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많지만, 세금 낼 돈이 없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이 끝난 후에도, 저는 정신을 차릴 틈이 없었습니다. 조문객을 보내고 겨우 숨을 돌리려는 순간, 15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고지서가 날아왔기 때문이에요.
우리 집안은 지역 일대에 대대로 내려오는 땅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쌓아온 재산이지만 그 대부분이 부동산이었지, 현금은 거의 없었어요.
우리 가족은 150억원이 훌쩍 넘는 상속세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으면 연체 이자가 불어나고, 나중에는 강제 매각까지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 답답했죠.
긴 가족회의 끝에 갖고 있는 땅과 건물을 처분해 현금화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하지만 150억원을 한꺼번에 현금화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마침 부동산 시장도 좋지 않아 매수자를 찾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세무대리인을 찾아가 지금 상황을 의논하니, 부동산으로 세금을 대신 납부하는 물납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하더군요. 어차피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현금을 준비하기 어렵다면 땅으로 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곧바로 검토를 거쳐 토지와 건물 몇 채를 국세청에 물납 대상으로 신청했습니다. 부동산 평가를 거쳐 감정평가서를 제출하고, 서류도 꼼꼼히 준비했고요.
그러나 국세청의 승인을 기다리던 중, 뜻밖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물납거절 이유
"이 땅들은 도로로 지정되어 있어 물납이 불가능합니다."
"세금 낼 때는 감정가를 높게 책정해놓고, 정작 가져가려니 도로라서 쓸모없다니요."
국세청은 우리 가족이 신청한 물납 토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어요. 도로계획시설 저촉으로 땅 일부가 도로로 지정됐거나, 현황 도로로써 도로처럼 쓰이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처분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죠.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땅은 아버지가 매입할 당시에도 일부가 도시계획시설에 포함돼 있었거든요. 일부가 도로에 포함된다고 해도 땅 매매가 가능하다는 것은 물납 신청 직전에도 확인했습니다. 부동산 감정평가에서 재산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고요.
게다가 도로 지정된 토지 중 일부는 전체 면적 1500㎡ 중 10㎡에 불과해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바로 세무서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필요하다면 일부 토지를 분할해서 물납하라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땅을 분할하는 방법도 검토했는데요. 하지만 분할하면 남는 땅 면적이 심각하게 축소되거나, 처분 가치가 떨어져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반쪽짜리 승리
"극히 일부가 도로에 걸려 있다고 전체 땅을 거부하는 건 말이 안돼요."
"그 땅은 물납 거부를 취소합니다. 하지만 현황 도로인 땅은 물납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물납을 인정받아 상속세를 납부할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세무대리인과 논의한 뒤,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저는 일부 도로 저촉만으로 전체 토지의 물납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어요. 그리고 감정평가서를 다시 제출해, 국세청이 물납을 거부한 땅들도 감정평가에서는 가치가 있다고 평가됐다는 점을 강조했고요.
몇 개월에 걸친 심사 끝에, 심판원은 일부 토지에 대한 물납 거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국세청이 도로 저촉 여부만 따져 기계적으로 전체 땅 물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어요.
하지만 현황 도로로 사용 중인 일부 땅은 관리·처분이 어렵다는 국세청의 주장을 인정해, 물납 거부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물납이 일부라도 인정된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내야 할 상속세가 남았는데요. 우리 가족은 결국 다른 땅을 헐값에 급처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절세Tip
상속세를 현금 대신 부동산 등으로 대신 납부하는 물납을 고려한다면 부동산의 처분 가능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도로 저촉이나 현황 도로로 쓰이고 있는 토지는 국세청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라도 물납이 허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전 감정평가와 법적 검토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