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씨는 가상자산이 급물살을 타던 시기에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주변에서도 코인 투자가 대세라는 둥, 지금 안 사면 후회할 것이라는 둥 말이 들려왔는데요. 한 씨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수익을 낸 지인들을 보자 점점 흥미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투자를 하기에는 망설여졌습니다. 별다른 소득 없이 아이들 육아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전문 지식이 없어 투자금마저 잃을까 겁이 났던 거죠.
고민하던 한 씨는 남편과 상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씨 남편은 오랜 기간 금융권에서 근무하면서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가상자산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남편은 한 씨 얘기를 듣고는, 투자 가치가 있으니 일단 사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어요.
#코인 고수의 등장
"여보, 내가 대신 관리해 줄 테니까 나한테 맡겨봐."
"그래, 당신이 잘 아는 분야니까 믿고 맡겨볼게."
한 씨는 이후 시세가 조금 떨어졌을 때, A코인 150개를 샀습니다. 처음에는 소량만 보유했지만, 이후 남편을 통해 추가로 800개를 더 매수하면서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됐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이 급변하면서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려웠습니다. 가격 변동이 심해 언제 사고팔아야 하는지 감도 오지 않았죠.
그러자 남편은 대신 투자해주겠다며, 코인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어요. 결국 한 씨는 갖고 있던 코인 400개를 남편 지갑으로 이체했습니다. 곧 나머지도 팔고 다른 가상자산으로 매수해 남편에게 모든 코인을 보냈어요.
그때부터 투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남편이 주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 씨와는 방향만 논의했을 뿐, 세부적인 거래는 남편에게 맡겼어요.
#새로운 투자
"코인 수익이 꽤 되는데, 부동산을 사두는 게 어떨까?"
"좋아. 현금화해서 괜찮은 매물을 찾아보자."
시간이 흐르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급등했고, 남편은 적절한 시점에 갖고 있던 한 씨의 코인 일부를 팔아서 수익을 냈어요.
남편은 아내에게 코인으로 번 수익을 부동산에 투자하자며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한 씨는 가상자산보다는 안정적인 부동산으로 바꾸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부부는 코인을 현금화해 서울에 아파트를 구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씨는 우편물 한 통을 받았습니다. 국세청에서 보낸 증여세 고지서였어요. 한 씨가 남편에게 자금을 증여받아 부동산을 취득했기 때문에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씨는 당황했습니다. 내 코인을 남편에게 맡겨서 투자 수익을 낸 것인데, 증여세라니 인정할 수 없었어요.
부부는 바로 세무대리인을 찾아갔고,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습니다.
#자금출처는 남편?
"전 남편에게 코인을 맡겼고, 수익이 나면 돌려받기로 했어요."
"남편이 투자를 위임받았다는 증빙이 없습니다."
국세청은 그녀가 부동산을 취득한 과정에 주목했습니다. 남편이 가상자산 투자를 주도했고, 한 씨가 남편에게 코인을 넘긴 뒤 다시 수익을 돌려받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는데요.
한 씨가 남편에게 코인을 넘길 때 투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남편의 가상자산 계좌로 모든 거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제 투자자는 남편이 맞다고 했어요.
심판원 역시 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한 씨가 직접적으로 기여한 것이 없다고 본 것인데요.
특히 남편이 코인 수익이 많이 불어났다며, 아파트를 선물하겠다고 보낸 메시지가 남편의 증여 의사를 나타낸 결정적 증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한 씨는 증여세 수억원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부부 사이에도 자금 흐름을 명확히 하고, 증빙 서류를 남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절세Tip
부부 간 증여는 10년간 최대 6억원까지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6억원을 넘는 금액에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증여 계획을 세울 때 공제 한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소득이 없는 배우자가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자금 출처를 소명할 소득 증명, 투자 내역 등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