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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기업에 보낸 숙제', 과세자료 제출 대응법

  • 2025.07.25(금) 12:00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기업들의 관세 업무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가 생겼습니다. 전년기준 관세 납세실적 5억원을 넘는 기업은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대한 과세 자료를 관세청에 제출해야 하는데요. 당장 9월부터 시행한다고 하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왜 이런 제도가 생겨났고, 제출 과정에서 실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울관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1. 관세청의 새로운 숙제가 도착했습니다

2025년 9월 1일부터, 한국 관세청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숙제’를 하나 안겼습니다. 이름하여 ‘과세자료 일괄제출제도’.

처음 듣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그냥 자료 한 번 내는 건가?’라고 생각했다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제도는 단순한 통관용 서류 제출이 아니라, 기업이 지난 20여년 동안 제출하지 않았던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대한 과세자료를 제출하는 것입니다. 수입신고 시 납세기업이 세관에 과세자료를 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출된 과세자료가 포함하고 있는 관세 리스크가 드러나게 됩니다. 결국 납세 기업이 과세 리스크를 자진해서 스스로 밝히는 구조입니다. 자료 제출 초기에 세관은 자료만 접수하겠지만 세관 담당관들이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하면 과세 리스크는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관세청은 왜 이런 제도를 시작했을까요?

간단합니다. 관세청이 모든 수입기업을 일일이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미국이 전 세계에 고율 관세를 퍼붓고 있고, 원산지, 관세평가, 품목분류 등에서 글로벌 이슈가 폭증하는 상황. 한국 관세청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사후 관세조사를 넘어 사전 과세가격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이번 ‘과세자료 일괄제출제도’입니다.

2. 글로벌 기업이라면 특히 조심해야 할 이유

국내 기업도 물론 조심해야 하지만, 글로벌 기업은 훨씬 더 주의해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조직이 복잡하고 분업이 철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법무팀이 작성한 계약서나 관련 자료에 대하여 재경팀이 자금 송금 내역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SCM팀에서 관세사무소나 관세법인에서 자료를 요구한다고 해서 아무런 검토 없이 수입신고시 세관(관세청)에 제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관세청(세관)은 그 계약서나 관련 자료는 납세 기업이 ‘관세청 고시’에 따라 제출한 과세자료 이므로 정당한 과세의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SCM팀, 재무팀, 법무팀, 본사 등 정보가 흩어져 있는 조직일수록 ‘실수’는 더 쉽게 발생합니다. 특히 수출입 가격에 영향을 주는 이전가격 문서를 본사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거나 공유하지 않는 경우, 국내 지사는 손발이 묶입니다. 필자가 실제 자문했던 글로벌 기업 중 미국계는 이전가격 정책이나 이전가격 결정방식, 이전가격 적정성에 대한 검토 자료가 잘 준비되어 있었던 반면, 아시아나 유럽계는 그렇지 못했던 사례가 많았습니다.

3. '그냥 내면 안 됩니다' - 제출 전 검토가 생명

이 ‘과세자료 일괄제출’제도의 핵심은 한 번 제출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검토 없이 낸 과세자료는, 나중에 추가 과세를 부담하거나 법적으로 책임을 지는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관세청(세관)은 제출된 해당 과세자료를 근거로 하여 추가로 보완자료를 요구하거나 보완자료가 미흡한 경우 관세조사를 개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전가격 정책이나 가격결정 방식, 계약서, 참고가격과 실제 송품장 가격, 송금 자료는 전체적으로 조합을 이루기 때문에 단 하나라도 내용이 어긋나면, 그 자체로 세관 담당관을 자극하는 과세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무팀이 관리한 로열티 조항이 들어 있는 계약서를 SCM팀이 재경팀에 로열티 송금액을 확인하지 않고 ‘과세자료 일괄제출’ 제도에 따라 관세청(세관)에 제출하는 순간, 세관은 언제든지 제출된 과세자료를 검토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보완자료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완 자료가 제출되지 않는 경우 관세청(세관)에서는 제출된 과세자료 만을 근거로 추가 과세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 관세사의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과세자료는 기업이 제공하지만, 그 자료가 세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전문가가 해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4. 검토비용이 아깝지 않으신가요?

물론, 어떤 분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료는 우리가 다 갖고 있는데, 굳이 관세사에게 검토까지 맡겨야 하나요?”

하지만 자료를 제출하는 순간 과세자료로 제출되는 것이고, 그 과세자료는 세관당국의 과세를 위한 무기가 될 수도 있고 납세기업의 비과세를 위한 방패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계약 내용과 실제 거래 내역 그리고 외국환 송금 내용을 바탕으로 과세 여부에 대한 관세사의 사전검토를 한 후 제출해야 합니다.

관세사의 검토는 제도 초기에 기업의 실수를 막아주는 유일한 방패입니다. 자료에 대한 검토 없이 제출하면, 다음 관세조사에서는 그간 제출했던 과세자료 자체가 기업에 불리한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5. 관세청과 기업의 ‘윈윈’이 되려면

이 제도는 관세청(세관)이 단순히 ‘과세를 더 많이 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는 기업에는 조사 면제 혜택도 부여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즉, 제도를 잘 이해하고 준비한 기업에는 장기적인 과세 리스크 관리와 관세청의 과세가격 관리 행정 효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가 생긴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입니다.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과세자료를 관세사에게 정당한 검토비용을 지불하고, 정확한 자료 여부를 확인하고 과세 또는 비과세에 대한 검토를 받은 후 과세자료를  제출하는 것이야말로 ‘성실한 납세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길입니다.

관세청의 숙제, 단순히 ‘대충’ 제출하면 오히려 오답으로 과세를 부를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답안’을 제출하는 것, 그게 바로 지금 과세자료 제출 대상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해야 할 일입니다.

☞신민호 관세사는?
대문관세법인 대표와 서울지방관세사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 관세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율촌에서는 택스파트너로 활동했고, 관세법인 HnR의 대표관세사를 지냈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다국적기업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컨설팅까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2~2023년에는 택스워치에 '해외여행 꿀팁'을 총 10편 연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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