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해외신탁을 이용한 고액자산가의 세금 회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
올해 해외신탁 신고제도를 처음 시행한 데 이어, 앞으로는 해외신탁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제보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한다. 신고 의무 위반에 따른 과태료 한도도 현행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10배 높인다.
재정경제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신탁명세 미제출 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를 신설한다.
해외신탁 신고 의무 위반 사실을 제보해 과태료가 부과되면 그 금액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과태료가 2000만원 이상 2억원 이하이면 15%, 2억원을 초과하면 10%의 지급률이 적용된다. 기존에는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지급률이 5%였지만, 개정안은 2억원 초과 구간의 지급률을 10%로 올리고 상한을 없앴다.

국세청은 해외신탁을 재산 은닉 방법 중 가장 진화한 형태로 보고, 고액자산가가 해외신탁에 보유한 재산과 지배구조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외신탁은 재산의 법적 소유권이 수탁자(재산을 관리·운용하는 사람 또는 기관)에게 이전되고, 재산을 맡긴 위탁자와 이익을 받는 수익자가 다를 수 있어 실질적 소유자와 지배자를 파악하기 어렵다.
고액자산가가 차명으로 만든 페이퍼컴퍼니에 재산을 넣은 뒤 해당 회사의 지분을 다시 해외신탁에 맡기면 구조는 더욱 복잡해진다. 겉으로 드러난 명의만 따라가서는 실제 재산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2중·3중의 재산 은닉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계좌 송금·수신 내역을 추적하거나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자료를 분석해 해외신탁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러나 해외에 설정된 신탁은 실제 수익자와 지배자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데다 관련 자료를 국내에서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해외신탁 미신고 사실을 알고 있는 관계자의 제보까지 활용해 과세 사각지대를 좁히기로 했다.
금융회사나 신탁회사 관계자뿐만 아니라, 해외신탁의 설정이나 운용, 자산관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의 제보도 재산 은닉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해외신탁 미신고 과태료 한도 10배 인상
해외신탁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제재도 강화된다.
현재 해외신탁명세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하면 해외신탁재산 가액의 10% 이하에서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과태료 상한이 1억원으로 제한돼 있어 거액의 재산을 신탁에 넣은 고액자산가에게는 제재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과태료 한도를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수백억원대 재산을 해외신탁에 맡기고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만 부담하면 되는 구조를 손질해 신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탈세·재산 은닉 포상금 한도 폐지…탈세제보 늘어날까
탈세제보와 체납자의 은닉재산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존 포상금 지급 한도도 폐지하고 지급률을 높인다.
현재 국세 관련 포상금 한도는 탈세제보의 경우 40억원, 은닉재산 신고 포상금은 30억원, 그 외 포상금은 20억원이다.
관세의 경우 탈세제보 포상금 한도는 1억5000만원, 은닉재산 신고 포상금은 10억원, 그 외 포상금은 1억5000만원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포상금 한도가 폐지돼 추징세액에 구간별 지급률을 적용해 산정한 포상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신용카드 결제 거부, 현금영수증 거부·미발급 신고포상금 한도는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한도가 연 1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상된다.

포상금 지급 대상이 되는 최소 추징세액 기준도 낮아진다. 국세는 현행 5000만원 이상에서 3000만원 이상으로, 관세는 20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완화된다.
지급률도 상향된다. 국세는 추징세액 5억원 이하 구간의 지급률이 20%에서 30%로, 5억원 초과 20억원 이하 구간은 15%에서 20%로 오른다. 20억원을 초과하는 추징세액에는 10%의 지급률이 적용된다. 현행 제도는 20억~30억원 구간에 10%, 30억원 초과분에 5%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탈세제보로 3000만원이 추징됐다면 현재는 최소 추징세액 기준에 미달해 포상금을 받을 수 없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추징세액의 30%인 9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제보를 토대로 1000억원이 추징된 경우에는 현행 제도상 포상금 한도인 40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도가 폐지되면 구간별 지급률을 적용해 총 102억5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