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세 형평성 논란을 불러온 메리츠금융의 감액배당 사례를 두고, 조세 전문가들은 "과세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조세정책학회는 29일 '감액배당, 과세해야 하나?'를 주제로 세무회계 학계와 실무 전문가들과 함께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감액배당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실질적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액배당은 자본금 또는 자본잉여금에서 배당을 하는 것으로 현행법상 배당소득으로 보지 않아 과세하지 않는다. 반면 이익잉여금에서 배당하는 일반 배당의 경우에는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
이번 논란은 메리츠금융지주가 약 7000억원 규모의 감액배당을 받는 과정에서 배당소득세를 회피한 것처럼 보이는 구조가 드러나면서 야기됐다.
이 방식은 이익잉여금이 아닌 자본준비금에서 배당이 이루어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고, 최대 주주인 조정호 회장은 일반 배당이었다면 부담했어야 할 약 1800억원의 소득세를 내지 않게 됐다.
"실질에 따라 과세해야"…조세회피 방지 입법적 보완 촉구
발표를 맡은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감액배당 방식이 자본을 활용해 사실상 이익 배당 효과를 내면서도 과세를 회피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준비금이 이익잉여금이라는 이름으로 이사를 한 것 뿐이다. 결국 현금이 사외로 유출돼 주주가 받아가는데, 이것이 일반 배당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변혜정 서울시립대 교수(전 국세청 납세자보호관)는 "상법상의 규정과 세법상의 규정이 일치하지 않은 것이 핵심"이라며 "다만 상법의 입법적 취지는 자본준비금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감액을 해서 출자자들에게 나누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변 교수는 "아직 과세 근거가 마련되기 전이라도, 과세가 필요하다고 여기면 국세청은 과세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명확한 근거가 없는 과세는 결국 불복으로 이어지고 행정적 낭비로 귀결된다. 사회적 논란이 있는 소득 유형이 드러났다면 납세자의 혼란이 없도록 세제실에서 신속히 입법을 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동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맞다고 본다"면서도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안 하겠다는 것이지, 전부를 비과세하겠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현재 기재부에서는 개인에게도 과세를 하겠다는 입장인데, 개인의 취득가액은 어떻게 볼 것인지 의문점이 든다"고 덧붙였다.

감액배당의 과세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기획재정부도 최근 감액배당에 대한 과세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관련 제도 정비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윤수현 기재부 세제실 금융세제과 과장은 "자본준비금 감액배당에 대해 무조건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허용하는 것과 남용하는 것은 다르게 봐야 한다"며 "기업이 정상적인 활동으로 특정 목적에 따라 감액배당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매년 하는 배당을 감액배당으로 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윤 과장은 "기재부가 받고 있는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반"이라며 "객관적으로 현황파악을 하면서 조세회피 문제가 있을지에 대해 눈여겨보고 있다. 향후 법안을 만든다거나 검토할 때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회계학과 교수는 "기업이 벌어서 모은 돈이 아닌 주주가 낸 돈으로, 자본준비금을 헐어서 법인이든 개인이든 특정 주주가 세금없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감액배당에 대한 비과세는 법 체계 자체를 흔드는 해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