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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조세정책 트렌드…법인세·담뱃세 올리고, 재산세 낮춘다

  • 2025.12.22(월) 07:00

OECD·세계 86개국, 2024년 조세정책 개편 동향 분석

조세제도 개편은 우리나라만의 숙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은 세제를 경제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며 끊임없이 손질하고 있다. 특정 산업을 키우거나, 재정을 확충하며, 빠르게 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국제적 흐름)를 참고해 세제개편 방향을 잡아 왔다. 그렇다면 세계는 최근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방향은 선명하다. 법인세는 올리고, 재산세는 낮추는 흐름이 글로벌 조세정책의 뚜렷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법인세율 올린 국가가 더 많다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는 최근 발표한 '조세정책 개편 동향' 보고서에서 "팬데믹, 인플레이션 위기 동안 계속됐던 조세감면 추세가 약화되거나 반등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OECD 포괄적이행체제(IF)에 속한 86개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4년 한 해 동안 발표되거나 시행된 세제개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법인세는 개편 기조 변화가 가장 뚜렷한 세목이다. 2000년 이후 꾸준히 낮아지던 평균 법인세율은 2023년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멈췄고, 2024년에는 오히려 인상한 국가가 인하한 국가보다 많아졌다. 이는 고령화 등 각국의 지출 수요가 확대되면서 재원확보 필요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표준 법인세율을 낮춘 국가는 포르투갈·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 등 단 3곳에 불과하며, 인하 폭도 1%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반면 체코·아이슬란드·리투아니아·슬로베니아·슬로바키아 등 5개국은 법인세율을 인상했고, 이 중 3개국은 최소 2%포인트 이상 올렸다. 인하 기조가 꺾였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전 세계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28%에서 2024년 21%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다.

10개 넘는 국가에서는 은행·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증세 조치도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은행 이익에 50% 세율을 적용했고, 이스라엘은 대형 은행에 6% 추가세를 부과한다. 일본은 법인세 납부액에 부과되는 추가 부가세 4%를 매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가가 투자 촉진,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세제지원을 계속한다. 투자공제를 늘린 국가는 18개국으로, 축소한 7개국보다 훨씬 많았다. R&D 관련 조세혜택도 2000년 20개국에서 2023년 31개국으로 늘었다. 

고소득자는 증세, 저소득자는 감세

대부분 국가에서 세입의 중심축은 소득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고소득국에서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4%에 달한다. 독일과 미국은 60%를 넘고, 한국도 46%(소득세 20%·사회보장기여금 26%) 수준이다.

국가재정이 소득세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재정 확충이 필요해진 일부 국가는 소득세 인상을 택했다. 그중에서도 담세능력이 높고,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소득자'가 증세 타깃이 되고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린 국가는 4곳이었다. 라트비아는 20만 유로(한화 약 3억3000만) 이상 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3%포인트 높였고, 노르웨이는 상위 3개 소득 구간 세율을 10%씩 인상했다. 에스토니아와 맨섬도 최고세율을 기존 20%에서 22%로 올리며 고소득자 증세 흐름에 합류했다. 

반면 저소득자의 세 부담을 낮추려는 움직임은 뚜렷하다. 오스트리아는 가장 낮은 두 개 소득 구간 세율을 각각 2.5%포인트·3%포인트 인하했고, 네덜란드는 최저 세율(32.82%)이 적용되는 새로운 소득 구간을 신설했다. 

독일은 최고세율 구간을 제외한 모든 소득 구간 기준을 상향해 과세 범위를 줄였고, 일본은 기본공제액을 10만엔(95만원)에서 58만엔(550만원)으로 크게 늘리면서 소득 수준에 따른 추가공제도 도입했다.

부동산 보유세는 낮추고, 투기성 매매엔 규제

재산세는 부동산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라는 '투트랙' 기조가 세계적 표준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여러 국가가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 보유·거래세를 낮췄다. 그리스는 주거용 부동산보험 가입액이 50만 유로(약 8억3000만원) 이하인 경우, 개인의 재산세 공제율을 10%에서 20%로 두 배 올렸다. 네덜란드는 부동산 거래세 기본세율을 10.4%에서 8%로 낮췄고, 포르투갈은 36세 미만 청년이 도심 지역에서 실거주용 주택을 구입할 때 거래세를 아예 면제했다. 

반면 투기성 매매에는 규제를 더 가했다. 아일랜드는 빈집세 세율을 표준지방세 세율의 5배에서 7배로 높였다. 아일랜드는 주택 대량(1년 동안 10채 이상) 매입에 대해 인지세를 10%에서 15%로 인상했다. 

재산세 분야에서 상속·증여세만 떼어내면, 감세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가 여럿 있다. 덴마크는 가족기업을 가족 구성원에게 이전할 때 적용되는 상증세율을 5%포인트 낮췄으며, 부동산 사업체 이전 시 발생하는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이연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은 장례·상속 절차 비용 공제액을 물가상승률에 맞춰 상향 조정했다. 

건강에 해로운 소비에는 세금을 더 매기는 부분도 두드러진 흐름이다. 담배에 붙는 소비세를 인상한 국가는 16곳에 달하고, 술과 가당음료는 각각 4개·2개국이 세율을 올렸다. 반대로 뉴질랜드는 기존 담배보다 위해성이 낮은 가열담배로의 전환을 유도하려 소비세를 절반으로 낮췄다. 

OECD 대한민국 대표부는 "높은 국가부채, 인구구조 변화, 국방비 증대·신규지출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모든 소득 수준의 국가들이 더 많은 세수를 동원하기 위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세당국은 소득·법인·소비·재산세 등 각국의 조세정책 동향을 면밀히 검토해 조세정책 수립·세정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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