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1월 20일, 서울에 아파트(공시가격 20억원) 한 채를 보유한 A씨는 세무서로부터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았다. 고지서에는 과세 근거가 적혀 있었고, 이에 따라 A씨가 납부해야 할 금액은 약 300만원. 하지만 어딘가 석연찮은 생각이 들어 세무사에게 자문한 선택이 결과를 바꿨다. 세무사가 살펴본 결과, 국세청의 고지세액과 달리 A씨가 부담할 종부세는 없거나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마터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그대로 낼 뻔한 순간이었다.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대다수 납세자는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국세청이 계산했으니 맞겠지"하고. 하지만 고지서대로 납부했다면, 수백만원을 더 냈을 뻔한 사례는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종부세는 구조적으로 신청하지 않으면 받기 어려운 과세특례가 많아, 해마다 비슷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A씨의 고지서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

한 채 보유, 10년 넘었는데…고지서엔 공제 빠졌다
12월 2일, A씨는 국세청의 종부세 과세처분에 불복(이의신청)했다. 고지서에 9억원으로 적용한 공제 금액, 1세대 1주택자에게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보유기간·연령별 세액공제가 누락됐다는 게 이유였다.
우선 '합산배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A씨의 배우자는 2018년에 등록한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8년)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종부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에서 제외되는 주택이다. 남은 주택으로 계산하면, A씨는 1세대 1주택자로서 9억원이 아닌 12억원의 기본공제를 받아야 한다.
A씨가 해당 주택을 보유한 건 2014년부터다. 재건축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종부세 과세기준일 현재 보유기간은 11년이 넘었다. 종부세법 시행령에서는 '재건축 조합원의 경우 신규 주택의 보유기간은 종전 주택의 취득일부터 기산한다'고 규정한다. 40%(10년 이상~15년 미만)의 공제가 고지서에는 쏙 빠져있었다.
종부세가 '적정하느냐' 여부는 꽤 빠른 시간에 결론 났다. A씨의 세무 대리를 맡은 강승윤 세무법인 센트릭 대표세무사는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려, 쟁점 파악을 순식간에 끝냈다고 한다. 자체 AI 시스템 분석에서 전액 취소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왔고, 이를 토대로 이의신청이 진행한 사안이다. 이후 일부 사실관계가 추가 반영되면서, 최종세액은 대폭 감액된 110만원이 됐다.
이 사례는 앞으로 세무 업무가 AI의 빠른 분석과 세무사의 최종 판단이 결합한 새로운 표준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 김앤장, 태평양, 광장, 율촌 등 대형 로펌(법무법인)에서도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성 제고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강 대표는 "현재 개발한 AI 성능은 1~2년차 세무사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AI는 세무사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세무사가 납세자를 더 잘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오류가 반복되는 이유
A씨의 사례가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종부세는 매년 과세기준일 현재(6월 1일)의 보유 현황을 기준으로 일괄 고지되지만, 정작 핵심적인 과세특례 상당수는 '신청'을 전제로 한다.
일시적 2주택, 상속 주택, 지방 저가 주택(공시가격 4억원 이하), 부부 공동명의 주택은 1주택자 계산 방식을 적용받는 게 대표적이다. 이 대상에 들어간다면, 기본공제 12억원에 더해 연령(60세 이상)·보유기간(5년 이상)에 따른 최대 80%의 세액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실관계가 국세청 내부 자료만으로는 자동 반영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납세자가 별도로 신청(매년 9월 종부세 합산배제·과세특례 신청)하지 않으면, 법령상 명백히 적용 대상이어도 고지서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종부세는 납세자 신청이 없으면 과세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종부세 신고·납부가 있기 두 달 전, 5만여명은 국세청으로부터 종부세 합산배제·과세특례 관련한 신고(신청) 안내문을 받았다. 하지만 신청 기간을 놓치거나 본인이 대상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 결과, 고지서상 오류는 납세자가 이의신청이나 경정청구를 통해서만 바로잡을 수 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특례를 신청하지 않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행 제도상 고지세액의 정확성은 납세자의 신청 여부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