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세무업계는 이를 위협으로 인식했다. 자칫하면 세무사들의 업무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존재했다. 한때는 AI로부터 세무사의 업무 영역을 지키려는 고민도 있었지만, 이것이 무색하게도 현재 AI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세금환급 플랫폼 삼쩜삼, 토스인컴, 쌤157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국세청까지 참여했다.
국세청은 올해 'AI 대전환'을 선언하며 상담, 신고, 세법 해석에 AI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무료 AI 서비스를 제공하면 세무사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세청이 도입하겠다는 '전국민 AI 세무컨설팅'이 정말 업계를 잠식할까? 세무대리인과 현직 국세공무원, 조세심판원 관계자 등 10명에게 AI에 따른 세무업계 전망에 대해 물었다.
세무대리인, 정말 사라질까
국세청이 AI 세무컨설팅을 얼마나 고도화하고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국세청은 AI에게 세법·예규·판례 등을 학습시켜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AI 세무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2027년에는 홈택스 등 납세시스템을 AI 기반으로 전면 개편해 신고·납부를 전면 자동화할 방침이라는 로드맵을 밝혔다. AI 신고 자동화 서비스는 영세소상공인을 주요 대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쩜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의 영세납세자가 국세청 AI 세무컨설팅 서비스의 타깃인 셈이다.
대부분의 세무대리인은 국세청의 AI 서비스가 단순 기장업무 영역에는 분명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K세무사는 "AI 발전으로 세무영역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의 자격사들도 타격이 있을 것이다. 위험 요인은 분명히 있다"며 "다만 국세청 AI 신고나 컨설팅 서비스는 삼쩜삼 정도의 수준일 것이다. 영세사업자들이 혜택을 받긴 하겠지만, 이로 인해 세무사가 위기를 겪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장만 하는 세무사는 위험할 수 있지만, 세무서비스 영역은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G세무사는 "국세청이 어떤 수준의 컨설팅을 제공할 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한 수준의 컨설팅만 가능할 것이다. 컨설팅 내용이 잘못된 경우 책임을 누가 지느냐의 문제도 있다"며 "세무조사 대응의 경우 조사관과 고객 사이에서 조율라는 역할은 AI가 할 수 없다. 컨설팅과 조세 불복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국세공무원도 AI가 대체할 수 없는 세무사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고 동의했다. 국세공무원은 "세무사가 숫자를 보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이라며 "세무대리인이 중간에서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세무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세심판원의 경우 심판청구서 등 서면자료 작성에서는 이미 AI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AI가 세무대리인처럼 불복 대응을 잘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심판원 고위관계자는 "AI 기술이 진보하더라도 세무사를 대신해 불복 대응을 수행하긴 어렵다. AI 도움으로 심판청구서를 작성할 수는 있지만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며 "다만 AI 활용이 보편화되면 세무사들도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요즘에는 병원에 가기 전에 증상과 병명까지 알아보고 의사에게 되묻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납세자들도 대리인을 찾아갈 때 AI로 미리 공부한 뒤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심판원 관계자는 "변호사들이 직접 서면을 작성한다면 며칠 밤을 새워야 할 일을 이제는 AI로 간단하게 끝낼 수 있다"며 "서면주의가 원칙인 조세심판원이라면 AI의 영향력은 더욱 클 것이다. 불복 대응에 있어 AI가 세무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AI가 뒤흔든 세무시장, 어떻게 될까
AI의 발전이 세무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세무대리인들 시장의 양극화가 이뤄질 것이라도 내다봤다.
L세무사는 "국세청이 AI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세무시장은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다. 쉽고 간단한 업무는 AI가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AI가 하기에 리스크가 있거나 판단이 필요한 것은 세무사 영역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단순 기장 세무사들이 축소되면서 세무업계 내에서도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세무컨설팅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고, 집단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보험사나 회계법인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기장 시장도 컨설팅 시장처럼 집단화되고 세무사로만 이뤄진 컨설팅 그룹도 형성되는 등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세무사는 "소규모 자영업자는 현재도 세무대리인 없이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국세청의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삼쩜삼 이용고객 등 개인사업자는 국세청이 만들 AI 홈택스에 모두 편입될 것"이라며 "다만 법인이나 재산세제, 금융컨설팅 등 이런 부분은 AI가 대체할 수 없고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세무사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P세무사는 "단순 세무업무는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는 세무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세무사무소 직원들일 것이다. 기장 거래처 영수증을 전산으로 입력하는 것이 주업무인 직원들도 있는데, 이런 직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세무 실전 가이드' 책의 저자인 최문진 우리회계법인 회계사는 세무업계가 적극적으로 AI를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회계사는 "AI 도입 초기 단계에서는 혼란과 불확실성이 존재하더라도, 적극적으로 AI 챗봇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며 "혁신을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순간, 이미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세무 분야의 미래는 AI 기술과 인간 전문성 간의 시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