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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위기, 한국 무역 구조를 흔든다

  • 2026.03.19(목) 10:00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중동 전쟁이 한국 무역 현장의 통관 일정까지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 속에서,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짚고 2020년 청해부대 선례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란 전쟁 때문에 원유 선적이 늦어진다는데, 통관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최근 수입업체 의뢰인들의 문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 안보 뉴스가 무역 현장의 실무 질문으로 직결되는 순간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세계 에너지 수송의 목줄을 죄고 있다. 

'사실상 봉쇄'란 해협이 물리적으로 완전 차단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선박 보험료 급등·항로 회피·선적 지연이 겹치면서 해협의 물류 기능이 크게 약화된 상태를 가리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7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하며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군사적 긴장과 봉쇄 수준은 시점에 따라 계속 변동될 수 있어 상황은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

군사·외교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관세사 입장에서 한 가지 분명히 말하고 싶다. 이 사안은 먼 나라 안보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무역의 생존과 직결된 공급망 위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2020년 한국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선례 '청해부대의 독자적 작전구역 확장 방식'을 다시 꺼내 들어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숫자가 말한다: 호르무즈가 없으면 원유 66%도 없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66%, 3분의 2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통계(2023) 및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연보를 참고한 추정치로, 시기와 계약 구조에 따라 60~70% 범위에서 변동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의존도를 35%로 언급한 것은 전체 에너지 수입 대비 비중을 기준으로 한 수치로 보이며, 원유 수입량 기준인 이 기고의 66%와는 측정 기준이 다르다. 

어느 수치를 쓰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한국 산업의 원유 수급에 직격탄이 가해진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해협이 봉쇄되면 단순히 유가가 오르는 문제가 아니다. 수입 원자재 전반의 통관 일정이 뒤틀리고, 에너지 집약 산업의 생산원가가 구조적으로 상승한다. 

이미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정유·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은 유가가 10% 오르면 총 생산원가가 약 2~5%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IT처럼 에너지 비중이 낮은 업종은 이 범위를 직접 적용하기 어렵지만, 원자재·부품 조달 비용 상승을 통한 간접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

이는 '에너지 통관 대란'의 전조다. 선적 지연으로 인한 체화료 증가, 대체 항로 확보에 따른 운임 급등, 수입신고 지연까지 현장 파급은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전쟁이 1년 이상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물류 차질·환율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위기 시나리오 아래 한국 경제성장률에 심각한 하방 압력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를 단정적 예측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리스크의 크기 자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2020년 한국의 선례, 그리고 일본의 검토

한국에는 이미 직접적인 선례가 있다. 2020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한국 정부는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혀 한국 상선을 독자적으로 호위했다. 

미군 주도 연합작전에 직접 편입되지 않고, 우리 선박과 국민을 지키는 독자 임무 형태였다. 이란의 직접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한·미동맹 기여를 현시한 균형 잡힌 접근이었으며, 중동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이란 측의 반응은 우려했던 것보다 강하지 않았다.

다만 2020년과 현재의 결정적 차이가 있다. 당시는 긴장이 고조된 단계였고 실제 교전은 없었다. 지금은 전쟁이 진행 중이다. 위험의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하며, 2020년 모델을 재적용하더라도 강화된 안전 조치와 명확한 교전 회피 기준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주목할 것은 일본의 움직임이다. 일본 역시 트럼프의 파병 요청 대상국이지만, 평화헌법 제9조 해석과 미일동맹 구조, 중동 외교 관계 등 복합적 제약 속에서 '전면 참전' 대신 항로 안전 정보 공유·통신 협력 등 비전투적 기여를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정책은 아니지만, 전투 행위 없이 동맹 기여를 현시하려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한국의 2020년 모델과 맞닿아 있는 접근이다.

한국의 두 가지 선택지

첫째,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장

2020년 선례를 기반으로, 미군 주도 연합작전에 직접 편입되지 않고 한국 상선 보호라는 독자 임무 형태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란의 입장에서 미국 연합작전과 한국 독자 호위를 다르게 인식할 가능성이 있고, 그만큼 직접 교전 우선순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다만 이는 이란의 작전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수이므로, '안전 보장'이 아닌 '위험 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회 동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존 파병 동의안에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이 문구의 적용 여부는 법학계 내에서도 해석이 엇갈리는 논쟁적 쟁점이다. 

해당 판단은 법률 전문가와 정부 법무 당국에 위임되어야 하며, 헌법 제5조의 침략전쟁 부인 원칙과 제60조 제2항의 국회 파병 동의권이 교차하는 이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을 반드시 먼저 확보해야 한다.

둘째, 다국적 연합 비전투 참여

항로 안전 정보 공유, 통신 협력, 의료 지원 등 비전투 임무에 한정된 참여다. 탄약·연료 보급과 같은 군수 지원은 국제법상 교전국 지원 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이 범주에서 명확히 제외해야 한다. 

프랑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방어적 호위 임무'를 전제로 한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지며, 이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비전투 임무라 하더라도, 군사작전 지원으로 간주될 경우 교전규칙상 이란의 표적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지는 않는다. 

'비전투 = 안전'의 등식은 군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두 방안 모두 '위험 완전 회피'가 아닌 '위험 관리형 참여 방식'으로 이해해야 하며, 지정학적 긴장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도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우려를 외면하지 말자: 그러나 무위(無爲)는 더 위험하다

반론도 충분히 경청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기뢰 위협 등 잠재적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고위험 해역이다. 기뢰의 실제 배치 수량과 위협 수준은 군사 정보에 따라 변동될 수 있어, 언론 보도와 정보기관 평가 사이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 방위 자산이 중동으로 분산된다는 우려는 현실적이며, 국회 동의 절차의 투명성도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며, 그 선택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 포괄적 동맹 신뢰의 문제다. 외교 협상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므로 단일 사안이 결과를 직접 좌우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맹 간 전략적 신뢰가 협상력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외교 경험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동맹과 공급망을 동시에 잃는 상황은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다.

최소한의 기여로 최대의 국익을

관세사는 수입 화물이 세관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기업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주요 절차를 관리하는 전문가다. 그 흐름이 끊기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들이 우리 의뢰 기업들이다. 

통관 일정을 묻는 의뢰인에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답은 이것이다. 정부는 2020년 모델을 기반으로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장과 비전투 다국적 참여를 지금 테이블에 올려야 하고, 기업은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장과 다국적 연합 비전투 참여, 이 두 가지는 과도한 군사적 모험주의도 아니고, 동맹을 외면하는 선택도 아니다. 한국의 무역 공급망을 지키고 동맹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대응 방안이다.

이 문제를 정부와 국회가 공식 검토 의제에 포함할 것을 건의한다. 헌법 제5조의 침략전쟁 부인 원칙, 제60조 제2항의 국회 파병 동의권, 그리고 국제해양법상 통과통항권 규범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조율할지는 법률 전문가와 정치권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무역 현장에서 느끼는 절박함을 정책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세사의 몫이다.

기업 차원에서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세 가지

① 운송 계약 및 적하보험 조건 재점검: 전쟁위험담보(W.R., War Risk) 특약 가입 여부와 보상 범위를 확인한다. 담당자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조치다.

② 통관 지연 대비 재고 전략 조정: 핵심 원자재의 안전재고 수준과 통관 일정 여유를 점검한다. 재고 확인과 일정 재조정은 당장 시작할 수 있다.

③ 원유 및 원자재 조달선 다변화: 중동 외 대체 루트 계약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중기 로드맵을 수립한다. 단기보다는 중기 전략 과제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는 국가 정책과 별개로 기업이 스스로 준비해야 할 영역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전략 비축유 방출 기준 재검토, 수입선 다변화 지원 정책 강화가 병행되어야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이 완성된다.

이 기고를 쓰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현장이 이미 묻고 있다. 그 질문에 답할 준비를 지금 해야 한다.

☞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현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공급망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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