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며 재원은 줄어들고 복지 수요는 늘어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택스워치는 새로 들어설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손봐야 하는 조세감면 제도에 대해 짚어봤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헤어질 결심, 지금이 적기다
너무나 유명한 동화 '양치기 소년'은 처음에 장난으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하다가, 나중에는 진짜 늑대가 나타나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 상황이 돼 버렸다.
우리나라 조세정책에는 폐기한다고 했지만 10번이나 이를 뒤집은 제도가 있다. 바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다.
1999년에 도입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제도는 소득 양성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현금 거래가 대부분이던 당시 자영업자는 소득신고를 누락해 탈세하는 일이 많았다.
이에 과세당국이 눈을 돌린 것은 신용카드였다. 신용카드의 경우 결제 내역이 실시간으로 전산에 입력되기 때문에 자영업자가 매출을 누락하기 어려운 구조다.
우리나라에 신용카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69년으로 오래됐지만, 당시에는 '외환카드' 하나뿐이었다. 외환카드는 해외에서만 결제가 가능해 고위직이나 자산가들만 사용했다.
일반 국민들이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첫 신용카드는 1980년 국민은행이 출시한 '국민신용카드'였다. 이후 비씨카드(1982년), 삼성카드(1988년), LG카드(1991년) 등이 출시됐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현금거래를 선호했다.
이런 국민들의 인식을 바꾼 것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사용액의 일정 부분을 소득공제해 주는 이 제도는 도입 당시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자영업자의 소득 양성화라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면 폐기될 운명이었다.

달달한 '공돈'의 유혹…올해는 어떻게 될까?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국민에게 무척 달콤한 제도였다. 어차피 생활용품이나 외식, 교육비 등 필수적으로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제수단을 신용카드로만 바꾸면 세금을 환급해주는 것은 가만 있어도 받는 '공돈(공짜 돈)'처럼 느껴졌다.
이 제도는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는 신용카드 사용액의 15%를 공제해준다(공제율은 시기마다 다 바뀌었다). 현금영수증 공제율은 30%, 전통시장·대중교통 공제율은 40%로 근로소득자라면 대부분 혜택을 보고 있다. 미혼 근로자의 경우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가 유일한 공제 혜택이나 다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라는 말만 나오면 국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이슈가 선거에 불리해지자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일몰기한을 2년 또는 3년 연장하는 식으로 제도를 유지해왔다. 일몰기한은 해당일이 지나면 제도가 종료되는 것을 뜻한다.
현재 이 제도의 일몰기한은 올해 12월 31일이다. 세법개정을 하지 않는 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올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종료된다.
국회에서도 이를 영구화하지 않고 계속해서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이유는 소득 양성화라는 정책 목적을 이미 달성했으므로, 제도를 영구화할 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의 연간 조세지출 규모는 2023년 3조9458억원에서 2024년(잠정) 4조1183억원, 2025년(전망)은 4조3693억원으로 조세지출 항목 중 4위를 차지한다. 저소득 근로자를 지원하는 정책 목표를 가진 근로장려금의 경우, 2025년(전망) 지출 규모가 4조8520억원이다.
정책 목적을 이미 달성한 신용카드 등 사용액 소득공제와 근로장려금 지출 규모가 비슷한 4조원대인 것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항목의 조세지출 규모가 큰 데다, 올해 일몰이 예정된 만큼 새 정부가 탄생한 올해가 제도 축소 또는 폐지를 할 적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추진 동력이 있을 때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2000만명이 넘는 근로자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제도이기 때문에 급진적인 방법보다는 점진적 축소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한 세무사는 "국민 각자에게는 이것이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과 같다. 오랜 기간 주던 혜택을 빼앗는 것은 생계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라며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국민적 반발을 줄이고, 공제 혜택 축소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원한 숙제 '근로자 면세 비율 줄이기'
근로자의 면세 비율을 줄이는 것은 정부의 영원한 숙제다.
근로자는 매달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통해 일정액의 세금을 내지만, 연말정산 과정에서 각종 소득·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 이 과정에서 결정세액이 0원이 될 경우, 납부했던 세금 전부를 돌려받으면서 면세자가 되는 것이다.
면세자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4년이다. 당시 면세자 비율이 전체 근로자 중 48.1%나 되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근로자 10명 중 절반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시기부터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과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대두됐고, 면세자 비율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7년에는 이종구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 총급여 20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에게 월 1만원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근로소득세 최저한세'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납세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상징성 있는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4년 48.1%로 정점을 찍었던 근로자 면세자 비율은 2017년 41%, 2019년 36.8%, 2020년 37.2% 2021년 35.2%, 2022년 33.6% 2023년 33%를 기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소득세 체계를 개편하지 않아도 물가 상승으로 면세자 비율은 자연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보편과세 원칙이 흔들리는 등 조세저항의 불씨를 남겨놓는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적극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지적이다.
☞<[새 정부 조세개혁 시험대]②복지라는 이름의 낡은 특혜> 기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