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해 국세청의 징세 행정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주목됩니다. 세무조사만으로 부족한 세수를 모두 채우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세무조사 강도를 느슨하게 가져가기도 쉽지 않은 일이죠.
세무 전문가들은 최근 흐름을 볼 때, 세무조사가 특정 대상에 집중하기보다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산가나 사업자만을 겨냥하기보다는, 자금의 출처를 중심으로 거래 전반을 살펴보는 방식이 현실이라는 분석인데요.
돈의 흐름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세무조사가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는 행정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두고 세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무조사 일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조사에 무게…이미 드러난 신호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어디에 무게를 둘지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습니다.
지난 11월, 국세청은 부동산거래와 관련한 탈세 행위만을 겨냥한 별도의 신고센터를 만들었습니다. 탈세 신고에 센터라는 전담 조직을 두면서, 부동산 분야만을 특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부동산 투기나 편법 증여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밖에 없겠죠.
부동산 시장의 '돈줄'을 빠르게 추적하겠다는 방향성도 분명히 했습니다. 현재 국세청은 자금조달계획서에 쓴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자금출처가 불분명할 때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는데요. 국토교통부로부터 넘겨받는 전산 정보(자금조달계획서)를 기존의 한 달 주기가 아닌, 실시간으로 공유받는 것으로 바꾼 것입니다.
부동산거래 검증에 힘을 주고 있다는 부분은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세무조사 규모는 1만3980건이었고, 이 가운데 양도소득세 관련 조사는 전체의 약 24%(3342건)에 달했습니다. 자금출처 조사(338건)와 기획부동산 조사(39건)을 포함하면, 부동산거래 관련 조사는 총 3719건이었습니다. 부동산 거래가 많은 서울지방국세청 관할에서 이뤄지는 조사는 전체의 39%(1457건)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감소세를 보였던 부동산거래 세무조사가, 이재명 정부의 투기 차단 기조 속에서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5년(2020년~2024년)간 부동산거래 관련 세무조사 건수를 보면, 투기 억제 정책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연간 4000건을 웃돌았습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조사 건수가 3000건대로 내려왔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세무 전문가들은 올해 세무조사 키워드로 '개인 확대'를 꼽고 있습니다.
이우용 송정회계법인 대표회계사는 "예전에는 자산가나 사업자만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여겼지만, 앞으로는 일반 근로자나 전업주부, 학생도 아파트를 매수한 뒤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을 요구받을 수 있다"며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면 세무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준조사·AI·성과급까지…체감 강도 높아질 세무조사
아직 새해(2026년) 세무조사 운영 방향이 공식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사 건수 자체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1만4000여건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최근 수년간 세무조사는 연간 1만4000건 안팎에서 이뤄졌고, 현재의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조사 규모를 급격히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과도한 조사 확대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죠.
다만 세무조사의 체감 강도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과세자료 해명 등 이른바 준조사 영역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조겸 세무법인 엑스퍼트 대표세무사는 "세수부족 문제도 있어, 과세 행정의 대응 능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과세자료 해명, 사업검증, 사후검증 등 세무조사처럼 세금을 내야 하는 절차까지 포함하면 국가의 대응 능력이 훨씬 더 넓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힘을 빌리겠다는 부분도 변수로 꼽히죠. AI를 활용한 과세자료 분석이 확대되면서 조사에 투입되는 행정력은 줄어드는 반면, 자금 흐름 이상 징후를 포착해 소명을 요구하는 건수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우용 대표는 "조사 한 건에 들이는 시간과 인력이 줄어들수록, 행정이 닿는 범위는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세공무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시장의 주목을 받습니다. 김현성 세무법인 리원 대표세무사는 국세청의 '성과보상제'를 들며 "조사 강도가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직접적인 조사 확대를 의미하지는 않더라도, 조사 실적과 성과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경우 조사 강도나 접근 방식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무조사 현장이 달라진다
세무조사 운영 방식에서 '현장 상주'라는 키워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조사 범위보다, 조사 방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세무조사라고 하면 조사팀이 사업장에 상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구시대적인 조사 방식이 됐죠.
세무조사 패러다임이 바뀐 건, 지난 9월 임광현 국세청장이 세무조사 혁신의 사례로 '현장 상주 조사 최소화'를 공식화했을 때부터입니다. ①영업상 비밀 유출 우려, 조사 관서 방문 부담 등으로 납세자가 상주 조사 방식을 원하거나 ②자료 미(지연)제출 등으로 원활한 세무조사 진행이 어려울 때만 현장 조사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 불편을 줄이는 조치는 또 있습니다. 영세납세자가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보호담당관의 조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참관 대상 기준 수입금액을 완화하는 것입니다. 현재 기준은 개인 10억원·법인 20억원인데, 국세청은 이 기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