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조세정책과 공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세제에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권 성향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출렁이고, 증여가 급증하는 이런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최근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세금은 득표만을 생각해 공약을 걸지 말고 합리적인 개선이라면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은 옷처럼 편안해야 하고, 공기처럼 존재는 하지만 평소에는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정치권이 득표를 위해 세제를 지나치게 활용하고, 서로의 의견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 태도 때문에 조세정책이 극단적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조세정책이 공평, 효율이라는 두 가지 축 위에서 균형 있게 설계돼야 한다. 소득세는 공평을, 법인세는 효율을 상속세와 증여세는 공평과 효율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세목의 성격에 따라 공평과 효율을 같이 고려해야 세제가 합리적으로 개편되고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오는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새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정치인을 비롯해 조세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조세정책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이 없으면 방향성이 없다. 세금도 조세철학을 가지고 정책입안에 나서야 한다.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면 모든 정책을 득표를 위해서 하는 것 같다. 과연 철학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스럽다. 세금을 득표활동을 위해 끌고 다니는 것이 문제다. 세금이 정책만능수단으로 무언가를 하겠다고 해서 부동산 문제도 발생한 것 아니냐.
우리는 평소에 공기가 있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세금도 우리 생활에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다가오게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부자감세, 서민증세'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당연해 보일 수 있다. 부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감세 정책을 펼치면, 당연히 실제 부담 세액이 많은 고소득자들이 금액기준으로는 더 많은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
어떤 수학 산식으로 계산해도 부자보다 서민이 더 많은 감세 혜택을 보도록 제도를 설계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구호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면 안 된다.
선거철마다 보편적 복지나 전국민 지원금 등의 공약이 나온다. 이것은 바람직한 발상이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득을 벌기 위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적정하게 부여해야 한다.
물론 근로장려금도 필요하다. 경제학적으로는 '수정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있는데, 근로장려금 등의 복지 제도로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정도이지 맥락을 흐트리자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근로장려금을 너무 확대해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무조건적인 복지가 만능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조세철학을 키워드로 표현하면 공정, 공평, 효율이다. 공정과 공평은 소득세 분야에 작용하는 영역이고, 효율은 법인세 분야에서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상속세제는 공정과 공평, 효율이 다 접목된 것이다. 상속세 분야의 기업승계는 효율성의 문제로 봐야 한다.
최근 "기업들이 물납한 주식이 굉장히 많아 물납관리청을 만들어야 할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과세관청은 물납받은 주식을 매각해서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적대적 외국자본이 들어온다면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 것이냐.
넥슨의 지주사인 NXC의 2대 주주가 기재부인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봤을 때는 대한민국 기업이 왜 저러냐는 생각이 들 것이다. 생각해 볼 문제이다.
법인세도 효율을 따져야 한다. 법인소득은 소득의 종착지가 아니다. 기업이 법인세를 내고 주주에게 배당을 한다. 그럼 주주들은 배당소득세를 낸다. 법인소득은 개인소득으로 가기 위한 도관일 뿐이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70~80%에 해당하는 국가의 법인세는 단일세율 구조다. 법인세를 많이 부과하면 그 기업은 제품에 법인세를 전가한다.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단기적으로 세수가 확보된다고 좋아할 지 모르지만, 기업의 활동 환경이 악화되어 결국 법인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Q. 대선 후보들이 여러 조세 공약을 들고 나올텐데, 현 시점에서 시급하게 개선할 조세정책 과제가 있다면?
조세제도나 세금은 새 정부가 탄생할 때마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하지만 득표에만 집중해 세법을 개정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세금에 대해 너무 많은 관심이 없도록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세금은 소득이 있어야 내는 것이고,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응능부담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도 현금흐름이 중요하다. 현금이 없는데 자꾸 세금을 내라고 하면 스트레스만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든 종부세는 납세자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세금이었다.
조세철학을 말할 때, 대표적으로 비유하는 것이 '옷'이다. 옷은 입으면 편해야 한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옷이 너무 무거우면 걸어다니기 어렵다.
종부세 강화가 부동산 투기를 막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부담이었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정됐다.
종부세는 원래 지방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방세로 머물러야 하는데, 이를 국세로 만든 것이다. 재산세는 물건별로 과세하는데, 종부세는 인별로 합산하여 과세하는 데다, 과도한 누진세 구조다.
문재인 정부 때 조정지역에 있으면 1세대 2주택을 3주택으로 간주해 과세했다. 이것은 악법 수준을 뛰어넘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종부세는 폐지하고 재산세에 편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주택자를 좋지 않게 보는데, 1세대 2주택까지는 너그럽게 봐야 한다. 2주택자는 사실 다주택자로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2주택자는 일반적인 욕구의 발로라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 연금 문제가 심각하다. 연금이 노후생활을 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보조해주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임대소득이다. 한 채에 거주하고, 다른 한 채는 임대해 소득을 얻는 것은 비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다. 3주택은 규제를 하더라도, 2주택자를 불편하게 만들면 안 된다.
Q. 정부가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상속세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 합의가 쉽지 않은데, 세법을 심의하는데 있어 이런 문제들이 수없이 많았다. 세법 논의 절차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시나?
세법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제도의 장단점과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충분한 연구와 검토 없이 그냥 도입하자고 툭 던져놓고 진행했다. 이런 것이 문제다.
다만 유산취득세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연구해왔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유산취득세로 가는 방식이 합리적이지만, 상속세 개편을 하려고 하면 야당에서 부자감세라고 주장해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
상속세 제도는 유산취득세로의 개편뿐만 아니라, 최대주주 할증, 가업상속공제 등 여러 개선 과제가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토론이나 공청회를 열어도 상대방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는 학자나 공무원들이 모여서 시장의 영향을 세밀히 검토해 사회여론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제가 최근 상속세 개편 토론회에 나갔는데 일부 학자는 매출액이 5000억원인 기업에게 가업상속공제를 해주는 것이 적절하냐고 지적했다. 이 말은 맞는 말이다.
그래서 제가 매출액 5000억원을 가업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제도의 명칭을 가업상속공제가 아닌, 기업승계공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자리에서는 다들 제 말에 공감을 하더니, 나중에 다시 만나면 같은 주장을 반복한다.
토론도 마찬가지다. 토론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당 성향의 교수는 매번 같은 말, 야당 성향에 속한 교수도 매번 같은 말을 한다. 토론의 진전이 있어야 타협이 된다. 공무원들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본인이 서 있는 포지션에서 앞으로도, 뒤로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
예산 문제도 똑같다.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소통이 안됐기 때문이다. 여야가 물밑에서의 소통이 필요하다. 물밑에서 모든 타협이 끝난 뒤, 보이는데서는 타결을 보고 손을 잡고 사진만 찍는 것이다. 지금 그런 것을 하고 있지 않다.

Q. '저출산 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복지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재정 여력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증세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현실적으로 증세 논의가 가능하다면, 부가가치세가 가장 적절한 대안이다.
소득세의 경우 우리나라가 북유럽 국가에 비해서 낮다고 하지만, 복지 지출 수준은 큰 차이를 보인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지방소득세까지 하면 50%에 육박한다. 절대적으로 낮은 세율이라고 보기 어려워, 소득세를 추가로 인상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법인세율은 더욱 낮춰야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다.
상속·증여세는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면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따지고 보면 상속세라는 해당 세목 자체의 세수는 소멸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세나 법인세의 세수가 늘어날 것이다. 상증세가 발목을 잡는 것들이 많다. 증여세만 폐지하더라도 자금이 원활하게 움직인다.
5만원권이 시중에서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사라진 돈이 시중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증여세 때문이다. 이 돈이 산업자금, 투자금이 돼야 한다. 과도한 세부담이 없어진다면, 개인들은 자금을 드러내고 주식 등 생산적 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Q.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삼쩜삼을 비롯한 세금환급 플랫폼의 이용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것이 논란이 되자, 국세청에서 세금환급을 해주는 무료 서비스를 출시했다. 세금을 이용한 플랫폼 업체들의 수수료 장사와 국세청의 서비스 개시가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국세청의 홈택스는 기능이 잘 돼 있다. 연말정산을 할 때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런 것들은 단순한 신고만 가능한 것이고, 세법 해석이나 판단이 들어가는 것은 전문가들이 도와줘야 한다.
세금환급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한국세무사회에서 삼쩜삼 등 플랫폼 업체를 비판한다. 그런데 이는 변호사 업계도 비슷했다. 비슷한 영역의 영업조직들이 서로 싸우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 기술을 이용해서 단순한 일부터 장악하려는 현상이 나타난다. 소액환급의 경우 세무사들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세무대리를 잘 해주지 않으려고 했다. 삼쩜삼이 생기니까, 세무사업계에서 소액 환급을 받아야 하는 납세자에게 잘 해주려고 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 국세청도 무료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앞으로는 삼쩜삼이 설 자리가 매우 좁아졌다. 하지만 삼쩜삼은 또 다른 시장을 공략하려고 할 것이다.
Q. 세무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AI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교수님이 학회장으로 계시는 한국조세정책학회에서는 AI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있으신가?
조세정책학회에서도 AI와 관련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AI와 블록체인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AI와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기술 분야다. AI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술이고, 블록체인은 그 데이터가 믿을 수 있는 정보인지 보증해 주는 기술이다. 이 두가지 기술은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사용돼야 한다.
앞으로는 단순히 AI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흐름이 커질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블록체인은 그 데이터의 신뢰성과 보안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결국 두 기술이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처럼 융합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더해 메타버스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현실처럼 꾸며진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안에서도 앞으로는 소득이나 자산, 거래가 생기고, 이에 따라 과세 문제가 등장할 수 있다.
그래서 AI와 블록체인의 결합 문제 및, 메타버스 과세 문제도 본격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오문성 교수는?
조세 분야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오 교수는 대표적인 조세정책 전문가다. 학계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및 공기업평가위원,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세무당국에서도 폭넓은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2017년 창립된 한국조세정책학회에서 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조세정책의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언론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오문성 교수의 TAX 이슈&톡'을 펴내, 복잡한 조세 이슈를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데도 힘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