠.

김 씨 형제들이 수년간 박 씨 이름으로 된 대출 이자를 부담한 내역도 제출했습니다. 대출금은 박 씨와는 관련이 없다는 증빙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채권자였던 병원 리모델링 사업자의 사실확인서, 김 씨와 작성한 채권양수도 계약서, 김 씨가 발행한 백지어음도 냈어요. 

특히 박 씨는 남편이 김 씨에게 수차례 '양도소득세를 내라'고 요구했던 문자메시지가 있다며, 그 역시 실제 계약자가 자신이 아닌 김 씨라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세무조사 결과는
"재조사를 해보니, 박 씨가 명의만 빌려줬다고 보기에는 객관적 증빙이 부족합니다."
"제게 입금된 돈이 없다는 걸 확인했잖아요. 인정할 수 없어요."

국세청은 박 씨가 제출한 각종 자료를 토대로 다시 조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세청은 매수인이 채권자 계좌로 곧장 돈을 보낸 건 단순히 계약 특약에 따른 지급 방식일 뿐, 양도대금이 박 씨에게 귀속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박 씨가 제출한 사실확인서와 문자메시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세청은 이해관계자들의 일방적 진술일 수 있고, 객관적 증빙으로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어요. 게다가 정작 실질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김 씨와 그 형제들은 연락이 두절돼, 교차검증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도 과세 근거로 들었습니다.

박 씨는 마지막으로 조세심판원을 찾아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심판원의 벽은 높았습니다.

심판원은 "부동산 등기에 이름이 올라 있으면 소유권 취득이 추정된다"며 "실질 소유자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면, 객관적인 증거를 납세자가 제시해야 하는데 그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즉, 아무리 남편과 지인이 부탁해 서류상 이름을 빌려준 것이라 해도, 등기·대출·양도 모두 박 씨 이름으로 이뤄진 이상 납세의무는 박 씨에게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결국 박 씨의 청구는 기각됐고, 박 씨는 만지지도 못한 돈에 대한 거액의 세금을 내야만 했습니다. 

◆절세Tip
세법은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형식이 아니라 실제 소유자를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명의신탁을 주장하려면  이를 입증할 책임은 납세자에게 있다. 단순한 확인서나 문자, 애매한 자금흐름만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부동산의 취득·양도·대출이 모두 명의자 이름으로 이루어졌다면, 특별한 증거가 없는 한 명의자가 납세의무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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