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서 정보를 다루는 방식과 관점이 달라졌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에는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후에는 정보를 다루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가 최대 과제였던 셈이다.
하지만 챗GPT가 등장한 지 3년 만에 세상은 달라졌다. 이제는 왜 이 일을 하는지를 AI가 이해하고 답을 찾아주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유를 알아야 그에 맞는 최적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이 진리를 AI가 구현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를 선도하는 지용구 더존비즈온 성장전략부문 대표는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세법도우미 '엑스퍼트원(Expert1)' 출시는 검색의 종말과 에이전트 AI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지 대표는 "에이전트 AI는 사용자 요청의 맥락을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맥락을 읽는다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는 시대에서, 왜 해야 하는지를 아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AI는 검색 증강 생성(RAG) 시스템을 기반으로 단어가 정확하지 않으면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으로 엉뚱한 답을 내놨지만, 더존비즈온이 출시한 '엑스퍼트원'은 노바(NOVA)라는 탐색 방식을 활용해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서로 광범위하게 인용해 최적의 답을 찾아낸다.
즉, 사용자가 이 질문을 왜 하는지 의도와 맥락을 파악해 답을 구성하는 것이다.
엑스퍼트원 개발을 주도한 지 대표에게 AI 산업 변화의 흐름과 세법 분야의 할루시네이션 현상과 극복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Q. 더존비즈온에서 출시한 엑스퍼트원은 세무대리인을 도와주는 세무비서 AI로, 정확성과 신뢰도를 끌어올린 것이 강점이다. 검색이 아닌 탐색 방식인 노바를 사용했는데 노바가 무슨 뜻인가? 또한 AI 시장은 현재 어떤 상태라고 진단하는가?
노바라는 이름은 기존 검색 방식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새로운 탐색 방법론을 의미한다. 단순히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탐색의 개념을 접목했다.
할루시네이션을 줄이기 위해 새 접근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탐색과 검색의 개념을 결합해 '노바'라고 이름을 붙였다.
AI 열풍의 주인공은 AI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은 데이터와 프로세스다. AI는 겉모습이고, 실질적인 경쟁력은 데이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다루고 프로세스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모두 갖춘 기업이 AI를 접목할 때 최적의 프레임워크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까지는 AI의 탐색과 도입의 시기였다면, 2026년은 본격적으로 격차가 벌어지는 해가 될 것이다. 성실한 AI에서 똑똑한 AI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우리는 자율형 비즈니스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자율형 비즈니스의 핵심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다. 계속 업데이트되어야만 AI가 더 똑똑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독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 데이터가 고정돼 있으면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한다.
2026년은 자동화에서 자율화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다. 단순히 시키는 대로 반복하는 것이 자동화였다면, 자율화는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춘 상태를 뜻한다.
마치 테슬라를 자동화가 아니라 자율주행차라고 부르는 이유와 같다. 핵심은 AI가 독자적으로 행동할 때 생기는 책임·규제·통제의 문제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개념을 기반으로 엑스퍼트원을 개발했다. 엑스퍼트원은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맥락을 읽고 판단하는 전문가 보조형 AI다.
지금까지 AI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시대였다면, 엑스퍼트원은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설계·실행까지 스스로 해내는 수준에 도달했다.
구글이 개인의 일상을 읽는다면, 더존비즈온은 조직의 일상을 읽는 AI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것이 바로 엑스퍼트원의 방향성이다. 2026년은 자동화에서 자율화로 넘어가는 첫 해가 될 것이며, 이를 이끄는 중심 기술이 노바 탐색 기법이다.
Q. 노바 탐색 기법이 굉장히 신선하다. 개발자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노바의 탐색 기법이 어떻게 할루시네이션을 없앨 수 있나?
엑스퍼트원은 사용자가 일상 언어로 세법 질의를 입력하면 그 질문을 법률적 언어와 매칭시켜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질문이 어떤 쟁점을 담고 있고, 그 쟁점이 어떤 법령과 관련되는지를 분석한다.
법령 탐색에는 더존비즈온이 개발한 노바 기법을 적용한다. 기존의 일반적인 검색 방식은 문서를 일대일로 비교해 단순히 관련이 있다 또는 없다만 판단한다.
하지만 노바는 법령 체계를 노드(Node, 연결점)로 구성한 지식 그래프 탐색법이다. 법의 구조를 따라가는 내비게이션처럼 작동한다.
이건 마치 지하철 노선도를 그리듯, 법령 간 연결 구조를 모델링 한 것이다. 법은 본법에서 개별법, 시행령, 시행규칙, 판례로 이어진다. 이를 그래프 형태로 연결해 정확도를 높였다.
세법 지식 구조를 지식 지하철 노선도로 시각화한 점이 핵심이다. 이런 구조적 접근 덕분에 법 해석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기존 시스템보다 월등히 높아졌다. 일반 검색은 이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의료비는 소득공제가 된다는 조항을 보면, 성형 의료비는 제외된다는 규정이 시행규칙과 판례에 숨겨져 있다. 이런 세부 규정을 찾아내야 진짜 정답에 도달한다. 이것이 노바의 역할이다.
노바는 이런 구조적 관계를 통해 정확히 타깃 핀을 맞히는 탐색을 한다. 볼링에서 중심 핀을 정확히 치면 다 쓰러지듯, 법령 탐색에서도 핵심 핀을 공략해 전체 맥락을 이해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찾아낸 법령 데이터는 세무대리인이 실제 사용하는 리포트 양식에 맞춰 답변으로 구성된다. 사용자는 결과 문서를 PDF로 받아볼 수 있고 어떤 법령과 판례를 근거로 생성된 답변인지 목록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Q. 세무대리인의 어려움 중 하나가 자주 개정되는 세법이다. 세법은 1년에도 몇 번씩 개정되기 때문에 AI가 이를 반영해 답변을 생성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엑스퍼트원은 한 달에 한 번 전체 데이터를 업데이트 한다. 한 번에 업데이트 하는 법령 데이터만 350GB에 달할 만큼 방대한다.
그렇다고 기존 세법 데이터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 세법은 자주 바뀌지만, 단순히 최신 것만 봐서는 세무업무를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연말정산은 최대 5년 전에 신고·납부한 것까지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세무대리인은 최소 5년치 법령을 모두 데이터화해 보관해야 한다. 질문의 시점에 따라 유효한 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취득시기나 매도시기에 따라 적용하는 법령, 시행규칙이 달라진다.
Q. 엑스퍼트원은 세무대리인을 도와주는 에이전트 AI 이지만, 반대로 고도화된 AI가 세무시장을 위협한다는 위기감도 들게 만들 수 있다. 엑스퍼트원이 세무시장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는가?
엑스퍼트원은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최종 판단은 세무사가 하고, AI는 그 판단을 돕는 조언자 역할을 한다. 세법 질의의 핵심 쟁점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법령을 찾아주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엑스퍼트원은 세무사가 실제로 하는 업무 패턴을 반영했다. 세무사가 어떤 데이터를 주로 보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분석했고, 그 과정에 맞게 AI를 설계했다. 일반 챗봇처럼 불필요한 말을 늘어놓는 대신 필요한 데이터에만 집중한다. 세무사 업무는 쟁점 파악과 법령 근거 제시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엑스퍼트원은 내년 1분기 중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아마란스10이나 위하고 등 더존비즈온 ERP를 사용하는 고객은 빠르면 내년 1월 중에 사용할 수 있다.
☞지용구 대표는?
더존비즈온 성장전략부문 대표(부사장)를 맡고 있다. 더존비즈온의 차세대 그룹웨어인 아마란스10(Amaranth 10) 개발 및 도입을 총괄 지휘했고, 현재 AI연구소장을 겸임하며 AI 개발을 이끌고 있다. 2012년 '스마트워크 앤 스마트라이프(일과 삶의 균형과 조화를 위한)' 책을 출간했으며, 최근에는 'AI 시대에 돈 버는 사람' 책의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