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세 차례에 걸친 컬럼에서 AI 에이전트의 3대 요소인 모델(Model; 예, ChatGPT),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예, 프롬프트), 도구(Tools; 예, 검색엔진)를 간략히 살펴보고 AI 챗봇이 세무업무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았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AI 세무 실전 가이드_세무업무의 파괴적 혁신>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컬럼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가 세무 업계에 가져올 변화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AI 혁명은 소비자 혁명이 아닌 생산자 혁명입니다. 2009년 아이폰 3GS로부터 촉발된 모바일 혁명은 모바일 쇼핑, SNS 등 소비자 가치를 증진하는 소비자 혁명이었습니다.
반면에 AI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영역에서 본격화되어 생산자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종전 컬럼에서 다루었던 세무상담, 예규 검색, 조세 불복 이유서 작성 등 세무업무를 대신해 주는 AI 챗봇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B2B 영역에서는 소수의 전문가만이 직접 AI를 활용하기 때문에 대중이 AI로 인한 변화를 직접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눈과 귀를 열어 세상의 변화에 더 민감해져야 합니다.
두 번째, 프리랜서에게 AI는 필수가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더 복잡한 업무, 더 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구성하여 분업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AI가 도입된 이후로는 개인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사람과 인공지능 간의 업무 분장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프리랜서가 조직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나 나 홀로 개업한 1인 세무대리인에게 AI는 필수적이고 강력한 지원군이 되어 줄 것입니다. 예를 들어, AI 챗봇을 사용하게 되면 나 홀로 개업한 세무대리인도 업무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거나 리뷰를 받을 기회가 생깁니다. 더 나아가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여러 AI 에이전트의 협업을 통하여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다단계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양극화와 압축화가 시작됩니다. AI는 업무 수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5분의 1, 10분의 1로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하나의 팀 내에서 AI를 받아들여 사용하는 팀원과 그렇지 않은 팀원 간에는 10배의 업무 효율성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팀장은 어떻게 시간과 자원을 배분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AI를 받아들이지 않은 팀원을 배제하고 AI를 활용하는 팀원만으로 팀을 구성하는 방법을 선호할 것입니다. 양극화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구성원 간에는 그 차이가 줄어들게 되는 수직적 압축화(Flattening) 현상이 발생합니다. 팀장이나 파트너처럼 팀 전체의 결과물을 검증하는 경우에는 팀원과의 격차가 존재하지만, AI를 활용하는 팀원 간에는 그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1년 차의 스탭이나 5년 차의 스탭 간에 AI를 활용한 결과물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AI가 가져올 변화를 마무리하고, AI를 활용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한 가지 좋은 문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올해 발간된 책 「듀얼 브레인」에서는 펜실바니아 주립대 교수인 이선 몰릭이 AI 업무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과 교육, 업무, 창작 영역 등에서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특히 교육 영역에서 “(AI 사용으로 인해) 학생들이 미래에 온 듯 날마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이라고 언급합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특정 업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되면 회피해왔습니다. 생존 본능입니다. 성공할지도 불확실하고 시간과 노력이 매우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면 피하는 것이 성공이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터득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서 필자가 느낀 바로는 AI와 함께 일을 하게 되면 시간과 노력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접근 방법을 AI로부터 배울 수 있으므로 불가능에의 도전이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30분, 1시간 걸리던 예규 검색을 5분, 10분이면 마칠 수 있습니다. 세법 기본서 2400페이지 책을 사람이 읽는 데는 64시간 걸리지만, AI는 1분이면 충분합니다. AI와 함께라면 시간은 더 이상 기회비용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AI는 주어진 텍스트에서 다음에 올 가장 적합한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언어 모델(Language Model)입니다. 불가능한 일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위축되기보다는, 가장 확률이 높은 단어, 즉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필자는 이 언어 모델로서의 성격이 AI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이며,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이나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방대한 지식을 갖춘 조력자가 바로 우리 옆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생각의 방식을 바꿀 때입니다.
필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 리스트업한 후 AI에게 그 해결 방법을 물어보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불가능으로부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AI가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AI라는 강력한 지원자를 얻은 지금,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기회비용은 매우 작아졌습니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안다면 그것이 시작입니다. AI 구독료 월 200불과 몇 분의 시간이라면 충분합니다.
☞최문진 회계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및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고 있으며, 조세특례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친절하게 담은 필독서 '조세특례제한법 해석과 사례'를 2014년부터 매년 집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