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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체결국인데도 25% 상호관세? 일본보다 더 불리한 한국의 아이러니

  • 2025.07.29(화) 18:06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2025년 8월 1일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상호관세 부과를 잠정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한미 간의 상호관세 협상이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미국이 25%의 상호관세(Mirror Tariff)를 실제로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실효성과 형평성 문제가 다시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가는 바로 일본이다.

일본 vs 한국, 'FTA 체결국가이지만 오히려 더 높게 부과된다'

일본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이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본 제품은 세계무역기구(WTO) 최혜국(MFN) 기준의 기본 관세를 적용받고 있었다. 그러나, 7월 22일(미국 현지시각) 미국은 일본과 무역협상을 타결하여 상호관세율을 15%로, 자동차와 그 부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15%로 인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심지어 자동차 부품의 경우 미국의 기본관세율인 2.5%를 포함하여 최종 15%로 합의한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의 경우 기본 관세율이 2.5%이고, 여기에 미국이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 12.5%가 추가되면 최종적으로 총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2012년 발효된 한미 FTA 덕분에 대부분의 품목에서 관세 0%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미 FTA 체결국인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별도로 부과한다면, 결과적으로 한국산 제품은 일본산 제품보다 더 높은 총 25%의 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즉, 한국은 ‘FTA 체결국인데도 무관세 혜택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FTA 비체결국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일본은 애초에 FTA가 없으니 ‘무력화’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을 뿐더러, 반면 한국은 FTA 체결국임에도 불구하고 25% 상호관세가 부과된다면, FTA로 확보한 무관세 혜택이 사실상 소멸되는 것을 넘어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는 한미 FTA의 약속이 일방적으로 깨지는 것이며, 형식적으로는 FTA가 유지되는 듯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FTA가 무력화되는 조치라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관세율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한다면, 이는 한미 FTA의 핵심 혜택인 무관세 특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형식적으로 FTA는 유지되지만, 실질적으로는 FTA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을 넘어 비체결국가에 비해 더욱 불공정한 관세율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일본처럼 상호관세가 15% 수준에 그치는 경우다. 

일본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지만, 자동차 시장과 쌀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투자를 약속함으로써 이러한 낮은 상호관세 수준을 얻어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이미 2011년 한미 FTA 체결 당시 자동차 시장과 쌀 시장을 선제적으로 개방했으며, 트럼프 1기 정부 하에서는 FTA를 재협상하면서 미국의 요구 대부분을 수용한 전례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한국에 대해 영국처럼 10% 수준, 또는 일본처럼 15% 수준의 상호관세만을 적용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신뢰 유지와 FTA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더욱 바람직하다.

사례로 보는 '한미 FTA 마찰'

실제로 한미 FTA와 관련해, 원산지 검증이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한 사례도 있었다. 2010년대 초, 한국 관세청은 미국산 플로리다 오렌지주스에 대해 FTA 원산지 기준 충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원산지조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플로리다 농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해당 사안은 곧 미국 정가의 민감한 이슈로 부상하였다. 

결국,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방한한 자리에서 한국 대통령에게 원산지 검증 절차의 중단을 요청했고, 이 사건은 외교적 고려 끝에 사실상 종결되었다. 이 사례는 FTA상 정상적이고 정당한 절차인 원산지 검증조차 자국 업계 입장에서는 무역 장벽이나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런 통상 절차가 결국에는 정치적 압력과 외교적 개입을 통해 조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트럼프발 상호관세, 한미 FTA 원산지 검증으로 맞서야 한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이성을 잃은 수준의 상호관세 25%를 한국산 제품에 일방적으로 부과해, 한국 수출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정도의 타격을 입는다면, 한국 정부도 마냥 수수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현장에서 미국 기업과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한국 정부기관은 관세청이다.

한국 관세청은 한미 FTA에 근거하여 미국산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에 대한 원산지 검증 절차를 본격적으로 개시할 수 있으며, 이는 통상적 권한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다.

이런 검증이 시작되면 미국 농민들과 수출업체는 원산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정치권에 로비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이러한 내부 압력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정책적 수정을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즉, 한국도 미국처럼 정상적인 통상 절차를 통해 전략적 대응 수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FTA는 상호 이익에 기반한 약속인 만큼, 그 균형이 무너졌을 때는 정당한 대응이 뒤따라야만 실효성이 유지될 수 있다.

단순하게 관세율 부과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FTA 체결취지와 정당성을 생각해야한다.

이제 한국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FTA를 체결한 국가로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FTA를 무력화 하는 수준의 일방적인 25% 상호관세 부과한다면 우리가 이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FTA의 본질은 '신뢰'와 '상호주의'에 있다. 트럼프 2.0 시대의 상호관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미 FTA 체제의 존속 여부를 가늠하는 정치적·구조적 시험대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제 ‘눈에 보이는 관세율’만을 계산할 것이 아니라, FTA의 실질적 효력 유지와 외교·법률적 대응 전략 수립에 나서야 한다. ISDS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나 FTA 분쟁해결 절차도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국민적 관심과 힘을 모아 다층적 대응체계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

☞신민호 관세사는?
국내 유력 관세펌의 하나인 대문관세법인의 대표로, 25년 이상 관세와 외환 및 무역통상 분야에서 컨설팅과 통관을 아우르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서울관세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기업의 통상 리스크 대응, FTA 활용 전략, 외환거래 및 원산지 검증 분야에서 국내 유수 기업의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2025년 7월, 책으로 펴낸 『트럼프 2.0의 경고: 관세 전쟁 속 Made in Korea 생존 전략』에서 트럼프 취임 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상호관세(Mirror Tariffs) 체제를 중심으로, 한국 수출기업이 직면할 통관·관세·FTA 리스크에 대한 분석과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한미 FTA의 실효성 논란, 품목분류·관세평가 실무 리스크, 미국 통관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실무 통찰을 제공하며, 통상정책 전문가와 수출기업 실무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책은 현재 교보문고·YES24, 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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