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무조사를 받던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은 범칙조사 전환 통보를 받을 때다. 세금 문제를 넘어, 검찰 고발과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열리기 때문이다. 모 중견기업 대표는 "기업에 세무조사가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면, 범칙조사는 등에 식은땀이 나는 손님"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런데 정작 검찰에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은 '엿가락 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포탈 범칙조사는 별도 심의 기구를 거쳐 다퉈볼 수 있는데, 세금계산서 범칙조사는 이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세무관서장의 자의적 해석만으로 검찰에 넘겨지는 경우가 많다. 세무업계에서 이를 두고 '검찰식 묻지마 기소'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세포탈은 심의, 세금계산서는 관서장 맘대로
현재 국세청은 일반 세무조사 과정에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발견하면 조세범칙조사 대상자로 선정한다.
기업들이 범칙조사 과정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혐의는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수취다. 기업 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관계 다툼도 적지 않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수취한 금액이 6개월(1과세기간) 기준 5억원 이상이면 범칙조사 대상이 되며, 5년간 허위 거래 금액 합계가 30억원을 넘으면 형사고발 문제로 이어진다.
형사처벌 가능성이 걸린 사안인 만큼, 범칙조사는 엄격한 절차를 따진다. 실제 조세범 처벌절차법(제5조)을 보면, 범칙조사 대상자 선정과 검찰 고발 여부를 결정할 때 국세청 산하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심의 절차가 사건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는 데 있다. 조세포탈 범칙조사는 심의위원회를 반드시 거치지만, 세금계산서 범칙조사는 심의 의무 규정이 없다. 위원장(지방국세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만 심의가 이뤄진다. 사실상 세금계산서 범칙조사는 대상자 선정부터 검찰 고발 여부까지 관서장 판단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기업 입장에서는 객관적 검증을 거칠 기회 없이 곧바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셈이다.
특히 납세자가 범칙조사 선정 자체를 사전에 다퉈볼 방법도 없다. 현행(납세자보호 사무처리규정, 70조) 납세자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권리 침해가 있다고 판단되면 납세자보호위원회에 권리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국세기본법(제81조의18)은 범칙조사를 납세자보호위원회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범칙조사 선정에 대한 외부 견제 장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국세청 조사국 출신의 한 세무사는 "공급시기 차이처럼 사실관계 다툼이 있는 사안도 세금계산서 범칙조사 대상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전 구제 절차가 사실상 없다 보니 납세자는 고발 이후에야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이 책임 있는 판단을 하기보다 일단 검찰에 넘기는 것처럼 보인다"며 "검찰식 묻지마 기소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심의 없는 고발, 누가 걸러주나
세금계산서 범칙조사의 대표적인 대상은 거짓 세금계산서를 판매하는 이른바 '자료상'이다. 2024년 기준, 국세청은 자료상 1241건을 조사해 이 가운데 959건(77.3%)을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조사 대상의 65.4%는 법인사업자(812건)로, 개인사업자(429건)를 크게 웃돌았다.
자료상으로부터 가짜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사업자도 타깃이 된다. 이 경우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불공제는 물론 소득세·법인세 추징이 이뤄질 수 있으며, 고액 수취자는 범칙조사 대상자로 선정된다. 실제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자 조사(2024년)도 641건 이뤄졌고, 이 중 425건(66.3%)이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강승윤 세무법인 센트릭 대표는 "세금계산서 사건은 거래 실질을 둘러싼 다툼이 적지 않아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로 정리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세청이 고발한 사건이 결국 불기소로 끝난다면 기업은 수사 대응 비용과 평판 리스크만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조세포탈 사건에서는 심의위원회가 일정 부분 '필터' 역할을 한다. 2024년 기준으로, 조세포탈 범칙조사 174건 가운데 26건(14.9%)이 심의 단계에서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전년(9건·7.1%)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세금계산서 범칙사건은 무혐의 현황이 공개되지 않아, 심의 절차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세포탈 사건에서는 심의위원회가 실제로 사건을 걸러내고 있는 만큼, 일정 금액 이상이거나 사실관계 다툼이 큰 세금계산서 범칙 사건에도 같은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