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타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의사 등 고소득 사업자가 매년 3억원씩 소득을 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소득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으로 전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국가에 납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액납세자에 대한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는 이들의 납세의식을 떨어뜨리고, 탈세 유혹에 빠지는 심리적 배경이 되기도 한다.
고소득 전문직은 자신의 노동력을 직접 투입해야만 소득이 발생하는 노동집약적 구조에 놓여 있다. 그에 비해 세금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당연히 절세에 대한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절세를 빙자한 탈세컨설팅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 고소득 전문직들의 현실이다.
병·의원 세무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김규흡 세무법인 진솔 대표세무사와 박성진 택스스퀘어 대표세무사는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고액납세자 역시 조세정책의 주체로서 그들의 목소리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Q. 병·의원 세무를 전문으로 하시다 보면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산가 고객을 자주 접할 텐데, 최근 이들이 주목하는 절세 트렌드나 이슈는 무엇인가?
절세 고민은 재산이 많은 재산형 자산가와 소득이 많은 소득형 자산가로 나뉜다.
재산형 자산가들의 경우 대체로 보유세 절세와 향후 상속·증여를 포함한 처분 단계에서의 절세방안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보유단계의 세금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뿐만 아니라, 보유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 임대료 등도 포함된다.
보유세 절세를 위해서는 전체 자산의 보유내역을 우선 파악하고 취득 경로와 방식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 보유자산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득과 소득의 귀속자를 파악하고 보유자산의 명의를 이전할 수 있는 가족으로 명의를 이전하거나 재산보유 법인의 설립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보유중인 자산의 가치, 보유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규모에 따라 단독 보유중인 부동산을 가족에게 일부 증여 또는 양도하거나 재산보유 법인을 설립해 소득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재산 이전 방식으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세금을 계산해보면 절세가 되는 금액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처분단계에서의 세금은 주로 자녀들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경우에서 발생하는 상속·증여세를 사전에 모의로 시뮬레이션을 해 경우의 수에 따른 절세전략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자산가들의 경우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 발생하는 세금이 생각했던 것보다 거액이라 놀라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도 사전증여, 합법적인 선에서의 저가양수도, 법인으로의 재산이전 등의 방식을 활용해 절세할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세금으로 인해 팔지 못할 수 있는데 정권이 바뀐 만큼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다가 한시적인 세제혜택을 주는 정책이 나오면 그때 팔아서 절세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뉴스를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소득형 자산가들은 이미 사업·근로소득으로 인해 종합소득세 최고세율과 한도 수준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소득 자체에 부과되는 세금을 절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라면 법인 전환을 했을 경우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분석할 수 있다.
의료법상 실무적으로 법인 전환이 어려운 의사 등 개인사업자의 경우, 사업장 내에 누락된 세액감면이나 세액공제가 있는지, 그리고 구조적으로 확장이나 투자가 유리한지를 분석해 소득 자체에 대한 절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유망한 기업의 창업자나 동업자 등의 경우 소득을 높여서 세금을 납부하는 것보다 스톡옵션이나 다른 주식보장제도 등을 활용해 종합소득세를 주식양도세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소득형 자산가들은 부동산을 비롯한 재산형성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재산 취득 명의가 누구냐에 따라 세금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고 재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원천에 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있을 수 있기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세무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Q. 고소득 전문직은 기획 세무조사의 주요 타깃이 되는 사례가 많다. 의사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세무 이슈는 무엇이고, 국세청은 무엇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나?
개원의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절세로 포장한 탈세 컨설턴트들의 유혹에 넘어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탈세를 저지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탈세 목적의 경영지원회사(MSO) 설립, 미술품 리베이트, 사설 카드단말기(PG사)를 통한 리베이트 사건을 들 수 있다.
실제로는 주 6일 동안 하루 종일 쉴 틈없이 환자를 대면하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강도 높은 노동집약적 직업인이다.
하지만 사회보험료를 포함해 벌어들이는 소득의 절반 가까이 부과된 세금을 보면서 허탈감을 느끼거나 근로의욕이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절세에 대한 니즈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일부 악성 컨설턴트들이 악용해 병원에 방문해 탈세컨설팅을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다.
의사들이 세법을 몰라서 그랬더라도 모든 책임은 대표원장이 져야한다. 결국 과태료를 포함해 본래 세금의 2배 이상의 징벌적 추징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기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형사처벌이 발생할 경우 의사 면허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른 고소득 전문직들의 경우에도 탈세컨설팅의 유혹이 넘어가기 쉬운 구조이기에 이러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국세청에서는 고소득자들이 취득한 재산에 들어간 자금을 역으로 추적해 소득을 모으는 과정에서의 조세탈루 혐의가 없는지를 강도 높게 검증하므로 고소득 전문직업인들을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Q. 일반인들이 보기에 의사를 비롯한 전문직들은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인데 탈세컨설팅에 넘어간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런 컨설팅에 속아 넘어갈까?
의사들은 건강보험료까지 포함해 실질세율이 50%가 넘는다. 더구나 고소득 전문직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직업 이면에는 의사로서의 직접적인 진료 행위가 수반되는 노동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소득을 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
한계점을 넘어갔을 때는 아웃풋이 노력만큼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세금은 많이 나오면서 의욕이 떨어지고 자괴감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탈세컨설팅을 들으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탈세 목적의 MSO의 경우는 자녀들의 명의로 법인을 만들고 병원에 컨설팅을 한 것처럼 위장해 가공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병원의 경비를 늘려 세금을 탈루하고 탈루한 세금을 포함한 돈을 법인에 축적하면 자녀들에 대한 증여세도 줄일 수 있다는 식으로 컨설팅을 해준다.
미술품이나 PG사는 마치 정상적으로 미술품을 구매하고 병원 내부에 카드단말기 사용계약을 한 것처럼 위장해 없는 경비를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하지만 뒤로는 몰래 현금으로 리베이트를 주거나 원장의 가족이나 원장이 보유한 법인에 수수료 거래인 것처럼 위장해 세금신고를 하고 세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Q. 자산가들은 절세를 극대화하면서도 실질적인 소득을 최대한 가져가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출처 관리 노하우나 유의할 점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출처를 산정해 보면 본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증빙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첫 번째는 결혼할 때 양가에서 지원받았던 전세금을 증여신고 하지 않고 자가를 구입할 때 해당 자금을 넣는 경우다.
두 번째는 의사가 페이닥터를 할 때 근무하던 병원에서 소득을 축소신고 했기에 계좌에 있는 돈이 출처금액보다 많은 경우다.
의료업 관행상 페이닥터시 세후급여로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4대 보험 및 소득세 등의 부담이 크다보니 종종 병원장이 급여를 축소신고한다. 이것이 몇 년간 쌓이면 내 통장에 가용가능한 자금과 신고된 소득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부동산 등을 구입한 후 통장 잔고에 있는 금액은 자금출처 증빙이 필요없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60억원의 집을 사고 난 후 계좌에 잔액 3억원이 있다면 자금출처를 60억원이 아닌 63억원으로 소명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이를 간과한다.
네 번째는 병원 매출과 비용 신고의 적정성 여부다. 혹시나 누락한 매출과 사적경비가 세금신고시 영향을 미쳤다면 이에 대한 차이가 생긴다.
근로소득이 사업소득을 따라잡기 힘들고, 사업소득이 자본이득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을 대부분의 고액자산가들은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다.
따라서 '세금을 무조건 줄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세금을 낸 후 내가 떳떳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흐름의 극대화'라는 자본이득을 취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 담당 세무사와 생애주기적인 관점에서 상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Q. 생애주기적인 관점에서 세무상담을 하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런 상담이 가능한 세무사를 찾을 수 있을까?
택스워치에서 분야별 전문 세무대리인을 선정하지 않나. 택스워치가 선정한 전문가는 검증이 완료됐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신이 종사하는 업종의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무사마다 강점이 있는 업종이 있다. 저희는 병·의원을 전문으로 한다. 우리 같은 세무사한테 언론사 세무조사를 대응하라고 하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의원에 대한 세무대응은 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병원장이 도수치료사 수당 때문에 고민이라고 한다면 B병원은 도수치료사 수당을 높게 주지만 매출이 많이 늘어서 오히려 이득을 봤기 때문에 수당을 올리라고 조언할 수 있다. 어찌보면 사업적 조언까지 해줄 수 있는 것이 세무대리인이다.
언론매체에 한 세무대리인이 특정 업종과 관련한 기사가 10건 이상 보도됐다면 검증은 완료했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이 같은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무대리인이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관계를 중재하는 역할이긴 하지만, 세무대리인도 납세자이며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납세자의 사업이 잘 됐으면 하고, 절세하길 바라는 것은 정상적인 세무대리인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이는 세무대리인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몇 마디 나눠보면 저 세무대리인이 특정 업종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구나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그런 세무대리인을 찾으면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Q. 정치권이나 정부나 조세정책을 수립할 때 보통 고소득자나 자산가보다는 저소득층에 중점을 많이 둔다. 고소득자나 자산가들 입장에서는 세금도 많이 내는데도, 정책적 배려가 없다는 사실에 허탈감도 들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
세금은 사회적 합의다. 세금을 낼 때는 내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를 챙기는 조직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고액납세자를 적대적인 세력처럼 대한다.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을 개정하면 그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최고세율을 정한다.
가장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문제다.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도 없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은 군인이나 소방관 등과 동일 선상에서 사회적 존중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고액납세자는 죄인 취급하면서 세금을 더 많이 가져가려고 하고, 세무조사는 더 많이 나오는 등 사회 구조가 이렇다 보니 탈세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이다.
고액납세자도 그들의 의견을 대변해줘야 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다.

Q. 최근 '병원개원세무'라는 책을 출간하셨는데,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독자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택스스퀘어와 세무법인 진솔은 이름만 다르게 쓰고 있을 뿐 대표세무사의 경영철학이 똑같아서 대기업으로 치면 형제 회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두 회사에서 오랜 시간 수천여개의 개원 병원 세무를 전문으로 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책에 담아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의사들이 현명하게 개원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래서 초판에 이어 이번에 개정판을 출간했다. 개정판은 초판에 없었던 세액공제, 감면에 관한 내용과 의료업계에서 발생한 실제 이슈를 담았다.
수많은 병·의원 원장들과 소통한 결과 세무 관련 질문의 90%가 비슷한 내용이었다.
이에 병·의원 운영과 관련된 세무 지식을 전달할 때, 딱딱한 세법 지식에 근거한 설명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맞닥뜨리는 상황에 대해 생생하고도 쉬운 대응 방안을 전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책을 집필하게 됐다.
시간관계상 책을 다 읽지 못하더라도 책 말미의 내비게이션 목차를 활용해 각자의 맞닥뜨리게 된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찾아 읽으며 병원 세무의 매뉴얼처럼 쓰일 수 있도록 구성돼 병·의원 원장 및 관계자뿐만 아니라, 병·의원 세무를 다루고자 하는 세무업계 관계자 등도 폭넓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규흡·박성진 세무사는?
김 세무사는 병·의원과 의료인 세무관리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으며 의사 커뮤니티인 아임닥터를 비롯해 메디굿 개원세미나, 오스템임플란트 덴올TV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게이트의 세무자문협력사를 맡고 있다.
박 세무사는 KPMG삼정회계법인과 더불어 IBK기업은행 VVIP컨설팅팀에서 고소득 자산가를 대상으로 세무컨설턴트를 진행했다. 역삼세무서 국선 세무대리인과 서울시 선정 지방세 대리인도 맡았다. 의료 세무관리에 특화된 박 세무사는 개원 세미나 강사와 병원 컨설팅, 의료인 세무조사 대응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두 세무사가 합심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인의 개원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병원개원세무' 개정판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