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세무조사가 달라졌어요. 건수가 많아지고, 강도도 높아졌어요
1~2명의 세무대리인에게 들었을 때는 '그런가?'라고 넘겼습니다. 일부의 이야기를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또 해당 세무대리인에게 세무조사 대응 업무가 몰렸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렇게 말하는 세무대리인이 1~2명이 아니었습니다. 만나는 세무대리인마다 "세무조사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왜 세무대리인들 모두가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세무조사는 납세자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과 개인은 추징 부담, 세무조사 대응 시간과 비용 부담, 심리적 부담을 느낍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납세자의 경제활동에도 지장이 생기는데요.
세무조사가 정말 과거와 달라졌을까요?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택스워치가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5명의 세무대리인에게 세무조사 트렌드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택스워치가 접촉한 세무대리인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최근 세무조사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More(많아지고), Aggressive(강해지고), Different(달라지고)'입니다.
트렌드1. More (많아진 조사 건수)

세무조사의 가장 큰 변화는 세무조사 건수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세무조사 대응을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는 전언입니다.
대형 세무법인의 한 세무사는 "요즘 세무조사 대응 업무만 계속 한다. 일이 끝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세무사는 "수임고객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서 지방으로 출장을 다닌다. 과거에는 세무조사 대응 대리를 맡았다면, 최근에는 기장고객이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가 늘었다"며 "서울지방국세청과 중부청의 세무조사가 확연히 늘었다. 과거와 다른 흐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급성장하는 세무법인의 세무사는 "최근 서울청 조사2국과 조사4국의 세무조사 많다. 중부청도 많아졌다"고 전했습니다. 기업 세무대리를 주로 맡고 있는 세무사는 "세무사들 단톡방을 보면 세무조사 나왔다는 말이 많아졌다"며 "제가 맡고 있는 고객도 서울청 조사4국에서 조사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세무사도 "잘 되는 기업들은 세무조사를 받다가 조사 범위가 넓어지면서 다른 개별 세무조사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저도 마찬가지이고, 주변에서 세무조사 대응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세무조사 건수는 늘었을까요? 국세청은 세무조사 건수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고 밝혔죠.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세무대리인의 체감일 뿐이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매년 1만4000건 내외로 조사 건수를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세무조사 건수는 2023년도까지만 공개됐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반영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2019년부터 2023년도까지의 세무조사 건수를 살펴보면, 2019년 1만6008건에서 2020년 1만4190건으로 줄어든 후, 2021년 1만4454건, 2022년 1만4174건, 2023년 1만3973건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국세청에서 세무조사의 총량을 관리하는 셈이죠. 그런데 세무대리인들은 왜 조사 건수가 늘었다고 말할까요?
국세청 사정에 밝은 한 세무대리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2023년부터 서울청의 조사 건수가 대폭 늘어났다. 기존에는 조사팀당 6건 정도 조사했다면, 재작년부터는 11건 정도로 늘었다"며 "당시 서울청장이던 강민수 청장의 지시로 조사 건수가 늘었는데, 이 기조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 재고를 턴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묵혀뒀던 세무조사를 몰아서 한다는 의미"라며 "작년 연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러 우려로 인해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쉬었다. 정기 세무조사의 경우 그해 할당된 건이 있는데, 조사팀이 올해 초에 몇 달 쉬었기 때문에 할당된 조사 건을 처리하느라 지금 몰아서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해가지 않는 것이 있죠. 서울청 조사팀의 조사 건수가 늘었다면 전체 조사 건수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 국세청 출신의 세무대리인은 "본청에서 조사 건수를 관리하기 때문에 전체 조사 건수가 목표치를 넘어선다면 지방청별로 조사 종결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며 "통계에는 조사에 착수한 시점이 아니라 종결된 조사만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렌드2. Aggressive (높아진 조사 강도)

세무조사 건수가 많아지는 것도 납세자들이 부담스러워 하지만, 더 큰 부담은 '높아진 조사 강도'입니다.
조사 강도가 높아졌다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나왔습니다. 대부분은 이 소문의 근원지를 '서울청 조사4국'으로 꼽습니다. 이는 세무대리인뿐만 아니라 현직 국세공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직 국세공무원은 "강성인 성향의 인물을 서울청 조사4국장으로 임명하면서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조사관들이 조사4국을 기피할 정도로 업무가 많아졌다"며 "김진우 국장을 조사4국장으로 임명한 것은 인사권자의 뜻이다. 결국 인사권자가 조사 강도를 높이는 것을 주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세무대리인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데요. 전직 국세공무원인 한 세무대리인은 "최근 다른 조사국의 조사 강도는 낮아졌지만, 조사4국의 조사 강도는 높아진 상황"이라며 "세무업계에서는 조사 강도가 높아진 것을 국세청장의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김 국장을 임명한 것은 결국 국세청장 아니냐"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세무대리인은 "서울청 조사4국이 조사 강도가 높아진 것은 맞다. 최근 조사4국에서 나온 세무조사 건을 대리했는데, 소명 자체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조사팀이 억울하면 나중에 불복하라는 식으로 나온다. 세무대리인들도 당연히 불복을 전제로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세무대리인은 "세무대리인 입장에서 보면 무리한 과세도 꽤 있지만 담당 조사관은 과세해버리고 2~3년 뒤에 자리 옮겨버리면 그만"이라며 "이런 국세공무원이 나중에 퇴직하고는 세무대리인으로서 조사 대응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자를 주로 세무대리하는 한 세무사는 "불복이나 세무조사뿐만 아니라 경정청구나 기한 후 신고를 해도 국세청의 답변이 까다로워지고 엄격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며 "세금 추징 가능성이 있는 해명 안내 통지도 살펴보면, 국세청에서 이런 것까지 소명을 받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트렌드3. Different (달라진 조사 대응)

다수의 세무대리인들은 세무조사 방식과 대응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최근의 흐름을 '과거와 다르다'고 표현합니다.
과거에는 세무대리인이 어느 정도 성실히 대응하면 무사히 넘어갔을 세무조사도, 이제는 처음부터 불복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기존의 대응전략이 통하지 않는 것이죠. 이에 세무업계에서 선택한 방법은 '전관 모시기'입니다.
이른바 성실히 대응하는 '정공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국세청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전관을 영입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상대에 맞는 맞춤형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한 세무법인 대표는 "국세청 출신 퇴직자를 영입하기 위해 접촉중"이라며 "이제는 국세청 출신 전관을 영입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세무서장 출신이어도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조사 업무는 국세청 경험이 있는 인물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세무법인 대표 역시 "최근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조심하던 부탁들도 이제는 대놓고 부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행정고시 출신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세무업계는 물론 국세청 내부에서도 조사 건수와 강도가 높아지다보니, 세무조사와 관련한 부탁 전화가 많아졌다고 전합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분명 힘든 일이지만, 반대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불복 등의 일거리가 많이 늘어나는 대형 법무법인인데요.
대형 법무법인 출신의 한 변호사는 "코로나19가 유행했을 적에 세무조사를 축소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로펌들은 일거리가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며 "세무조사를 많이 하면 로펌은 내부적으로는 일거리가 많이 늘어나서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