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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국회도 '직장인 공략'…쏟아지는 감세 패키지

  • 2025.09.10(수) 14:41

국회 계류 '연말정산' 관련 세법개정안 분석

9500원.

한 민간 기업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전국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직장인이라면 한 끼 해결에 1만5000원이 든다. 급기야 점심값을 아끼려 구내식당 투어를 다니거나 도시락을 싸 오는 게 일상이 됐다. 여기에 부양가족이 있다면 가계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자녀 한 명을 키우는 데 드는 양육비(2024년 기준)는 월평균 72만원, 중·고등학생 땐 91만원 이상으로 불어난다. 

사실 직장인들의 밥값과 양육비는 근로 유지에 필수적인 비용(필요경비)으로 보고, 연말정산에서 비과세·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교육비 공제 제도는 10년 넘게 큰 손질이 없었고, 최근 한 차례 손본 식대 비과세 한도도 현실과 격차가 크단 시각이 짙다. 구닥다리 세법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국회에선 직장인의 가계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세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직장인 감세 패키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

세법개정안 686건…조특 > 소득 > 상증順

22대 국회 두 번째이자 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가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수백 곳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끝이 나면, 예산안 정국이 본격화한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연동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세법'이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법률안을 분석한 결과, 이달 3일 기준으로 국세 부문 19개 법률에 대한 686건(의원입법 673건·정부안13건)의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세법심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맡고 있는데, 이 상임위에 논의될 법안(1024건) 중 약 67%가 세법과 관련된 법안이었다. 

비과세·감면 운용이 많은 조세특례제한법이 408건으로, 타 세목과 비교해 가장 많았다. 비율로는 절반을 훌쩍 넘긴다. 정책적 목적에선 차이를 두고 있으나, 국회가 감세 기조를 강화하고 있단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소득세법(123건), 상속세 및 증여세법(48건), 법인세법(18건), 국세기본법(17건), 부가가치세법(16건)·관세법(16건) 순이다.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세 대상이 되는 다자녀 가구의 자녀 기준을 '2명 이상'으로 하는 개별소비세법, 세무사의 직무에 대해 정부가 '보수' 기준을 정하는 세무사법을 포함해 관세사법·국세징수법·주세법·증권거래세법 등 계류된 법안 개수가 10건 미만인 기타 세법은 모두 30건이다. 

여야 구분 없는 '직장인 감세' 기조

22대 국회에서 감세 법안은 여럿 발의됐지만, 정책적 목적은 궤를 달리한다. 그중에서도 '직장인 연말정산 공제'에 무게가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여야 구분 없이 근로자·가정 중심으로 세법을 손질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재 근로자가 받는 급여 중에서 월 20만원 이내의 식대에 근로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데, 이 기준금액을 25만~30만원으로 올리는 안이 있다. 식대 비과세 한도는 2003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오른 뒤 20여년 간 제자리였다. 2023년부터 20만원으로 올랐으나, 여전히 물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많다. 기본공제 대상인 직계비속, 형제·자매 연령 상한을 현 20세에서 23~25세로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예체능 교육기관이 실질적인 돌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예체능 학원의 교육비에 대한 세액공제 대상을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 범위까지 확대하거나, 아이돌봄 서비스 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 넣는 안도 계류되어 있다. 식대와 교육비 공제는 직장인들이 매년 연말정산에 체감하는 부분이라 표심을 겨냥한 조치로 평가된다. 

집행기관장인 임광현 국세청장도, 국회의원 재직 시절에 연말정산 공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13건 발의한 바 있다. 종합소득세 기본공제액을 상향 조정(150만원→180만원)하거나, 부부간 신용카드 사용액 합산을 허용하는 안도 있다. 

의원 다수가 무게를 둔 부분을 키워드로 살펴보면 주거 안정(월세 세액공제·임차주택 관리비 세액공제 등), 소비 진작(신용카드 공제 등), 청년(주택청약 비과세, 비수도권 청년 소득세 감면 등)이 있었다.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연말정산과 관련된 법안은 전체의 10%(68건)였다. 근로소득자 감세라는 정책 목적으로만 따지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정부안도 '연말정산' 핵심 키워드로 삼아

정부도 자녀 수에 따라 연말정산 공제 혜택을 늘리는 구조로 세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2025년 세제개편안'에는 소비부터 주거까지, 연말정산 공제 대상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골 과제인 신용카드 공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신용카드 공제 한도는 자녀 수와 관계없이 200만~300만원이다. 개편안은 내년부터 공제액을 자녀당 50만원(최대 100만원)씩 올렸다. 총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라면 공제액이 300만원인데, 자녀가 두 명일 땐 400만원이 되는 구조다.

월세 세액공제 대상인 주택은 '국민주택규모(수도권·도시지역 85㎡, 수도권 외 100㎡ 이하)·기준시가 4억원 이하'인데, 개편안에 따라 세 자녀 이상일 땐 지역구분 없이 100㎡ 이하 주택도 공제가 가능해진다. 다수 의원이 발의했듯, 정부안도 9세 미만인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예체능 학원비를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넣었다. 예체능 학원비로 매월 20만원을 지출했다면, 연말정산 때 36만원(240만원×15%)을 세액공제 받게 된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도 직장인 체감형 지원책이 배치됐다. ①인구감소지역 소재 중소기업 근로자 5만4000명에게 월 4만원 상당의 식비를 지원하는 '직장인 든든한 한끼'를 실시하거나 ②월 10만원을 주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 범위를 만 7세 이하에서 만 8세 이하로 넓히며 ③월 5만~6만원으로 전국 지하철·버스를 최대 2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정액 패스'를 도입하는 것을 대표 사업으로 꼽을 수 있다. 

이번 국회발 직장인 감세 패키지와 정부안이 방향성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국회가 조세특례제한법을 중심으로 감세안들을 쏟아내고, 정부가 연말정산 중심의 세제개편과 예산지원까지 나서면서 '직장인 지갑 두둑하게'라는 목표에는 여야·정부 간 인식 차이가 크지 않다. 다만,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 우려와 재정건전성 문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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