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언론에서 '한국은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0%를 적용받다가 15%의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사실상 한·미 FTA가 무력화되었다'는 해석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사실관계에 대한 단순화된 이해에 기초한 것으로, 실제 제도의 구조와 법적 틀을 고려할 때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미 FTA 무력화' 주장은 과도한 일반화
상호관세는 FTA 폐기가 아니라, 일시적 무역조치일 뿐이다.
우선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는 그 정당성을 차치하고서, FTA와는 별개로 IEEPA(국가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시행되는 일시적 무역조치로 보아야 한다.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적자 등을 이유로 해서 일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해 무역 불균형을 조정하려는 수단이지, FTA 협정을 무효화하거나 파기하는 조치는 아니다.
한·미 FTA 제23.2조(필수적 안보)에서도 FTA가 당사국의 안보유지, 이익 등을 위한 조치를 못하도록 해석되면 안 된다고 규정하여 이러한 일시적 조치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즉, 한·미 FTA는 여전히 유효하며, 한국에 대한 15% 상호관세 부과조치로 인해 한·미 FTA의 효과가 일시적으로 적어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이 더 불리하다는 주장도 오해다.
많은 언론이 '일본은 기존 2.5%에서 15%로 올라갔으니 피해가 적고, 한국은 0%에서 15%로 올라가 더 불리하다'고 분석하지만, 이는 자동차 관세에만 적용되는 내용이며 자동차를 제외한 물품의 총 관세율을 놓고 비교해 보면 사실과 다르다.
일본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기존에도 물품별로 적용되는 기본 관세를 부담하고 있었고, 여기에 15%의 상호관세가 추가돼 제품의 기본세율에 15%를 더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었다.
반면, 한국은 FTA 덕분에 기존 0%에서 출발해 15% 상호관세가 부과된 것이며, 일본보다 여전히 기본세율 만큼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수준인 15%의 상호관세를 부과 받더라도 여전히 일본이나 EU보다 유리한 관세 조건을 유지 중인 셈이다.
한·미 FTA는 향후 협상의 지렛대
한·미 FTA는 단순한 세율 협정이 아니다. 지적재산권, 농산물, 서비스, 투자보호 등 다층적인 구조를 갖춘 국제협정이다. 트럼프 정부가 FTA를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곧바로 FTA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미국도 단독으로 FTA를 종료하려면 의회 통보 절차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미 FTA는 여전히 한·미 통상관계에 있어 유효한 기본 틀로 기능하며, 향후 관세율 완화나 세부협상 시에도 중요한 협상의 지렛대가 된다. 특히 한·미 FTA는 여전히 강력한 분쟁 해결 구조를 갖추고 있다.
상호관세 부과는 물론이고 미국의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의 이슈가 있는 경우에도 한국 정부는 단순 대응이 아니라 공동위원회 협의 채널 및 분쟁 절차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상호관세 부과 같은 사안도 FTA 분쟁 해결 체계 내에서 대처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여전히 일본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으며, 향후 한·미 FTA 공동위원회 활용 등 제도적 대응 여지도 확보하고 있다.
한·미 FTA는 여전히 한국의 강력한 무역 자산이다. 현재 한국에 부과된 15% 상호관세는 한·미 FTA 협정 자체의 무력화가 아니라, 미국의 대외국 무역적자 등을 기초로 산출되어 특정 국가에게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뿐이다.
한·미 FTA는 여전히 양자간 협정으로 살아 있으며, 그 틀 안에서의 상호관세에 대한 대응 여지는 충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한·미 간의 협상 구조 안에서 FTA는 여전히 우리의 협상 카드이며, 미국도 이 협정을 외면한 채 상호관세 등 기타 관세 정책을 영구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상호관세 부과를 두고 '한·미 FTA가 무력화됐다'는 평가는 과장된 해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구조 파악과 전략적 대응이지, 성급한 체념이 아니다.
☞신민호 관세사는?
국내 유력 관세펌의 하나인 대문관세법인의 대표로, 25년 이상 관세와 외환 및 무역통상 분야에서 컨설팅과 통관을 아우르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서울관세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기업의 통상 리스크 대응, FTA 활용 전략, 외환거래 및 원산지 검증 분야에서 국내 유수 기업의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2025년 7월, 책으로 펴낸 『트럼프 2.0의 경고: 관세 전쟁 속 Made in Korea 생존 전략』에서 트럼프 취임 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상호관세(Mirror Tariffs) 체제를 중심으로, 한국 수출기업이 직면할 통관·관세·FTA 리스크에 대한 분석과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한미 FTA의 실효성 논란, 품목분류·관세평가 실무 리스크, 미국 통관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실무 통찰을 제공하며, 통상정책 전문가와 수출기업 실무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책은 현재 교보문고·YES24, 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 판매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