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오래된 집
"동생아, 이렇게 떠나게 돼서 미안. 부모님 잘 부탁해"
"일단 오빠 문제부터 해결해. 엄마, 아빠는 걱정마"
김 씨와 부모님은 30년 넘게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그 집은 두 분이 결혼 직후 마련한 첫 보금자리였고, 자녀들을 키우고 며느리와 손주를 맞이하던 공간이기도 했죠.
세월이 흐르면서 집은 점점 낡아갔고, 이 오랜 아파트는 재건축 결정이 났습니다. 김 씨 가족과 부모님은 아파트가 다시 지어질 동안 살 집을 마련해야 했는데요. 김 씨 어머니는 인근에 새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고 부모님, 김 씨 부부, 아이들과 함께 이사했습니다.

부모님의 첫 집을 다시 지어야 할 만큼 시간이 흐르면서, 두 분의 건강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여든이 넘은 아버지는 인공관절 수술 이후 제대로 걷기 어려웠고, 어머니는 자가면역 질환 때문에 휠체어 없이는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아지셨거든요.
게다가 이 무렵, 김 씨도 잘 나가던 사업에 큰 문제가 생기면서 화목했던 가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여유가 사라진 김 씨는 몸이 불편한 부모님과도 한 집에서 지내는 것이 점점 버거워졌는데요. 결국 김 씨 부부는 분가를 결정했습니다.
김 씨는 집을 떠나며 근처에 살던 여동생에게 부모님 간병을 부탁했습니다. 부모님께 죄송하고 여동생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하지만 김 씨 부부의 분가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돌아와야 했던 이유
"오빠, 나 혼자 부모님을 돌보는 건 무리였나봐"
"너까지 건강이 안 좋아지다니…. 내가 다시 들어갈게"
김 씨 여동생은 평소에도 부모님을 잘 챙겼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며 두 분의 간병까지 맡았는데요. 그런 노력에도 어머니의 병세는 점점 심해졌고, 아버지도 거의 외출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약해지셨습니다.
김 씨 가족이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돌보던 여동생까지 건강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었죠. 여동생이 갑자기 쓰러진 이후, 더 이상 두 분을 돌볼 수 없게 되자 김 씨 가족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한 겁니다.
김 씨 가족은 지인의 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었는데요. 집주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한 김 씨는 몇 년간 살던 집에서 짐을 빼고, 김 씨 가족 모두 다시 부모님이 계신 아파트로 전입신고를 마쳤습니다.
김 씨 부모님은 아들 가족이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동안 재건축이 진행 중이던 원래의 오래된 아파트를 양도했습니다. 오랜 기간 보유해 온 집이었고, 그 사이 가족 모두는 그 집 외의 주택을 따로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해 1세대 1주택 비과세로 양도소득세 신고·납부까지 마쳤어요.
하지만 몇 개월 뒤, 예상치 못한 세금 경정 고지서가 날아왔습니다. 김 씨 부모님이 1세대 2주택 상태에서 아파트를 양도했기 때문에 고가주택 비과세 요건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죠.
#아파트 양도 그 후
"동거봉양으로 인한 비과세 특례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간병을 위해 돌아온 거고, 그 전에는 분명히 따로 살았는데요"
김 씨 가족은 어리둥절했어요. 몇년 간 분가해서 월세 집을 구해 따로 살았고, 다시 부모님 간병을 위해 들어왔으니 동거봉양 합가에 따른 비과세 특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국세청은 김 씨 가족이 양도 당시 이미 다른 주택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는데요. 김 씨 가족이 분가해 주소지를 옮긴 직후, 재건축으로 인해 함께 살던 아파트 지분을 손자들에게 절반씩 증여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김 씨 자녀가 다른 집으로 이사 후에도 할머니 집 근처 학교를 계속 다녔고, 생활비 역시 할머니가 지원한 것을 볼 때 김 씨 가족은 부모님과 따로 살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세청은 손자들은 미성년자로 조부모와 동일 세대이기 때문에 사실상 2주택으로 봐야 한다고 했어요.
#불복청구, 결과는
"따로 나가 살았던 기간 월세 송금이나 생활비 지출 내역이 있어요"
"자녀분이 이사 후에도 같은 학교를 다녔고, 이사비 내역도 없네요"
김 씨는 부모님을 대신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분가 당시 따로 거주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월세 이체 내역, 교육비 및 생활비를 부담한 카드 명세서 등을 제출했어요. 분가 기간 동안 공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독립된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심판원 역시 국세청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심판원은 아들 가족이 따로 이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이사비 지출 자료나 생활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부족했고, 손자가 김 씨 부모님 댁 인근 학교를 계속 다닌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세대 분리가 이루어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간병을 이유로 다시 합가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세법상 비과세 특례 요건을 충족할 만큼 생계 분리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본 거죠.
결국 김 씨 가족은 양도한 재건축 고가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를 부담해야 했습니다.
◆절세Tip
세법은 1세대 1주택 비과세 특례를 통해 자녀가 부모를 동거봉양하기 위해 합가한 경우,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되더라도 비과세를 인정한다. 하지만 단순한 주소 이전이 아닌, 실제 생활 실체를 기준으로 합가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거주지 이력, 생활비 독립 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