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네 번째로 내부 승진을 한 이명구 관세청장이 14일 "형식주의, 패배주의, 권위주의 같은 안 좋은 것들을 걷어내고, 이재명 정부에서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세청장은 이날 정부대전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관세청 내부에는 해보지도 않고 그게 되겠냐는 문화가 없지 않아 있다. 정책 결정은 다 상급기관에서 하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있는데, 이제는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무역안보와 관련해 제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법령 정비와 인력 조직도 확충을 해서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에서 지침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관세청이 주체적으로 움직여 우리 역할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세청장의 패배주의 발언은 관세청의 외부 인사 발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관세청장 자리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이 독식하는 자리로 인식되면서, 조직원들의 사기 저하 요인이 됐다. 관세공무원 스스로도 '힘 없는 부처'라는 자조적인 발언을 할 정도로 업무 추진 동력이 상실되면서 미국 관세정책 이슈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이 청장은 이번 내부 승진의 의미에 대해 "현장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승진시킴으로써 직원들의 사기가 진작될 것"이라며 "외부 인사가 관세청장이 되면 현장을 이해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며 "지금 당장 민생 현안이 급한데 적응할 시간이 없다. 신속하게 정책을 집행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차원의 인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관세 이슈 대응에 대해서는 "최근 미국 관세청 일행이 한국에 와 면담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우리 수출 기업들이 불필요한 통관 장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문서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미국 실무진과 직접 만나 분위기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과 신뢰를 쌓아가면서 '한국에서 들어오는 물건은 괜찮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가조작과 관련해서도 관세청의 감시·대응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등을 이용해 매출액을 부풀리고 허위 공시를 하는 사례가 있다"며 "자전 거래를 빙자해 값싼 물건을 고가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무역대출을 받고, 이를 통해 주가를 띄우는 방식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세청은 불법 외환 거래와 연계된 주가조작 수단을 포착해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