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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핵심 광물 '수출 금지' 대신 왜 '수출 승인제'를 택했나

  • 2026.02.05(목) 07:55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많은 기업들은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승인제가 금지보다는 완화된 조치라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는 착각에 가깝다. 수출 승인제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공급망 전쟁의 출발점이다. 중국은 희토류 사태 이후 자원 통제를 법과 제도로 체계화해왔고, 최근에는 배터리 핵심 광물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이번 기고에서 중국의 수출 승인제가 차단·지연·정보 축적을 동시에 수행하는 정밀한 통제 수단으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생산 가동과 경영 판단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광물 수출을 금지했다"

이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은 이렇게 반응한다.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 사면 되지 않나?"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금지가 아니다. 중국은 훨씬 더 교묘하고 정밀한 방식을 택했다. 바로 수출 승인제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공급망 위기는 설명조차 하기 어려워진다.

1. 중국의 자원 통제는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다

중국의 자원 전략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10년 넘게 축적된 지정학적 학습의 결과다.

2010년, 희토류가 무기가 된 순간이다.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그 순간 전 세계는 깨달았다. 자원 의존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라는 사실을 말이다.

2020년, 중국은 법으로 무기를 만들었다. 중국은 수출관리법을 제정해, 국가 안보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때부터 자원 통제는 임시 대응이 아니라 제도적 수단이 됐다.

2023년, 본격적인 반격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맞서 갈륨·게르마늄, 이어 흑연까지 수출 허가제로 묶었다. 전기차와 반도체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2025년부터 현재까지 리튬·코발트·마그네슘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을 중심으로, 일부 품목·용도·수출자·최종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승인 통제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흐름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중국은 자원을 일회성 교섭 카드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작동하는 전략 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2. 왜 수출 금지가 아니라 '승인'일까

중국은 왜 명확한 금지 대신, 승인이라는 방식을 택했을까. 이 방식이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첫째, 누가 쓰는지를 볼 수 있다. 수출 승인 신청서에는 최종 사용자, 용도, 공급망 경로를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미국이나 동맹국 공급망으로 흘러간다고 판단되는 경우, 승인은 지연되거나 보류될 수 있다.

둘째, 시간을 무기로 쓴다. 승인 절차는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편차가 크며, 일정 자체가 예측 불가능하다. 지연 그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 승인 여부와 시점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불확실성만으로도 글로벌 주요 거래처(OEM 등)에 수출하는 기업의 생산계획은 흔들린다.

셋째, 정보를 축적한다. 수출 승인 심사 과정에서 중국은 중국 국내법상 정당한 절차를 통해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해외 기업의 공급망 구조, 고객, 사용처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다. 

즉, 수출승인제는 차단·지연·정보 축적을 동시에 수행하는 정밀한 정책 수단이다. 문제는 승인 여부 자체가 아니라, 그 승인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설명할 구조가 있는지다.

3. 『2026 쇼크』의 GSCMR™로 보면 무엇이 보일까

이 현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다. 필자의 저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에서 경고한 글로벌 공급망 복합·메가 리스크(GSCMR™)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글로벌 공급망 복합·메가 리스크'는 필자가 사용한 개념으로, 지정학 갈등, 각종 규제, 탄소・환경 기준, 제재, 기술 분쟁, 물류 차질 등이 동시에 겹쳐 나타나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위험을 의미한다. 

이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관세 인상·전쟁·자원 통제·정책 변화·항로 폐쇄·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규제 등이 서로 연결돼 연쇄적으로 충격을 일으키는 새로운 형태의 공급망 리스크를 뜻한다.

자원은 캐는 곳이 아니라 가공하는 곳이 힘이다 중국은 광산 자체보다 제련·가공 시장의 60~90%를 장악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광석을 캐더라도, 중국을 거치지 않으면 제품화가 어려운 구조다.

병목은 가격이 아니라 가동률을 멈춘다 리튬·코발트 관련 승인 통제의 핵심은 가격 인상이 아니다. 배터리 공장의 가동 여부 자체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체 기술은 아직 시간을 벌어주지 못한다 재활용 기술이나 나트륨 배터리 같은 대안은 존재하지만,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향후 3~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중국의 자원 통제 영향력은 단기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고, 중기적으로도 구조적 압박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4. 기업이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

많은 기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나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만을 바라본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미국 세관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작될 수 있다.

만약 오늘 아침, 중국 상무부가 귀사와 거래하는 중국 공급업체의 리튬 수출 승인 신청을 보류한다면, 귀사의 생산 라인은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지금 우리 회사는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중국의 수출 승인 리스크를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가.

*승인 지연 또는 보류 시, 대체 조달 계획과 글로벌 주요 고객에 대한 설명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는가.

이제 중국산 광물 1g이 미국향 수출 전체를 멈출 수 있는 시대다. 공급망은 더 이상 단순한 관리 대상이 아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설명할 것인지까지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작전 상황실의 경영 판단 영역이 됐다.

☞신민호 대표관세사는(경제학 박사) 
현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공급망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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