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무역 현장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통한 결제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죠. 특히 중국, 동남아, 중남미 일부 기업은 외화 송금에 제한을 받거나, 외환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수출입 대금 결제 수단으로 제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그렇다면 한국의 수출입기업이 달러(USD) 등 외화로 표시된 수출입계약서나 용역계약서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수령하거나 지급하는 것은 합법일까요? 또 외환신고 의무는 없을까요?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가 내놓은 입장은 기업 실무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가상자산을 통한 외화표시 계약의 대금 수령은 외환신고 의무가 있다는 것이죠.
기획재정부는 질의회신을 통해 "가상자산 자체를 전자지급을 통해서 지급·수령은 원칙적으로 위법하지 않으나,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외화표시 계약의 결제 수단으로 가상자산을 사용할 경우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은 송금 또는 영수에 해당되므로, 한국은행에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고 명확히 밝혔어요.
이는 비트코인 결제가 현행 외국환거래법령상 '기타 지급수단'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외화표시 수출입계약이나 기타 용역계약 등에 따른 대금회수나 대금지급을 위한 결제라면 실질적으로 외환신고대상 거래로 간주된다는 의미죠. 이에 따라 수출입계약이나 용역계약 또는 자본거래 관련 계약 등을 체결한 후 이를 위한 결제를 위하여 외환신고 없이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수령하거나 지급한 사실이 확인되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과태료 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요.
특히 가상자산 결제가 자금세탁, 탈세, 불법거래와 연결될 소지가 클 경우, 단순한 외환거래법 위반을 넘어 조세범처벌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의 적용도 배제할 수 없어요.
요즘처럼 무역 결제 수단이 다양화되는 시대일수록, 기업은 새로운 방식의 거래에서 생길 수 있는 외환 리스크와 규제이슈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죠. 중소기업의 경우, 계약서에는 USD 등 외화로 표시되어 있으나 상대방의 요청에 따라 가상자산으로 실제 대금을 수령하거나 지급하는 관행이 무심코 이어질 수 있는데요.
이러한 관행은 어느 날 세무조사에서 확인되는 경우 관세청으로 조사 의뢰가 될수도 있고, 관세청이 2025년 1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정기 외환검사에서 이러한 기업의 실무 관행이 확인되는 ‘무신고 외환거래’로 지적되어 과태료(외국환은행 신고대상은 위반금액의 2%, 한국은행 신고대상은 위반금액의 4%)등의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어서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아요.
더군다나 거래 금액이 큰 경우(수출입거래나 용역거래는 50억원 초과, 자본거래는 20억원 초과)에는 세관조사를 받은 후 검찰로 송치되어 기소되어 형사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도 있어요. 이로 인해 대금 수령이나 지급 행위 자체가 '법 위반 행위'로 간주되고, 예상치 못한 과태료나 형사처벌 받는 법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거죠.
이에 따라 가상자산을 주고 받는 기업은 반드시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체크해야 해요.
① 외화표시 계약의 실제 결제가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고 가상자산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외환신고 대상 여부를 검토할 것
②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거래대금을 수령하거나 지급한 경우, 한국은행에 신고 할 것
③ 신고 대상인지 불분명한 경우 외국환거래법 관련 규정과 신고실무에 정통한 전문가의 사전 자문을 받아서 처리할 것
글로벌 무역환경은 변화하고 있으며, 결제 수단의 디지털화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요. 그러나 법과 규제는 여전히 '기축통화 중심의 외환체계'를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요.
기업의 혁신은 중요하지만, 그 혁신이 법적 리스크로 되돌아오지 않도록 철저한 규제 이해와 전문가 자문이 선행되어야 하는 거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거래 대금 결제, 이제는 외환신고도 전략입니다.
☞신민호 관세사는?
대문관세법인 대표와 서울지방관세사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 관세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율촌에서는 택스파트너로 활동했고, 관세법인 HnR의 대표관세사를 지냈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다국적기업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컨설팅까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2~2023년에는 택스워치에 '해외여행 꿀팁'을 총 10편 연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