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바람이 전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전문가 집단인 세무·회계 업계는 고민이 크다. AI의 등장으로 복잡한 세법과 예규·판례 검토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확도와 신뢰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필요하다.
생성형 AI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인 할루시네이션(환각현상)은 업계의 큰 고민거리다. 할루시네이션은 AI가 거짓 정보를 실제처럼 제공하는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생성형 AI가 만든 가짜 판례가 법원에 제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내 회계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PwC)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무 전문 AI인 'Tax agent(택스 에이전트)'를 출시로, 세무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택스 에이전트 개발을 주도한 정민수 삼일회계법인 조세그룹 부대표(TAX 파트너)는 최근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전문가가 사용하는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성이다. AI가 각 산업에 도입되는 상황에서,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이 가만 있을 수 없었다"며 "세무 업계에 적합한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 부대표는 "앞으로는 AI를 활용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는 회계사(세무사)로 나뉠 것"이라며 "다만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전문가의 인사이트, 식견, 통찰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전문가가 AI를 비서처럼 활용하면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28년 동안 기업 구조조정, 조세불복, 조세 자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입증한 정 부대표에게 최근 과세 트렌드와 삼일회계법인만의 경쟁력, 택스 에이전트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삼일회계법인에서 28년간 근무하시면서 그동안의 과세 트렌드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계실 것 같은데, 최근 트렌드는 무엇이고 기억에 남는 자문 사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전통적인 과세 테마는 특수관계자에 대한 부당이익을 제공해 과세당국에서 부당행위계산 부인을 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 분쟁이 발생하는 테마이다. 최근에는 이전가격과 관련한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저는 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 자문을 많이 해왔다. 기업 구조조정은 계열분리, 순환출자, 상호출자, 지배구조 단순화, 사업 구조조정이나 합병, 분할, 매각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진행한다.
그중에서 사업 구조조정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이유가 분명하다. 기업이 어렵다거나 업황이 장기 침체되면서 사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제가 자문한 구조조정 이후 기업들이 실적을 회복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보람을 느낀다.
Q. 삼일회계법인은 조세불복 분야에서 선제적인 대응과 해결 능력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삼일은 조세불복만 전문으로 하는 팀이 따로 있다. 그 팀에는 회계사와 세무사, 변호사와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 조세심판원 공무원 출신도 있다. 공무원 출신 중에는 고위공무원으로 퇴직한 분도 있지만, 실무급 출신, 관리자 등 인력이 유기적으로 구성됐다.
맨파워 측면에서 다른 곳보다 우수하고 전문성이 있다. 가장 많은 기업 자문사례와 관련된 경험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불복대응 논리 개발이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앞서나간다.
세법이나 회계 모두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실물경제를 장부에 표시하는 방법이 회계이고, 과세소득을 언제 얼만큼 포착할 것인지가 세법이다. 이는 실물경제와 유리될 수 없다.
삼일은 다양한 업종 사례와 풍부한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실물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고 있으며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논리를 제시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조세불복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잘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능력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삼일은 유관기관에 근무한 분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이를 잘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조세불복은 종합 예술이다. 현황 분석을 잘해야 하고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로직을 잘 짜서 전달을 잘해야 한다. 상대방과 교감하고 설득하는 종합 예술이다.
이건 한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에 달린 일이 아니라 수십년간 쌓인 노하우와 업무역량 경험, 과세관청에서 근무한 분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과세 논리 등이 잘 어우러져 이뤄낸 것이다.

Q. 삼일회계법인은 구조조정, 자문 컨설팅, 조세불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고객들이 삼일을 꼭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병원도 대학병원과 동네병원이 있고,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 비유를 하자면 삼일회계법인은 대학병원에 해당한다. 중병에 걸렸으면 대학병원을 가야지 동네병원에 가면 안 된다.
그렇다고 감기에 걸렸는데 대학병원에 가는 것도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정말 중병에 걸렸으면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
향후 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조세 문제나, 기업의 영업에 차질이 생기는 문제, 재무상 타격이 큰 조세 분쟁 등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삼일을 찾아오는 것이 당연히 맞다. 이는 과거의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만약 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대안이나 차선이 있어야 한다. 플랜B까지 컨설팅 할 수 있는 곳은 삼일 뿐이다. 대학병원을 가면 같은 내과라도 순환기와 호흡기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삼일도 마찬가지로 세분화되어 있다. 전문팀이 따로 있다.
이민을 희망하는 고객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는 팀과 비영리단체 전문 팀, 지방세만 전문으로 하는 팀, 가업승계팀 등 다양하다.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서비스와 관련한 라인업은 다 갖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 조세 문제와 관련해 삼일의 문을 두드리면 우리나라의 정통한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다.
Q. 삼일회계법인에서 세무 전문 AI인 택스 에이전트 개발 TF의 리더를 맡고 계신다. 삼일이 개발하는 택스 에이전트는 무엇이고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택스 에이전트는 소위 말하는 버티컬 LLM이라고 보면 된다. 챗GPT에 대화하듯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답변을 주듯이 택스 에이전트도 세금과 관련해서 우리가 궁금한 것을 알려준다.
기존에는 키워드로 검색해 유사한 자료를 찾는 방식을 사용했다. 문제는 정확한 키워드를 입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키워드로 검색하면 이 사건과 유사한 판례가 나오겠다고 인지하는 것 자체가 노하우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경험과 실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는다.
※ 버티컬 LLM은?
챗GPT 같은 범용 모델은 광범위한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해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답변할 수 있지만, 특정 전문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이나 용어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버티컬 LMM은 법률, 의료, 금융 등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별도로 학습해 해당 분야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인 도메인 특화 LMM으로 이해하면 된다.
키워드 검색 방식은 자료를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찾더라도 막상 읽어보면 관련이 없는 자료도 나온다. 내게 맞는 예규·판례를 찾기 위해서는 수백개의 원문을 확인해야 한다.
삼일의 택스 에이전트는 자연어로 대화하듯이 물어보면 관련된 예규·판례를 찾아주고 추론을 통해 검토 결론까지 내준다. 다만 전문가의 검토 결론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아 더 발전시켜야 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준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개발은 지난해 3월부터 해서 시장에 일찍 오픈할 수 있었지만, 섣불리 출시했다가 업계 최고인 삼일의 명성에 누가 될까 싶어서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내부 유저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들의 불만 등 피드백을 반영해서 시스템을 안정화 시켰다. 이 정도면 출시해도 괜찮다고 판단해서 이달 15일에 출시할 예정이다.
택스 에이전트는 자연어로 질문하면 관련 법령의 요지를 요약하고, 예규와 판례를 소개하며, 검토 결론을 간결하게 제시한다. 예규·판례가 방대한 만큼, 추론에 참조한 것과 참조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 보여준다.
이를 구현하게 된 이유는 할루시네이션 때문이다. 생성형 AI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 생성형 AI는 존재하지 않은 예규·판례를 스스로 만들어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일이 많다. 거짓으로 만든 예규·판례를 바탕으로 도출한 결론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전문가가 사용하는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성이다. 각 산업에 AI가 도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1위인 삼일이 가만 있을 수 없었고, 업계에 맞는 AI를 만들자고 해서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Q. 삼일이 출시할 택스 에이전트의 주 사용자는 세무사 또는 회계사 등의 전문가인가? 예규·판례 검색 외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알려달라.
사실 모든 사람이 택스 에이전트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유료 상품이기 때문에 세무 분야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로 세무업무와 관련 있는 분들이 사용할 수 있다.
세무사무소를 개업하거나 로컬 법인에 계시는 분들, 공무원들, 학계, 회계사 또는 세무사 준비 수험생들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기업에서 세무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에게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기업 세무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원들이 간혹 개인적인 세무 문제를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은 직원 수가 굉장히 많다 보니 세무팀 직원 입장에서는 그런 문의가 부담이 된다.
기업 세무팀은 주로 기업 세무를 다루며, 개인 세무는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무팀 직원이 개인 세무 문제까지 공부해서 답을 주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그런 경우에 택스 에이전트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에 대해서 문의를 하면 충분한 정보를 줘야 한다. 매도 금액만 입력하면 양도세를 계산할 수 없다. 1세대 1주택인지, 취득가액은 얼마인지 등의 정보가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불완전한 정보를 입력했을 때, 택스 에이전트는 다른 주택이 있는지, 취득가액은 얼마인지 계속 물어본다. 사용자가 좀 더 완성도 있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해 결론을 도출한다.

Q. 택스 에이전트 출시를 앞두고 굉장히 긴장되실 것 같은데, 이 상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나? 택스 에이전트를 사용함으로써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고객들로부터 "역시 삼일은 다르다, AI도 앞서간다"는 평가를 기대한다.
세무 분야는 기초자료를 찾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법리를 추출해내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 이러한 업무는 주로 저연차 스텝들이 많이 하는데, 택스 에이전트가 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
고객을 상대로 하는 세무조정 등은 대체를 할 수 없지만 자료를 분석하는 것은 AI가 대체할 수 있다. 앞으로 택스 에이전트는 개발했다고 끝이 아니라, 계속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다.
Q. 저연차 스텝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일자리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일자리 감소 현상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연차 스텝의 일부 업무를 대체한다고 해서 다른 업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저연차 스텝들도 좀 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무를 하게 될 것이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저연차 스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기획과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단순·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업무를 수행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잠식될 것이라는 점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이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한 후, 업무가 감소했는지를 보면 결론은 아니다. ERP 때문에 생겨난 업무도 있다. AI로 인해 더 고도화된 서비스가 탄생할 것이라 본다.
의료상식이 없던 백년 전보다, 의료 상식이 많은 지금이 병원 수요가 더 많다. 건강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고, 중요성을 알아서 더 많은 검사를 하는 등 의료서비스 수요가 늘어났다. 과거에는 병원에 가면 의사의 말만 믿었는데, 이제는 환자들이 본인이 공부해서 의사를 찾아가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세무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에 대한 자문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 기업에서도 이제 충분히 기초 공부를 할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자문 품질에 대해 수준 높은 컨설팅을 요구할 것이다.
Q.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AI가 세무·회계업계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제는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기조로 바뀐 것 같다. 세무·회계업계 종사자들이 AI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생존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앞으로는 AI를 활용하는 세무사 또는 회계사와 AI 활용하지 못하는 전문가로 나뉠 것이다.
물론 AI를 활용하려면 그 분야의 지식이 많아야 한다. 그렇다고 지식과 AI 활용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지식이 풍부하다고 AI를 무조건 잘 활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
젊은 회계사일수록 AI와 친숙해져야 한다. 세무·회계 전문가를 AI가 대체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먼 미래일 것이다. AI가 세무·회계 전문가를 전면 대체할 수준이라면, 의료·법률 등 다른 전문직도 유사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AI는 단순·반복적이면서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 입장에서는 유능한 비서처럼 활용하면 된다. 결국 전문분야는 전문가의 인사이트, 식견, 통찰력이 필요하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모두 다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AI를 비서처럼 활용하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기업들도 인력을 타이트하게 운용하기 때문에 신입사원이 입사했다고 해서 과거 도제식으로 교육했던 것처럼 할 수가 없다. 그때 AI가 훌륭한 코치 또는 사수 역할을 할 수 있다.
세무 경험이 없는 신입은 어떤 사례를 접했을 때 어떤 자료를 찾아야 하는지 잘 모른다. 이게 노하우다.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정민수 부대표는?
1997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 후 SK, 현대차, LG, 삼성 등 주요 그룹을 대상으로 세무조정·자문·조세불복·구조조정·M&A 세무 자문을 수행해왔다. 지주사 전환과 대기업 구조조정 자문에 풍부한 경험을 쌓아 M&A Tax 리더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삼일회계법인 조세그룹 부대표와 '택스 에이전트' 개발을 주도한 Tax Digital Solutions Lab의 리더로 활동 중이다. 한·미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그는 다양한 조세 프로젝트를 이끄는 국내 대표 세무 전문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