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면 대상이 아니라서 세금 수천만원 더 내야 한다고요?"
창업 중소기업 감면 대상자라고 생각한 30대 A씨는 망연자실했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호기롭게 사업을 하겠다며 잠깐 사업자등록을 했다가 흐지부지 되어 세금 신고도 없이 폐업했는데, 그 사실이 지금에서야 A씨의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창고업을 하는 B씨의 경우는 물류산업 업종으로 창업 감면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업종을 '기타 임대업'으로 잘못 신고해 감면을 받지 못했다.
요즘 창업은 트렌드이자 생존 전략이다. 업종은 다양하고 성공 사례도 쏟아지지만,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아이템 선정'이다.
그런데 아이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세제 혜택이다. 창업 중소기업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잘 활용하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아낄 수 있다. 사업 초기에는 한 푼이라도 아쉬운 만큼 이런 세제 혜택이 절실하다.
창업 중소기업 감면 제도는 아이템, 업종코드, 사업장 위치 등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같은 일을 해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로 감면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창업 전 사전 점검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조세특례 분야의 바이블로 통하는 '조세특례제한법 해설서'를 집필한 윤충식 세무법인 스카이원 대표 세무사를 만나, 창업 트렌드와 절세 전략을 들어봤다.

미션1. 국가 역점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라!
Q.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 중 가장 큰 고민은 아이템 선정이다. 이왕이면 창업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창업을 한다면 자금 확보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아이템 선정을 하면 되는가?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박 아이템을 선정하는 건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은 국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대목에서 힌트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특정 창업 업종(18개)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고 있으니, 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100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산업 투자를 약속했고, 현재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AI 산업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고 부가 가치도 높으며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AI 산업은 범위가 넓다. 업종코드로 정보통신업이 될 수도,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 해당할 수 있다. 감면대상 법인과 관련해 AI 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정부가 AI 산업을 키우겠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분류 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에서 밀어주는 대박 아이템을 갖고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길 추천한다. 이런 창업 아이템은 국가가 10년을 키워준다. 10년 정도를 창업의 초기 단계로 보기 때문이다. 창업 첫해부터 이익이 나면 좋겠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이런 일은 흔하지 않다.
스스로 이익을 내고 일어설때까지 창업기업에게는 5년의 시간을 국가가 보듬어 준다. 베이비 단계인 것이다. 5년 안에 이익이 나면 그때부터 5년간 창업감면 혜택을 부여한다(조특법상으로는 연속결손이 나고 이익이 생기는 최장기간은 물리적으로 9년). 이렇게 최대 10년의 시간을 기업의 성장기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너무 크다.
※ 용어 TIP!
창업한 중소기업은 창업 후 5년간 매년 법인세의 50~100% 감면 혜택을 받는다. 창업 후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연도(사업개시 후 5년이 되는 날까지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5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과세연도)와 그 후 4년간 법인세(또는 소득세)를 매년 감면받는 구조다. 감면 대상 법인은 제조업, 건설업, 정보통신업 등 18개 업종이다. 다만, 수도권과밀억제권역으로 이전해 사업을 영위하거나 수도권과밀억제권역에 지점을 설치한 경우는 감면을 적용받을 수 없다. 업종별 최소고용인원(제조업·광업·건설업·운수업: 10인 이상, 기타 업종: 5인 이상)을 충족하고 상시근로자수가 전년보다 증가하는 경우 고용증가율에 따라 25~50% 추가 감면을 받는다.

미션2. 업종코드·창업지역에 따라 혜택 달라진다
Q. 국가에서 통 크게 세제 혜택을 주는 만큼, 혜택을 받기 위한 요건도 까다로울 것 같다. 업종 선정 외에 신경써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는가?
창업하는 경우 모든 업종에 대해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업종을 정해 놓았다. 따라서 창업하기 전에 세무 전문가를 통해 본인이 창업하려고 하는 업종이 창업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업종코드를 잘못 선정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창고업은 물류산업으로 창업 감면이 가능하다. 그런데 보통 창고를 임대하니까, 기타 임대업으로 업종코드를 잘못 넣는 경우가 있다.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도 되는데, 자영예술가로 업종코드를 잘못 넣기도 한다. 혼자서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더라도, 인적·물적시설을 갖췄다면 창업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세금 자체가 실질과세라는 측면에서 향후 바로잡을 수 있겠지만 많은 소명도 해야 한다. 창업 단계에서 업종코드를 잘 선정하는 것이 힘든 일을 안 겪을 수 있다.
사업장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창업 감면 혜택도 달라진다. 수도권의 경우 과밀억제권역인지, 성장관리권역인지, 자연보전권역인지 여부도 확인해 보는 게 좋다.
과밀억제권역은 서울, 성장관리권역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외곽지역으로 생각하면 된다. 남양주시로 예를 들어 도심에 가깝다면 과밀로, 그 외는 성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청년 창업가가 과밀 억제 지역에서 창업하면 소득세 감면이 50%밖에 되지 않지만, 성장 관리 지역이나 자연 보전 지역에서 창업하면 100% 감면된다.
특히 2026년 1월 1일 이후에 창업한다면, 세제 혜택(창업 중소기업 감면)이 줄어드는 부분도 유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올해 34세 이하 청년이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외의 지역에서 창업했을 때 소득세 감면은 5년간 100%지만, 내년에 창업했다면 75%(5년간)로 줄어든다.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내년 초보다는 올해 말까지 창업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좋다.

미션3. 창업 감면 기회는 일생 한 번뿐?
Q. 창업 중소기업 감면은 '일생 한번'이라는 점에서, 사업자등록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적인 조언은 어떤 것이 있는지, '신규 창업' 여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를 소개해달라.
평생 1회로 제한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다. 하지만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①합병·분할·현물출자 또는 사업의 양수를 통해 종전의 사업을 승계하거나 ②거주자가 하던 사업을 법인으로 전환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며 ③사업을 확장하거나 다른 업종을 추가하는 경우 등 새로운 사업을 최초로 개시하는 것으로 보기 곤란한 경우에는 창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동일인이 동일·유사 업종에서 형식적인 재창업 경우에는 감면이 불가한데, 이와 관련해 과세관청과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학생 때 경제적인 이유로 사업자등록을 했다가 운영이 어려워 폐업했다. 이때는 사업 이익이 나지 않고 결손이 나서 세금을 납부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졸업 후 동일 업종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하려고 사업자등록을 했을 때, 기존 사업의 재개업으로 간주되어 창업 감면 혜택이 박탈될 수도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과거에 감면받은 사업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업을 다른 장소에서 창업하고 감면 요건을 충족하면 감면 적용이 가능하다.
Q. 창업자로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업이 있을 텐데,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면 부담이 될 것 같다. 세무대리인으로서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조언하는가?
조세특례제한법은 창업 중소기업 감면 외에도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업종별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규정하고 있다.
창업 단계에서 창업 중소기업 감면 업종에 해당하면 그 혜택이 커서 좋겠지만, 다른 조세감면 혜택도 다양하게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일반적으로 여러 가지 조세감면 혜택이 존재하면 중복해서 지원하는 것을 배제하고 있다.
아쉽게도 창업 감면 업종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세무 전문가를 통해 다양한 조세감면 혜택을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
Q. 최근 창업이 단순한 생계형을 넘어 자산 관리나 승계 수단으로까지 활용되는 경향이 보인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가?
일부 자산가들이 창업을 이용해 자녀에게 가업상속공제를 하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상속세율이 최대 5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에서 원인을 찾는 분도 있다.
부모가 베이커리 카페를 창업하고 10년간 경영한 후 자녀에게 물려주면 상속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베이커리 카페에 관심이 있는 자녀가 스스로 창업해서 경제활동을 했던 셀프 창업에서, 승계창업으로 활용되고 있는 사례다.
창업의 아픈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 외곽에 왜 빵집을 많이 차릴까'라는 의심으로 들여다보니까, 그런 목적(승계창업)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높은 상속세·증여세 구조에서는 이런 흐름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베이커리 창업처럼, 상속세 절세 수단으로 쓰이는 제2의 승계창업이 계속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션4. 창업 전, 반드시 상담하라!
Q. 여러 세무대리인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일 다 저지르고 세무대리인 찾아오지 말라'였다. 일을 저지르기 전 세무대리인 상담을 적극 권했는데, 창업 감면도 마찬가지로 창업하기 전에 세무대리인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은가?
창업 단계에서부터 세무 전문가로부터 체계적인 도움을 받고 사업에만 전념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지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사소한 일들로도 나중에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사업용 계좌를 신고하지 않거나 현금영수증 가맹점으로 가입해야 할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감면 혜택을 박탈당한다.
창업 감면은 높은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사후관리도 필요하다. 세무대리인의 사전 상담은 업종 선정과 사후관리 측면에서 적극 필요하다.
창업 중소기업 감면은 실무상 변수가 많다. 사전에 세무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고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윤충식 세무사는?
국립세무대학 출신으로, 제45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 조세심판원 등에서 25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특히 세제실 근무 시절에는 세무업계의 조세특례 교과서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해설과 실무'를 펴냈다.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2002년 기획재정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공직 생활을 마친 뒤, 2018년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해 조세그룹에서 세제자문팀장직을 수행했다. 2022년 세무법인 스카이원을 설립해 대표세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