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핵심 공약으로 재차 강조하면서 관련 정책들이 빠르게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제시한 주요 공약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짚어봤다.

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공약 중 하나는 원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달리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는 디지털 화폐다. 디지털달러 같은 디지털원화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정부는 원화와 일대일로 연동된 형태의 가상자산을 만들어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무역 거래에서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활용되면서, 원화를 디지털 화폐로 구현하지 않으면 국제 금융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의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하고,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국내 법인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민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변방의 실험적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의 핵심"이라며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이 전방위적 규제를 통해 제도화를 선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법적 기반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②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증권형 토큰(STO) 도입
가상자산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 도입도 주요 정책 중 하나다.
가상자산 ETF는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를 간접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금융 접근성과 투자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가상자산 ETF를 허용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투자자들도 가상자산 관련 ETF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ETF 도입이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국내 가상자산 ETF 시장을 제도화해 해외 투자자들의 눈길을 국내로 돌려 투자금이 국내에 유입되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은 부동산·미술품 같은 실물 자산을 토큰화해 쪼개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증권형 토큰(STO)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TO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의 일부를 10만원 단위의 디지털 지분으로 나눠 일반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고소득자나 기관 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었던 고가의 자산을, 소액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효과와 더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콘텐츠 지식재산권(IP)에도 적용할 수 있어 자본시장을 재편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STO 도입은 여야는 물론 금융당국도 이견이 없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③ 가상자산공개(ICO) 조건부 허용
이 대통령은 또한 블록체인 기반 토큰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합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공개(IPO)가 주식으로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는다면, ICO는 주식 대신 코인이나 토큰을 발행해 투자를 받는다.
ICO를 통해 스타트업이나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가 은행이나 벤처캐피털을 통하지 않고도 빠르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투자자 보호 장치 등 최소한의 규제 체계 정비가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 대통령이 ICO를 조건부로 허용하려는 배경에는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의 복귀, 이른바 '리쇼어링'을 유도하려는 전략이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자본시장 혼란과 사기 우려를 이유로 ICO를 전면 금지했고, 카카오나 넥슨은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발행했다.
만약 국내에서 ICO가 허용되면 규제를 피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민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면, ICO를 포함한 가상자산 산업 기반 조성과 육성을 위한 실질적 기반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혼선 줄어들까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과세에 대한 현장의 혼선과 분쟁이 반복됐다. 특히 ICO나 사업 목적의 토큰 발행 등에서 수취한 디지털 자산이 어떤 소득 유형으로 분류돼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불분명해, 과세당국과 납세자 간 해석 차이가 잦았다.
한 예로 지난달 조세심판원은 한 가상자산 기업 대표가 ICO 형식으로 이더리움을 받은 뒤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했다, 대표이사에게 상여 소득으로 과세한 국세청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거래 내역의 귀속이 불분명하고, 법인 장부에 매출 누락이 있었다"며 과세한 반면, 납세자는 "내부 이체일 뿐 소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면, 이 같은 혼선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발행·거래·보관 등 주요 행위가 법적으로 정의되면 과세자료 확보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현장에서의 실무 기준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상자산의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디파이(DeFi) 수익 같은 경우 소득인지 아닌지조차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무 공백을 해소하는 후속 입법과 구체적 가이드라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상자산 전문 김지호 세무사(세움택스)는 "제도화가 되면 거래가 전문성을 갖춘 사업자에게 집중되면서 과세자료 확보는 훨씬 쉬워질 것"이라면서도 "가상자산 시가 산정 기준이나 거래 유형 분류는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실무적 보완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