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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 쇼핑 즐거웠나요? 이제 관세공무원 월급 주세요"

  • 2025.09.23(화) 08:57

<엄마와 초등학생 딸의 택스에세이> #16

알리와 테무에서 물건을 싸게 사면 좋은 줄 알지? 그거 다 우리 세금으로 충당하는 거야

내 말에 소영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알리와 테무의 영업방식과 세금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 듯했다.

알리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 쇼핑 플랫폼이고, 테무는 중국 핀둬둬 그룹이 만든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쉬인 역시 중국계 기업 쇼핑 플랫폼으로, 초저가 패션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알리·테무의 언박싱 영상과 광고가 넘쳐나고, 초등학생들도 이미 이 플랫폼의 단골고객이 됐다. 소영이의 반 친구도 "내 물건은 다 알리 아니면 테무에서 샀다"고 고백할 정도다.

문득 2010년대 초반 인천공항우편세관(현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통관센터)을 취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해외직구 열풍이 막 시작되던 시절, 5층 높이의 뻥 뚫린 창고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중국발 우편물을 검사하던 세관 직원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공무원은 책상 앞에서 서류를 보는 이들이라 생각했는데, 그 현장은 택배 물류센터보다 더 혹독했다. 

그 뒤로 나는 해외직구를 쉽게 하지 못했다. 내가 아낀 가격만큼 누군가는 땀 흘리며 고생한다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미화 150달러 이하(미국발 미화 200달러 이하)의 소액 소포(수입품)에 대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준다. 이 제도를 발판 삼아 알리·테무·쉬인은 공격적인 저가 영업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두고보던 미국은 칼을 빼들었다. 최근 미국 정부는 90년 넘게 유지한 800달러 미만 해외직구 상품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는 '드 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조항을 폐지했다. 이에 중국 플랫폼들은 미국 현지 창고를 세워 물건을 판매하는 새로운 영업 방식을 모색 중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주자 소영이는 고개를 숙였다.

"관세청 공무원들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소영이는 아직 어린이잖아. 모르는 게 당연해. 하지만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 생각해야지. 싸다고 무조건 알리와 테무를 이용하는 게 옳을까, 아닐까?"

잠시 고민하던 소영이는 엉뚱한 답을 내놨다.

"다 없애면 물건을 못 사니까, 둘 중 하나만 없애면 되겠다!"

아이를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소영이의 말에 답이 있지 않을까? 소비든 면세든, 그 무엇이든 적당해야 사회가 굴러간다. 주어진 혜택을 무기 삼아 내 이익만 과도하게 챙긴다면, 누군가는 그 뒤에 남겨진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초저가 소비의 홍수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는 이제 어른들이 고민해야 할 몫이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세금 이야기] 해외직구와 관세

①관세란 무엇일까요?
관세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건에 붙는 세금이에요.
외국에서 장난감을 사오면, 그 나라와 우리나라의 가격 차이를 줄이고 국내 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세금을 더 내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관세는 단순히 세금을 걷는 것뿐만 아니라, 나라의 산업을 지키는 역할도 한답니다.

②해외직구와 목록통관이란?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매일 수십만 개의 택배가 한국에 들어와요. 이걸 해외직구라고 해요. 
해외직구로 국내에 들어오는 택배 물량은 어마어마해요.

세관(관세청)이 그걸 하나하나 열어볼 수 없기 때문에 목록통관 제도를 만들었어요. 
가격이 싸고 위험하지 않은 물건은 상자를 열지 않고, 전자 목록만 보고 통과시키는 거예요.
하지만 식품, 의약품, 화장품 같은 건 반드시 세관 직원이 직접 확인하는 일반통관을 거쳐야 해요.

③해외직구, 얼마까지 면세 되나요?
우리나라는 해외직구 물품의 가격이 미화 150달러 이하(미국은 200달러 이하)라면 관세와 부가세가 면제돼요.
이 제도 때문에 알리·테무 같은 중국 쇼핑 플랫폼이 초저가 물건을 마음껏 팔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해외직구 물량도 크게 늘었어요.

2009년 250만건이었던 해외직구는 
2023년 1억3000만건으로 14년 만에 50배 이상 급증했어요.
물량이 이렇게 늘어나면서, 세관 직원들의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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