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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마다 '세법 대수술'…이재명표 세법개정안은?

  • 2025.06.13(금) 07:00

집권 1년차 세제개편안 리뷰(김대중 정부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는 매년 바뀐다. 조변석개식이라는 비아냥도 없지 않지만, 자주 손질되는 조세정책에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경제·사회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든지, 국제적 규정에 발맞춰 새롭게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권교체기에는 '대수술'이라고 불릴 만큼 조세제도의 변화가 크다. ①대선 공약 이행을 넘어 ②새로운 정부의 경제 철학과 정책 방향을 드러내고 ③정치적 동력이 강한 시기에 과감한 개편을 단행하려는 의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역대 정부에서 그랬듯, 이재명 정부에서도 집권 첫해에 국민과 시장에 자신들의 경제 철학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의 색깔에 따라 조세정책이 과거로 회귀할지도 모른다. 역대 정권 초기에 세법 개정의 흐름을 살펴보고, 새 정권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설계될지를 가늠하고자 한다. 

김대중 정부 : IMF 외환위기 극복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태였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금융 안정화·외국자본 유치 등을 추진했고, 세제 정책도 이 목표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김대중 정부의 취임 첫해인 세제개편 방향에서 합병분할과 현물출자 등 기업의 조직변경과 사업조정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시기에 도입된 구조조정 관련 세제 특례는 이후에도 한국 세법의 기틀로 자리 잡아, 이후 정권에서도 구조조정 지원 세제로 이어졌다. 

기업이 부실자산(부동산 등)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여주는 식의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하는 발판도 만들었다. 

김대중 정부의 첫해 세제개편은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정책의 무게는 경제 주체 중 하나인 기업 감세에 쏠려있었다. 외환위기 이전에 중단됐던 투자세액공제를 부활해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시행했고,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5년간 법인세를 전액 면제한 후 추가로 5년간은 50%까지 감면하는 파격적인 지원책도 내놨다. 

노무현 정부 : 종부세의 탄생

노무현 정부의 조세정책은 당시 야당으로부터 '세금 폭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비난받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감세 색깔이 더 짙었다. 

2003년 8월, 노무현 정부 첫해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기업의 어깨를 두드리며 "더 달려봐!"라고 격려하는 모양새였다. 세제개편안의 첫 번째 과제의 제목만 보더라도 ‘기업하기 좋은 조세환경 조성’이었다. 

구체적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율을 올리고, 중소기업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2%에서 10%로 낮췄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중 일부를 최저한세율 적용 대상에서 빼주겠다는 안도 담았다. 

세금 폭탄이란 꼬리표가 붙은 건 조세형평성 부문으로, 당시 개편안엔 상속·증여세를 완전포괄주의로 전환하고, 부동산 단기 양도차익에 대해 세 부담을 높인다는 계획이 담겨 자산가들의 뒷목을 서늘하게 했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 강화'라는 정책 기조는 기름을 부었다. 그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보유세 개편 방안에 '종합부동산세'라는 새로운 이름의 세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종부세가 본격 시행된 2005년, 3만6000명이 총 392억원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종부세 납부자는 무려 54만8000명으로 불어나 총 5조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19년 만에 납부 인원은 15배, 과세금액은 127배로 폭발적 성장을 보여줬다.

종부세는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중과세'라는 꼬리표를 떨치지 못한 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명박 정부 :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부자 감세

'2008년 세제개편안'은 저세율과 합리적 과세를 기본방향으로 삼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세율은 낮추고, 왜곡된 조세체계를 합리적으로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모든 세목에 반영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자기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 개편이란 평가가 짙었다.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법인세율 인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3%포인트, 2011년부터는 20%로 다시 2%포인트 낮추도록 했다. 법인세 감세를 통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고, 그 혜택이 국민경제 전체로 확산할 것이란 기대였다. ‘낙수효과’를 노린 것이다. 

특히 경기 부양 도구로 부동산 세제도 만지작거렸다. 상속·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소득세율과 똑같이 6~33%로 낮추고, 1세대 1주택 양도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고가 주택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도 담았다. 

당시 야권에선 이런 감세가 '강부자(강남 땅부자)'를 위한 세제개편이라고 할 정도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이에 상속세율 인하 등 일부 세제개편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소득·법인세 인하 관련해서 고소득자·대기업에 해당하는 부분도 일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철회됐다. 

박근혜 정부 : 연말정산의 대혼돈

이명박 정부는 감세 중심의 '기업 프렌들리(친기업)'라는 분명한 기조가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명확한 세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세입 확대와 복지 확충이란 두 과제를 조화시키기 어려운 구조였다.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세법 개정의 중심축 중 하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이 발표(2013년 8월)되자 증세 없는 복지가 과연 가능하냐는 논란이 터졌다. 인위적으로 세율을 인상하는 정공법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개편안은 주로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에 무게를 뒀다.

문제는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을 추진한 부분이다. 이 조치로 연 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중산층·서민 증세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거위로부터 고통 없이 깃털을 뽑는 방식"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당시 정부는 '증세=세율 인상'이라고 주장했지만, 납세자 입장에선 세법개정안을 증세로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결국 정부는 연 5500만원 소득의 근로자는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하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는 부분도, 기술혁신형 인수합병(M&A)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리고 창업 기업에 대한 과세특례를 추가하는 등 정책 지원 수준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 : 부동산 세금의 역습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간접적 방식(세액공제 전환 등)의 세수 확보를 노렸다면, 문재인 정부는 인위적으로 세율을 건드리는 정면 돌파형 증세를 택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2017년)엔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이전 정부의 논리를 뒤집었다. 

조세저항이 덜한 고소득자도 증세 타깃으로 삼았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는 것이었는데, 이를 두고 면세근로자 문제를 방치한 채 고소득자에게만 세부담을 떠안겼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조세정책 중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분야는 단연 '부동산 과세'였다. 세제 철학은 조세 형평성·자산 불균형 해소에 초점을 맞췄지만, 정책의 강도 등으로 인해 국민 반발과 시장 혼란이 동시에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집권 1년 차인 2017년부터, 세금부터 대출·청약·재건축· 등 전방위적인 규제를 가했다. 이듬해 9월에는 종부세율을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높이고,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매년 올리는 식의 초강경 대책을 내놨다. 

정책 당위성을 떠나,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통제에 실패하면서 조세부담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결과, 중산층과 수도권 실수요자 표심이 돌아서면서 정권교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 : MB 평행이론

윤석열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과 유사하다는 평가, 즉 'MB 평행이론'이라는 분석이 있다. 두 정부 모두 '감세를 통한 성장 유도'를 핵심 기조로 삼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두드러진다. 

실제 윤 정부의 첫 세제개편 방향(2022년 발표)은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우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했는데,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도 같은 세율을 적용한 적이 있다.(당시 야당의 반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은 1%포인트 인하한 24%로 확정됐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옛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없애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늘리는 등 기업 과세제도를 여럿 손질했다. 

주택 수에 따라 차등 과세했던 종부세를 '집값' 기준으로 전화하고 세율을 조정하는 조치도, 부동산 세제를 완화한 이명박 정부 때와 유사성을 띤다. 

감세를 통한 성장 유도 전략은 기업의 투자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대규모 감세만 추진하려다 보니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단 경고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실제 당시 정부가 예측한 5년(2023~2027년) 동안의 감세 규모는 64조4000억원으로, 2008년 이명박 정부(5년간 82조5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2022년 말, 대기업·집주인에 감세 초점을 맞췄던 개정안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부자만을 위한다'는 논란이 거세진 데 따라 손질이 되며, 감세 규모도 줄어들었다.

이재명 정부 : 실용주의(전망)

6·3 대통령 선거 직후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의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저성장 고착, 3년 연속 세수결손 현실화, 인구구조 변화, 복지 재정 수요 급증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경제성장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가 조세 정책이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정책 철학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새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통해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상속세 과세 체계를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현행 상속세 체계는 유지하되, 공제 한도 확대를 통한 부담 완화를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상속세 개편 대선공약은 ▲일괄공제 한도 5억→8억원 상향 ▲배우자 공제 5억→10억원 상향 ▲최고세율 50%, 최대주주 할증 유지 등이다.

소득세는 근로소득세를 중심으로 세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적공제 중 기본공제를 현행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상향하고, 월세 세액공제 확대, 자녀 수에 비례한 소득공제율 확대 등이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부동산세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는 유지하되, 실수요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와 취득세 감면, 대출 규제 완화 등을 병행하는 '핀셋형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요구해 온 재계와 국민의힘의 주장과 달리, 이재명 정부는 세율 조정보다는 공정과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AI·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등 파격적인 세제지원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선서를 통해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를 내비쳤다.

문제는 시간이다. 세법개정안은 통상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에 발표된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이미 개정안의 밑그림을 완성했을 시기이지만, 새 정부가 탄생하면서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세제실이 세법개정안의 방향 전환을 논의하거나 파격적인 안을 만들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에는 이재명 정부의 조세 철학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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