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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어머니 병원비 벌다가…수억 세금 떠안은 청년의 비극

  • 2025.08.20(수) 07:00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소년의 꿈
"너는 축구를 참 잘했지. 계속 시켜주고 싶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걸요. 이해해요."

이 씨는 어린 시절 축구 유망주였습니다. 초등학교 대표선수로 주말마다 경기장을 누볐고, 부모는 누구보다 아들을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어요. 이 씨의 집안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죠.

아들을 훌륭한 선수로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했지만, 아버지는 건설 현장을, 어머니는 공장을 다니며 번 돈은 턱없이 부족했어요.

결국 이 씨는 운동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마치고 진학한 전문대학조차 중퇴할 수밖에 없었죠.

빚을 져서라도 졸업하자는 마음은 있었지만, 어머니가 쓰러지신 그 날 이후로 그마저도 어렵게 됐어요.

#어머니의 병
"별 거 아닐 줄 알았는데 암이라니. 아들, 앞으로 어떡하지."
"치료만 잘 받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겨우 버티고 있던 이 씨 가족에게 또다른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어머니가 암 선고를 받은 것인데요. 그 이후로 이 씨는 어머니의 항암치료를 위해 직접 병원에 모시고 다녔습니다.

항암치료는 버거웠고, 병원비는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이 씨는 병원비를 위해 은행 대출, 카드론, 사채까지 쓸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렇게 그의 신용은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모든 노력에도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셨고, 이 씨는 장례를 치르자마자 살고 있던 곳을 떠나 지방의 반지하 월세방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무엇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어요. 어머니의 목소리가 녹음된 휴대전화만이 유일한 위로였습니다.

#기회처럼 다가온
"젊고 똑똑한 친구가 왔네. 나랑 함께 사업해보자."
"정말 그냥 명의만 빌려주면 되는 건가요?"

생활비가 바닥났고, 일자리를 찾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살펴보던 어느 날. 이 씨는 진짜 열심히 할 사람만 연락 달라는 구인 글을 보고 텔레그램으로 연락했어요.

상대는 건축자재 유통업체 사장인데, 고정거래처가 많아 세금 때문에 개인사업자로 쪼개 운영한다고 말했어요. 대표는 명의만 빌려주면, 돈은 알아서 관리할 수 있다며 이 씨가 크게 신경 쓸 일은 없다고 했죠.

대표는 이 씨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구인광고를 올리면 대부분 이상한 사람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똑똑한 친구를 만났다며 열심히 하면 관리자로 키워주겠다고 했어요.

운동을 그만둔 후,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이어가던 이 씨는 대표의 한마디에 의욕이 생겼습니다. 대표는 이 씨가 병원비로 쓴 대출 독촉 전화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당장 급한 걸 해결하라며 수백만원을 선뜻 내주기도 했어요.

이 씨는 그 때부터 이 사람과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불안한 조짐
"왜 이렇게 통화가 안 돼요? 세무서에서 전화왔어요."
"걱정 마. 세무사 통해서 다 해결했어."

이 씨는 대표가 하라는 대로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했습니다. 함께 세무서를 방문해서 공유오피스에 주소지를 놓고 임대차계약서에 서명했어요. 관리자로 등록하려면 이 씨 명의의 휴대폰이 필요하다고 해서 휴대폰도 개통해줬고요.

이후에는 홈택스를 통해 부가가치세 신고도 했고, 폐업신고까지 직접 했습니다. 사업을 한 적도, 거래한 적도 없지만 사업을 꾸리는 역할을 한 셈이죠.

그러던 중 이 씨는 세무서에서 전화를 받게 됩니다. 실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니 매출처, 매입처와의 계약서, 통장내역 등 거래증빙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였습니다.

이 씨는 대표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대표는 세무사를 통해서 모두 해결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요. 이 씨는 모든 게 해결된 줄만 알았지만, 그때부터 대표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의심이 든 이 씨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홈택스에 접속했습니다. 홈택스에는 3억원에 달하는 부가세 고지서가 날아와 있었습니다.

#드러난 사기
"이게 이 씨 명의로 발행한 전자세금계산서 기록인데요. 매출이 30억원입니다."
"이렇게 많은 계산서가 발행된 줄은 저는 전혀 몰랐어요."

그는 몰랐습니다. 그 명의로 수십 건의 허위세금계산서가 발행되고 있었고, 그 규모가 30억원이라는 사실을요.

이 씨는 그제야 자신이 준 휴대폰과 계좌, 명의가 사기에 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표는 이 씨 명의 사업자로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수수료 10%를 현금으로 챙긴 겁니다.

그는 바 경찰서에 찾아가 사기 피해자로서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경찰서와 세무서를 돌면서 대표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고 명의만 빌려줬다고 항변했는데요. 국세청에 심사청구까지 했지만, 국세청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 씨가 사업자 등록을 직접 세무서를 방문해 처리했고, 정정신고와 폐업신고도 본인이 했으며, 홈택스 로그인 기록도 모두 이 씨 명의의 휴대폰에서 접속됐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실제 사업자인 대표의 이름이나 연락처를 전혀 모른다는 점도 실질 사업자가 이 씨라는 것을 바꿀 수 없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죠.

국세청은 경찰 조사에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 씨가 검찰에 사기방조 혐의로 송치됐다는 점 등을 들어 단순 명의대여자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습니다.

잘못된 선택의 대가는 너무 컸습니다. 이 씨는 어머니 병원비와 생계를 위해 짊어진 빚에, 이제는 수억원의 세금까지 떠안게 됐습니다.

◆절세Tip
실질과세 원칙은 실제로 소득이나 매출을 얻게 되는 사람이 납세의무자라는 취지이지만, 그를 입증하지 못하면 형식적 명의자가 과세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은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중대한 범죄로 간주해, 피해자라고 주장하더라도 실사업자를 특정하고 증명할 수 없다면 억울함을 인정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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