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곳에서 농사지으며 살려고 그 집과 땅을 구매했어요.
만성질환을 앓게 된 뒤, 저는 조용한 곳에서 요양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면서 몸과 마음 모두 지쳐서, 훌훌 떠나 전원생활을 하며 건강을 돌보고 싶었죠.
그때부터 남편과 아이들,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찾았어요. 수도권과 많이 멀지 않은 곳을 고민하다, 마침 경기도에 한 단독주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미련없이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어요.

#전원생활의 꿈
"이 땅에 상추랑 고추 심고 잘 키워서 우리 가족 요리해먹자."
"좋아. 부모님, 아이들이랑 함께 가꾸면 좋겠다."
조그마한 땅이 딸린 그 집을 구입하기 전부터, 저는 그 땅을 텃밭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어요.
이전 주인은 정원처럼 꾸며 사용했지만, 저는 집 옆에 채소를 심고 작물을 가꾸고 싶었죠. 그래서 부동산 계약 전에 그곳에 심어져 있던 조경수를 모두 뽑았고, 고랑 작업을 해서 밭으로 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현장을 본 시청 담당자는 밭 상태가 맞고, 농업 경영에 적합하다며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해줬어요. 증명서까지 발급받은 후에 저는 집과 땅을 계약하고, 집을 다시 지어 이사했습니다.
전원생활을 시작한지 1년쯤 지났을까요. 시청에서 세금 고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저희 집과 땅이 고급주택에 해당한다며, 중과세율을 적용해 취득세를 더 내야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농지'가 '정원'으로
"그 땐 농지라면서요. 왜 갑자기 고급주택에 딸린 정원이라는 거예요?"
"부동산 취득 당시 로드뷰를 통해 정원 형태였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시청은 저희 집이 고급주택으로, 일반 취득세보다 몇 배 높은 중과세율이 적용된다고 했어요. 주택과 부속토지(정원)를 포함한 면적이 일정 규모가 넘고, 시가표준액이 9억원 이상이기 때문이라더군요.
저는 너무 황당했습니다. 이 집을 계약하기 전 이미 시청에서 집 옆의 땅은 밭이 맞다며 농지 증명서까지 발급해줬는데, 이제와서 부속토지라는 게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저는 건강상 직접 경작을 할 수는 없었지만 부모님과 가족들이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일부 작물이나, 농사를 준비하면서 고랑을 만드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다고 했죠.
하지만 시청은 최근 항공사진에 건축 자재가 쌓여 있었다며 제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항공사진이 찍힌 날짜를 보니, 당시 저는 오래된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고 있을 때였는데요. 공사 자재를 잠시 밭 위에 놓아뒀을 때 찍힌 거였어요.
시청은 그 사진을 근거로 저희 집과 텃밭 전체를 고급주택이라고 본 거예요. 억울한 세금을 더 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족들과 상의를 거쳐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심판원 판단은
"농지취득자격증명서와 현재 저희 집 사진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집과 텃밭 사이에 울타리를 치고 실제로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네요."
저는 심판원에 모든 증거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토지매매계약서와 취득세 신고서를 비롯해, 시청이 발급한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농사지은 작물들과 현재 텃밭 사진까지 전부 냈어요.
심판원은 증거를 바탕으로 제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부동산을 취득하기 전 이미 밭으로 조성했고, 현재 집과 텃밭 사이에 울타리를 치고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다며 농지가 맞다고 판단했어요.
특히 집과 별개로 밭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따로 내고 있다는 점에서, 텃밭은 주택의 부속토지가 아닌 독립된 농지로 보아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결국 저에게 부과됐던 고급주택 중과 취득세는 취소됐어요. 다툼을 이어가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절세Tip
주택과 붙어 있는 땅이라고 무조건 '부속토지'는 아니다. 단순히 공부상 용도보다 실제 사용형태와 용도 구분이 중요하다. 다만, 농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경수를 이식하고 밭고랑을 조성하는 등 용도변경 정황과 현장 사진을 통한 실제 경작 여부, 집과 땅 사이 물리적 구분 등을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