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연구·개발(R&D) 활동을 지원하는 세액공제 제도가 기업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술 기반 창업이 늘고, 인공지능(AI)·헬스케어·게임 등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에서는 R&D 비용이 사업 성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정부 역시 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제도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 문턱이 낮아진 만큼, 사후 검증은 훨씬 까다로워졌습니다. 국세청은 R&D 세액공제 관련 전문 심사 인력을 배치해 집중 점검하고, 요건에 맞지 않는 기업에게는 세금을 추징하고 있습니다. 이에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R&D 활동에 대한 세무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습니다.
서휘빈 세무사(원영세무회계)는 판교 지역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세무 강의를 하고 있는데요. 서 세무사를 만나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R&D 세액공제 주요 이슈와 사례, 그리고 유의할 점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다양한 R&D 분야 대표님들을 뵙고 강의를 하시면서 현장에서 가장 자주 접하시는 질문이나, 강조하고 있는 세무 이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우리 회사도 R&D 세액공제가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업종이 해당되는지부터 궁금해하시는데요. 최근에는 서비스 분야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넓어지면서, 유흥업소나 관광·숙박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가능해졌습니다.
심지어는 고깃집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어떤 고기의 숙성 방법에 대한 연구가 목적이라면, 연구 시설이 갖춰진다는 조건에 따라 적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많이 나오는 질문은 어떤 비용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한가에 대한 것인데요. 급여의 경우 비과세 소득도 포함될 수 있지만, 재료비는 시약류·부품·원재료 등으로 한정됩니다.
줄기세포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비이커·스포이드·마스크는 당연히 재료비로 세액공제 대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법령상 '견본품·부품·시약류·원재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제 대상에 반영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시설비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연구소 공간 임대료는 안 되고, 기계장치 등 임차료만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또 연구를 전부 사내에서 수행하기 어려울 땐 외부에 위탁하게 되는데, 이때 위탁 기관은 기업부설연구소나 시험검사분석업,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등 요건을 갖춘 곳이어야 합니다.
-현실적인 경영 환경에서 대표님들 입장에서는, 당장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나 출연금 등 실질적인 혜택이 가장 큰 관심사일 텐데요. 하지만 사전 준비 없이 공제를 신청했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겪는 사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R&D 세액공제를 신청하거나 활용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R&D 세액공제는 매우 큰 혜택입니다. 비용처리 효과까지 고려하면 최대 45%까지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수억원의 이익이 나도 연구비가 많으면 세금이 0원이 되는 기업도 있습니다. 다만 사후 검증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추징 규모도 크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장 많이 추징당하는 사유는 조직도 관리 부실과 겸직 문제입니다. 국세청이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 코이타) 등에서 현장 조사를 나왔을 때 1순위로 요청하는 것이 조직도입니다.
국세청은 조직도에 연구개발 부서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지, 연구원이 다른 부서에 소속돼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하는데요. 만약 일반 관리직에서 연구 부서로 인사 이동한 직원이 조직도상 여전히 관리직에 남아 있다면, 해당 직원에 대해 추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부서 발령이 있다면 즉시 조직도에 반영하고, 연구 인력을 새로 채용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코이타에 바로 바로 등재해 둬야 합니다.
겸직 문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인사 담당자의 착오로 연구 직원을 뒤늦게 코이타에 등록하거나, 연구원으로 등재된 직원이 영업직 명함을 사용한다면 국세청은 해당 직원을 겸직으로 판단해 세액공제를 부인합니다. 실제 사례로, 연구원이 인터뷰 중 '제품 검수도 한다'고 언급했다가 추징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연구원이 업무 시간의 80%는 연구를 하고 나머지 20%는 일반 매출 관련 업무를 봤다면, 대부분 80%만큼은 세액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현행 세법은 겸직이 확인되면 해당 연구원의 인건비 전액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기업이 무분별하게 연구 직원을 등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인데요. 따라서 연구원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다른 부서의 결재 라인에 연구원이 포함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정부지원금 처리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연구비로 100을 쓰고 50을 정부 지원금으로 보전받았다면, 나머지 50만 공제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기장 담당자가 이를 분리하지 않았다가 전액 공제로 처리돼 추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때문에 아예 회계상에서 연구비 차감 항목으로 지원금을 구분해 세무상 실수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연구개발비를 반드시 판매관리비로 처리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산 항목인 개발비로 넣거나, 제조 원가로 계상해도 세액공제가 가능합니다. 꼭 비용 처리를 하지 않아도 세액공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세제 혜택이나 재정 지원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님들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점검해두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최근 현장에서 본 기업들은 예산은 있어도 집행이 늦어져 힘들어하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R&D 지원금은 상반기 조기 집행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서류를 준비해서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데요.
아무래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예산 결산과 집행이 초기에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진행이 더딜 수 있겠죠. 따라서 공제제도나 지원금이 활성화되면 바로 신청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가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 사업은 어떤 게 있는지 꾸준히 찾아보시고, 대상이 된다면 적극 활용하셔야 합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지원사업 참여를 고민하는 이유는 만들어야 할 서류가 많기 때문인데요. 수십장에 달하는 신청서와 부가 서류를 준비해야 하니 시간적·정신적으로 힘든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후 기관에서 사후 검증이 나왔을 때 제출할 증빙 서류도 많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점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인건비만 신고하다가 사후 검증을 받게 된 회사는 검증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추징당하기 쉽습니다.
반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 계획이나 자금 지출한 내역을 잘 서류로 마련한 회사는 이미 작성해 놓은 자료들로 검증을 잘 넘어간 케이스가 많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 보전에 대한 효과도 있지만, 이후 사후 검증을 받을 때 대응할 방어책도 된다는 점도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은 단순히 수익률이 좋다고 어필하는 것보다는, 사회 문제 해결과 관련된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했을 때 선정될 확률이 높습니다. 공익적 목적이 명확한 사업은 평가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인력개발비'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구뿐 아니라 인력 개발에 대한 비용도 세액공제가 가능합니다. 임직원의 교육·훈련을 장려하기 위해 해당 비용을 공제하는 건데요. 인력개발 비용은 기업부설연구소가 없더라도 공제가 가능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인력개발 비용 공제를 많이 활용하는 것이 내일채움공제죠. 내일채움공제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비용의 25%가 세액공제되고요. 중견기업 이상이라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한 임직원 교육 비용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마이스터고와 사전 취업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라면, 학생들에게 지급한 훈련수당도 R&D 세액공제 대상입니다. 간혹 대표님들께서 직원의 대학 교육비 지원도 세액공제가 가능한지 문의하시는데요. 법인과 대학 간에 공식적인 위탁 교육 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직원이 임의로 입학했다면, 대부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덧붙여 직무발명 보상제도 도입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기업에서 연구개발을 하다 보면 특허나 지식재산권(IP) 같은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죠. 이 때 이 제도를 통해 몇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요.
우선, 연구소가 설립돼 있다면 특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자체도 R&D 세액공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허가 완료된 후에는 개발한 직원들에게 성과급 형태로 보상을 지급하게 되는데요. 이때 직무발명 보상금이라는 명확한 명목을 붙이면, 해당 상여금에 대해서도 세액공제가 가능합니다.
직원 입장에서도 상여금에 대해 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유리한 제도인데요. 기업은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도 동기를 부여할 수 있고, 직원은 세금 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활용 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수익이 나기 시작한 회사는 세무처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흑자 전환을 하게 된 스타트업도 과거 비용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방법이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다만 과거에 R&D 세액공제를 신청해 이월 세액을 미리 만들어두었거나, 그렇지 않았다면 경정청구를 통해 소급 적용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3년에 연구개발 비용을 지출했지만 당시에는 흑자가 없어 공제를 받지 못했다면, 2025년에 흑자가 발생한 시점에서 경정청구를 통해 2023년분 세액공제를 이월받을 수 있습니다.
경정청구는 최대 5년까지 소급 가능하고, 한번 발생한 이월 세액공제는 최대 10년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정기 신고보다는 절차가 까다롭지만, 환급이 아닌 이월 공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 중에는 수익의 대부분이 투자금이나 정부 지원금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자본잠식이 우려된다면, 일부 연구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개발비로 자산화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는데요.
연구 프로젝트가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됐다면, 단계별 성과에 따라 비용 일부를 개발비로 계상해 재무제표 개선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 과정을 1단계부터 8단계까지 세분화했을 때, 4단계 이상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는 자산화 대상으로 분류해 자본잠식 속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서휘빈 세무사는?
2015년 세무사시험에 합격하고 천지세무법인 서울본부 세무사팀 팀장으로 재직했다. 2020년 원영세무회계를 개업해 대표세무사로 활동하며 주로 건설업·연구개발업 등 분야 세무와 절세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