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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트리거'가 경고하는 현실, 통관제도의 사각지대

  • 2025.08.08(금) 12:00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기사 세 줄 요약)
·해외직구의 틈새, 국가 안보는 뚫릴 수 있다.
·드라마 ‘트리거’는 픽션이지만, 목록통관의 현실은 더 위험하다.
·총기 밀반입도 클릭 한 번으로 시도할 수 있는 현실, 지금이 통관제도 개편의 골든타임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 포스터(출처: 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형 액션 스릴러 <트리거>는 ‘총기 반입’이라는 낯선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주목을 끌었다. 특히, 해상에 띄운 총기를 어선이 건져 올려 밀수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강한 충격과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 장면은 대한민국 세관의 현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실제로 세관은 총포·도검·화약류 등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물품의 무단 반입을 막기 위해 화물선별시스템, X-ray 검색, 현장 단속, 해상 감시까지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한 정밀한 밀수 감시망을 운영하고 있다. 고속 단속정, 항만 CCTV,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 추적 시스템 등을 통해 우리 세관은 국제적 수준의 감시 체계를 자랑하며, 실질적인 ‘국경수비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리거>는 단지 허구에 불과한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통관제도의 작은 틈새, 즉 ‘목록통관’의 위험성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으로 반입된 전자상거래 수입물품은 약 1억8000만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50만건이 넘는 특송 및 우편물품이 유입되고 있고, 이 중 상당수가 정식 수입신고 없이 목록통관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관세청은 전자상거래 물품에 대해 X-ray 검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수입자가 자가사용 목적이라는 전제 아래 품명, 규격, 모델 등 상세한 정보 없이 간략한 운송정보만으로 목록통관을 허용하는 현실에서, 세관이 육안이나 기계 판독만으로 위험물을 완전히 걸러내기란 쉽지 않다.

이 말은 곧 ‘세관의 촘촘한 감시망을 비켜가는 수많은 해외직구 물품’이 매일같이 국경을 넘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수입물품 자체를 ‘국가안보 위협요소’로 인식하며 관세국경보호청(CBP)을 국토안보부(DHS) 산하에 두고, 수입통관의 모든 기능을 안보 중심으로 재편하였다. 이후 테러 예방, 생화학무기 탐지, 밀수 방지 등을 목표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였고,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제도들이 있다. 

• ISF(Importer Security Filing): 수입자 보안신고 제도로, 입항 24시간 전까지 미국 세관에 화물 정보를 사전 제출해야 하는 제도 
• C-TPAT 인증제도: 대테러 방지 무역 파트너십 프로그램으로서, 수출입 공급망 당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여 고위험 요소를 걸러내는 제도
• 고위험 선박 사전승인제, 100% 적하목록 사전제출제도 등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내 소비자들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 소액소포에 대한 면세 제도를 폐지했다. 이는 이 제도를 악용한 무기, 마약, 지재권 침해물품 등의 반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결정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개인 소비자의 편의를 제한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한민국도 이제는 해외직구 물품의 급증 속에서 국가안보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과거 밀수는 사치품, 마약류 중심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해외직구의 목록통관이라는 작은 틈새를 통해 실제로 화약식 타정총 553건, 공기총 11건, 어획총 1건, 실탄 6건, 모의총포 33건, 조준경 310건, 석궁 2건, 전자충격기 31건, 분사기 1건이 2022년 상반기에만 적발되었다.

여기에 더해 드론, 이중용도부품, 총기 부품, 3D 프린터로 제작한 무기 등 ‘은닉된 신종 안보 위협’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이들 모두가 통관 사각지대를 통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닌 현실의 문제이다. 결국, 목록통관의 맹점과 사전정보 부족, 수입신고 누락은 조세회피를 넘어서 국가안보를 뚫는 통로가 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편의성과 소비자의 선택권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공공의 안전과 국가의 존립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관세법령과 고시 개정을 통해 국가안보 관련 물품을 별도로 정의하고, 이러한 품목에 대해서는 목록통관이 아닌 정식 수입신고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개인이 자가 사용 목적으로 구매하더라도, 국가안보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이라면 반드시 수입신고를 통해 정보가 제출되고, 위험여부가 사전 검토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도 수많은 물류, 사람, 정보가 국경을 넘나드는 초연결사회 속에 있다. 그 중에서도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입물품은 이제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지키는 새로운 관문이 되어야 한다.

드라마 <트리거>는 허구지만, 이 허구가 현실을 경고하는 ‘방아쇠(trigger)’가 되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해외직구 물품의 통관제도와 국가안보의 접점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

☞신민호 관세사는?
국내 유력 관세펌의 하나인 대문관세법인의 대표로, 25년 이상 관세와 외환 및 무역통상 분야에서 컨설팅과 통관을 아우르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서울관세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기업의 통상 리스크 대응, FTA 활용 전략, 외환거래 및 원산지 검증 분야에서 국내 유수 기업의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2025년 7월, 책으로 펴낸 『트럼프 2.0의 경고: 관세 전쟁 속 Made in Korea 생존 전략』에서 트럼프 취임 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상호관세(Mirror Tariffs) 체제를 중심으로, 한국 수출기업이 직면할 통관·관세·FTA 리스크에 대한 분석과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한미 FTA의 실효성 논란, 품목분류·관세평가 실무 리스크, 미국 통관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실무 통찰을 제공하며, 통상정책 전문가와 수출기업 실무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책은 현재 교보문고·YES24, 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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