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조사팀이 상주하고 있으면, 일과시간에는 조사팀을 상대하느라 기업 본연의 업무는 일과시간 이후에 처리할 수밖에 없다.(A서비스업 파트장)"
"기업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세무조사를 위한 별도 사무실 마련이 어려운 업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B운수업 재무부장)"
앞으로 납세자의 사업장에 국세공무원이 머무르면서 질문·조사하는 '현장 세무조사'가 사라진다. 이러한 세무조사 방식 자체에 기업의 재무 담당자들이 큰 부담과 긴장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3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갖은 중소기업 관계자들과의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국민주권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발맞춰 기업에 불편함을 끼치던 현장 상주 중심의 세무조사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임 청장이 밝힌 세무조사 혁신의 첫 사례는 '현장 상주 조사 최소화'다. 임 청장은 "그동안 세무공무원이 기업에 몇 주씩, 때로는 몇 달씩 머무르며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인터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대응하느라 정착 회사 본연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도 "주주총회 개최나 세금신고·결산과 같은 중요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에 몇 달씩 조사팀이 나와 있으면, 회사 고유 업무와 세무조사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고 했다.
이에 '정기 세무조사'는 납세자의 업무공간이 아닌 조사관서에서 실시하는 사무실 조사 위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RP(전사적 자원관리) 등 전산장부·증빙이 보편화되고 세무행정 발전에 따라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임 청장은 "기업에 상주하는 현장 조사는 최대한 짧게,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①영업상 비밀 유출 우려, 조사관서 방문 부담 등 으로 납세자 입장에서 상주 조사 방식이 편리하거나 ②자료 미(지연) 제출 등으로 원활한 세무조사 진행이 어려울 때다.
임 청장은 "지난 60년간 이어진 세무조사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일인 만큼, 이러한 변화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출발한 이번 변화가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세무조사의 새로운 표준으로 확고히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세무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R&D 사전심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중소기업의 혁신과 성장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