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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조세개혁 시험대]②복지라는 이름의 낡은 특혜

  • 2025.05.29(목) 07:30

과제2. 군 술·담배 면세, 부녀자 공제 폐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실행할 사람이나 방법이 없어 실현되기 어려운 일을 뜻한다. 우리나라 조세정책에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제도가 많다. 정책 목표를 달성했거나 시대와 맞지 않아 세금만 낭비하는 조세감면 제도임에도, 국민의 반발을 우려해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폐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며 재원은 줄어들고 복지 수요는 늘어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택스워치는 새로 들어설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손봐야 하는 조세감면 제도에 대해 짚어봤다.

국민건강과 성평등을 외치는 2025년. 하지만 군인들에게는 술과 담배를 면세 가격으로 제공하고, 여성에게는 '부녀자'라는 이름으로 공제 혜택을 준다. 과거 사회구조가 낳은 낡은 제도들이 여전히 작동 중인 것이다.

이 제도들은 한때는 합리적이었다. 낮은 월급과 폐쇄적 환경에서 군 복무를 하던 병사에게는 담배와 술이 작은 보상이었고, 남성 생계부양자가 중심이던 시절엔 여성의 취업 자체가 공제받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다. 비흡연 장병이 늘어나고, 여성의 경제활동은 특이한 일이 아닌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제도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군인의 담배 면세, 어떻게 시작됐을까

군인의 담배 면세 혜택은 일종의 복무 보상으로 시작됐다. 1970~1980년대만 해도 장병 급여는 최저 생계선에도 미치지 못했고, 외출·외박도 자유롭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군 복무 중 필수 생필품과 일부 위문품 성격의 품목에 대해 세금 부과를 하지 않는 군 면세 특례제도가 도입됐다.

2008년까지는 장병 1인당 이틀에 한 갑 꼴로, 한 달에 담배 15갑을 무상 지급했다. 그러나 2009년, 국방부는 "군에 보급되는 면세담배가 병사들의 흡연을 조장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반영해 면세담배 지급을 중단한다"고 밝히며 무상 지급을 폐지했다.

그럼에도 면세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현재 국방마트(PX)에서는 시중보다 약 30~4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술과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 이 또한 여전히 복지라는 이름으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군 장병의 70% 이상이 흡연자였고, 면세 혜택에 대한 문제 제기는 드물었다. 하지만 2019년 기준 흡연 장병 비율이 39%까지 감소하면서 비흡연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군인의 복지를 담배와 술이라는 수단에 기대야 할 이유는 없다. 현재 시행 중인 장병 자기계발 바우처는 연 40만원 규모로, 어학·자격증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제도적 틀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면세 체계의 단계적 축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부녀자 공제, 왜 생겼나

연말정산 항목 중 하나인 부녀자 공제 역시 이름부터 지금의 감수성과 맞지 않다. 부녀자 공제는 미혼 또는 기혼 여성 근로자가 단독 생계 부양자인 경우, 종합소득금액이 3000만원 미만이면 연 50만원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90년대 중반 만들어졌다. 당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40%대 초반이었고, 세대주인 여성은 드물었다.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이 일을 하면 이중 부담을 진다는 사회적 인식 아래, 일종의 사회 진출을 장려한다는 의미로 공제 혜택을 부여했던 것이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60%에 육박하고, 세대주 여성의 비율도 30%를 넘어섰다. 맞벌이가 일반화된 지금, 특정 성별을 이유로 받는 감세 혜택은 성평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부녀자 공제가 저소득 근로자에게 주는 공제라면 이해가 가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정책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독일 등은 성별이 아닌 생계 능력과 가족 구성에 따른 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세법상 부양가족 공제를 적용할 때 성별과 무관하게 부양가족의 소득 수준, 관계, 거주 여부 등의 기준에 따라 공제를 적용한다. 누가 생계를 책임지는지, 실질적 부담을 지고 있는지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독일 역시 납세자의 가족 구성과 경제적 책임을 중심으로 한 세율 체계를 운영한다. '세율등급(Steuerklasse)' 제도를 통해 미혼 부모, 맞벌이 부부, 외벌이 부부 등 다양한 생활 유형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한다.

☞<[새 정부 조세개혁 시험대]③독신세 신설>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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