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시간이 모자랐어요. 굉장히 알찬 강의였습니다
세무·회계·법률전문가 네트워킹 행사인 '2025 Tax Leaders Summit(2025 택스 리더스 서밋)' 1회차 강연 현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택스워치는 이달 13일부터 11월 17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총 6회에 걸쳐 ‘2025 택스 리더스 서밋’을 개최한다. 이 행사는 AI 활용, 미디어 홍보, 조세불복, 조직관리 등 실무 중심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이다.
전날(13일) 첫 강연자로 나선 지용구 더존비즈온 성장전략부문 대표는 '세무·회계·법률 분야 AI 활용과 미래'를 주제로, AI 시대 전문가들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택스 리더스 서밋 참석자들은 모두 택스워치가 선정한 세금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 각자의 전문성과 경력을 갖췄지만 이날만큼은 한결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AI 접근법: 일 잘 맡기는 방법 찾아라!
작년까지만 해도 세무·회계업계는 AI 사용 여부의 유불리를 따졌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누가 AI에게 일을 맡기고 싶어하는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전문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 대표는 택스 리더스 서밋 참가자들이 전문가이자 세무·회계법인의 경영자임을 상기시키며,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회사 시스템이 허용하는 한계 안에서만 역량을 발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 대표는 "한 기업의 임원이 회사 시스템이 인재들의 역량을 끌어내지 못해 이를 바꾸자고 건의했더니, 최고경영자에게 멀쩡한데 왜 바꾸냐는 핀잔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시스템은 고장나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퍼포먼스를 내려고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에게 일을 맡기고 싶지 않은 대표적인 전문가 영역이 세무사·회계사·변호사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들 중에서도 사건 자료 검색이나 초안 작성처럼 기초 데이터를 다루는 영역에서는 AI 도입 의지가 높다"며 "이제는 누가 AI에게 일을 맡기고 싶어하는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 판단의 영역은 AI가 할 수 없는 일이다. AI가 초안의 95% 작성한다면, 사람이 판단하는 마지막 5%가 결과를 좌우한다"며 "AI는 과거에 10시간이 필요했던 작업을 1시간으로 단축해준다. 이제는 AI를 사용하는 조직과 어떻게 경쟁해야 하느냐를 두고 고민할 때"라고 덧붙였다.
AI 활용법: 비효율성 제거, 세무에서 경영으로 확대하라!

전문가들 역시 AI 활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활용법은 여전히 큰 과제다. 지 대표는 AI 시대를 맞아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과제는 "시간의 압축에 적응하는 직업의 재정의"라고 강조했다.
지 대표는 "기업의 세무 문제를 진단하려면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봐야 한다. 대부분은 데이터에서 세무만 골라내서 컨설팅하고 끝내지만, AI에 기업의 데이터를 넣으면 경영 진단까지 가능하다. 세무 영역을 벗어나는 서비스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며 "기업 경영자가 경영 진단이나 컨설팅을 받기 위해 세무전문가를 찾도록 해야 한다. 세무시장의 경쟁력은 이제 이러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느냐의 차이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과거에는 많은 정보를 아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경험의 구조화가 필요하다. 더 이상 정보는 소비하는 게 아니다. 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야 비로소 빛난다"며 "앞으로는 AI를 활용해 불필요한 것들,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 이제는 풍성한 데이터로 필요없는 것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게 AI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세무법인 다솔의 안원용 변호사가 인력 채용 시 AI 활용 역량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AI로 인해 신입과 경력자의 격차가 줄어드는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지 대표는 "저는 좋은 개발자를 채용하고 싶을 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AI를 좋아하는 변호사나 의사 등 다른 직업군의 인력을 채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회사 인력은 업무 난이도가 쉬워도, 어려워도 그만두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오래간다. AI 활용을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이어 "과거에는 내가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3~4번 반복했지만, 이제는 AI에게 일을 시키고 그 결과물을 직원들에게 보여준다. 지식 이전의 비효율이 사라진 것"이라며 "이제 중요한 것은 경력의 기간이 아니라 스스로 일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AI는 경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경력자의 일방적 권위를 무너뜨린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강연을 마친 뒤 이어진 공식만찬에서는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의 전문가들이 강연에서 못다한 이야기와 현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오는 20일 진행하는 2회차 강연은 구독자 279만명을 보유한 삼프로TV의 이진우 프로가 '방송 출연 인터뷰 기술 및 홍보 마케팅'을 주제로 카메라·딕션 팁, 언론 대응 전략, 방송 홍보 성공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