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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카페는 망하고 미용실은 버틸까…창업 성패 '여기'서 갈렸다

  • 2025.08.20(수) 09:55

국세통계로 본 '100대 생활업종 생존율'

# 사례1.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40) 씨는 10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 지난해 퇴사했다. 재취업 대신 창업을 결심한 그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점 창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확인한 뒤 생각이 달라졌다. 2023년 기준 편의점의 1년 생존율은 90.3%지만, 3년 생존율은 69.1%로 뚝 떨어졌다. 신규 창업자 10명 중 3명은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주변 지인 중에도 불과 2년을 못 버티고 점포를 정리한 사례가 있어, 안정적인 업종이라는 인식이 단번에 깨졌다. 

# 사례2.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 중인 이 모(63) 씨는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한다.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꿈꿔왔던 '호프주점 사장'이 되는 것이 그의 다음 목표다. 주거지 인근에서 연 매출 2억 원 규모의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어느 지역에 자리 잡을지 고민이었다. 이 모 씨는 지역별 매출·사업자 수 같은 세부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런 데이터를 실제로 활용했다. 분석 결과 경기도 ○○시가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는 답을 얻었다. 이 씨는 이를 근거로 창업 후보지를 한층 좁혔다.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장님이라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고민은 업종 선택이다. 유행을 좇아 섣불리 정한 아이템은 오래 버티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업종을 정했다면, 다음은 상권 분석이다. 장사가 안 되는 곳에서 시작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재 국세청은 업종·지역별 데이터를 공개해 창업 아이템 선정과 상권 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예비 창업자의 사업 성공 확률을 높이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장사는 감이 아니라, 근거와 방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너도나도 온라인쇼핑몰·카페 창업하더니…얼마나 살아남았나

국세청에 따르면 우리 생활과 밀접한 품목(용역)을 판매하는 100가지 업종의 신규사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53만6964명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업종에서 창업이 가장 활발했고, 폐업이 많은 업종은 무엇이었을까? 창업 후 사업을 유지하는 비율인 '생존율'의 경우, 국세청이 공개한 최신 자료의 기준이 2023년인 만큼, 해당 연도의 수치로 창업 현황을 살펴봤다. 

창업 열기가 가장 뜨거운 업종은 온라인쇼핑몰인 통신판매업이었다. 2023년 한 해 통신판매업 신규사업자 수는 21만1275명으로, 전체(57만8050명)의 37%를 차지했다. 창업자 10명 중 4명이 이 업종을 선택한 셈이다. 이는 온라인쇼핑몰·SNS 판매 등 진입 장벽이 낮고 초기 투자 부담이 적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바꿔 말하면, 경쟁이 치열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실제 통신판매업의 1년 생존율은 69.8%였는데, 3년이 됐을 땐 45.7%까지 떨어진다. 창업자 중 절반 이상이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5년 생존율은 33.6%였다. 창업 관심 업종 2위·3위인 한식음식점(7만6445명)·커피음료점(2만4621명)도, 창업 후 5년 뒤엔 각각 34%·34.6%만 살아남았다.

신규사업자 수가 많은 상위 20개 업종의 3년 생존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40세 미만은 분식점(41.9%)·통신판매업(43.5%), 40세~60세 미만은 호프주점(46.7%)·화장품가게(48.8%), 60세 이상은 호프주점(44.0%)·통신판매업(44.0%)에서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이들 업종 모두 생활업종의 평균(53.8%)을 크게 밑돌았다. 

60세 이상은 펜션·편의점 차려라?

반대로 높은 생존율은 시장 구조가 안정적이거나 수요가 지속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3년 생존율 상위 업종을 보면 미용실(73.4%), 펜션 및 게스트하우스(73.1%), 교습학원(70.1%) 순으로 높았다. 미용실은 5년 이상 57.1%가 버티며 20개 생활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연령대별로는 40세 미만에서 미용실(73.9%)·스포츠 교육기관(70.7%)이, 40~60세 미만은 펜션 및 게스트하우스(73.8%)·미용실(72.9%)이, 60세 이상은 펜션 및 게스트하우스(76.3%)·편의점(68.6%)이 생존율이 높았다. 

외식업은 초반 창업 열기가 강하지만 3~5년 내 폐업 위험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미용실·펜션 등 업종의 높은 생존율은 '워라밸' 중시 흐름 속에서 자기 투자에 기꺼이 지출하는 소비 패턴 확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사 업종 간 생존율 차이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동네 상권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소매업인 편의점과 식료품 가게(편의점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 소규모 소매 점포)의 3년 생존율은 각각 69.1%, 54.3%였다. 피자·햄버거 전문점(51.0%)도 치킨전문점(45.4%)보다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당신에게 적합한 창업지는 이곳입니다

생존율이 높은 업종이라도 지역·상권별 차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현재 국세청은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의 현황(매출 수준, 사업자 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국세통계포털→테마통계→통계로 보는 생활업종' 경로를 거치면 된다.

예컨대 ①편의점을 선택하고 ②연 매출액 5억원을 입력한 후 ③지도를 통해 서울특별시 → 중구 순서로 선택하면 '서울특별시 중구 내 75% 이내'에 해당한다는 문구가 뜬다. 

이런 수치는 창업지 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험 신호등' 역할을 한다. 75% 이내라는 건, 같은 지역·업종 중 상위 25%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매출 규모라는 뜻이다. 상권 내 경쟁이 치열하거나 입지 경쟁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편의점 사업자의 평균 연 매출(2023년 귀속)은 7억5133만원이었다.

같은 기준(매출 5억원)으로 서대문구를 살펴본 결과, 상권 내 하위 60% 수준으로 평균(5억7907만원)과 비교적 근접했다. 예상 매출이 5억원이라면, 평균 대비 격차가 적은 서대문구가 중구보다 실패 위험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분석자료에는 사업자 수, 평균 사업 존속 연수, 성·연령별 비율도 담겨있다. 지역으로 보는 생활업종 서비스로도 유사한 통계를 볼 수 있다.

"1년 고비 넘기면 장기 생존 가능성 높아"

국세청이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공개한 건 2017년 11월부터다(기존 40대 업종). '100세 시대, 건강·미용·스포츠 관련 업종 증가', '1인 가구 확대에 따른 업종 변화' 등 트렌드 분석까지 곁들이며, 창업·취업 등 국민 경제활동 전반에 메시지를 던졌다.

올해 처음으로 생존율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이는 단순 홍보성 통계를 넘어, 업종별 창업 위험을 안내하는 경고등 기능까지 맡기기 위해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생존율은 창업한 이후에 기업을 어느 정도 지속했느냐를 말해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2023년 1년 생존율은, 2022년 신규사업자 수(57만6583명)와 비교해 2023년까지 계속 사업한 44만9412명의 비율인 77.9%다. 

특히 생존율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1년 정도 운영해보고 손해가 크면 빨리 접는 경우가 많다"며 "1년 고비를 넘기면 2~3년 이상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이 시점을 기준으로 통계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며 예비 창업자는 이 수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국세청 관계자는 "예를 들어 숙박업을 하려는데 펜션과 모텔 중 고민한다면, 생존율 통계를 보고 '이 업종이 상대적으로 오래 버티는구나'라는 흥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창업 성패는 초기 투자 규모나 운영자의 전문성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데, 이 부분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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