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월 6일 서울 양평동 국세청 전산실. 국세통합시스템(TIS) 개통 버튼이 눌렸다. 그전까지 수기로 처리하거나 개별 프로그램에 의존하던 국세행정 업무가 하나의 통합 전산망으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TIS를 직접 가동했던 임채주 전 국세청장은 훗날 회고담에서 "TIS 개통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2015년에는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이 등장하며 국세행정은 또 한 번의 전환을 맞았다. '새롭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Neo'를 이름에 담은 NTIS는 세무서를 방문하지 않고도 주요 세무 업무를 처리하는 이른바 '사이버 세무서' 시대를 본격화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국세행정은 TIS와 NTIS 구축에 버금가는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전산 고도화를 넘어, 국세행정 패러다임을 바꾸는 'AI(인공지능) 대전환' 밑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다.
자연스레 차기 시스템의 명칭에도 관심이 쏠린다. TIS에서 NTIS로 이어진 명칭 변화가 보여주듯, 이름은 시스템의 변화 방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AI시대 국세행정의 모습을 담아낼 새로운 명칭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세행정 AI 대전환, 어디까지 왔나
국세청이 AI 기술을 국세행정에 본격 적용하기 시작한 건 2024년부터다. 대표 사례가 'AI 국세상담관'이다. 납세자가 국세상담센터(126)에 전화하면 상담사 연결 전 AI가 기본적인 세법 질의에 응답하는 방식이다. 다만 시나리오 기반 기술이어서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복잡한 질문에 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AI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국세행정은 지난해 전환점을 맞았다. 2025년 7월, 당시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세행정 AI 전환(AX)에 약 1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하면서다. 이후 국세청장에 취임한 임 국세청장은 "생성형 AI를 통해 전 국민에게 무료 세무 컨설팅을 제공하고, 단순·반복 업무는 AI에 맡겨 직원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현재는 사업 타당성을 검증받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신속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으며, 4월부터 예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예타를 통과하면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등을 거쳐 내년부터 본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국세청은 2028년 서비스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민서비스 측면에서는 AI가 세금 신고서를 자동 작성하고 맞춤형 세무 컨설팅을 제공하는 안을 과제로 제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자신고 분야라면, 가령 종합소득세부터 우선 적용하는 식으로 분야별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대전환에 시스템 명칭도 바뀔까
국세청 전산망 명칭이 TIS에서 NTIS로 바뀐 것은 단순한 개명이 아니었다. 노후화한 기존 시스템으로는 높아진 납세자 요구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전산 체계를 전면 개편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당시 NTIS는 흩어져 있던 세정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세무서 방문 없이도 신고와 민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시스템의 성격이 바뀌면서 이름도 달라진 셈이다.
NTIS가 전자 세정 시대를 열었다면, AI 전환은 국세행정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차기 시스템에 새로운 명칭을 부여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TIS가 도스였다면 NTIS는 윈도우 시대로 넘어가는 수준의 변화였다"며 "AI 대전환은 국세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인 만큼 명칭을 바꾸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NTIS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 명칭을 유지하되 AI를 덧붙이는 방식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세청이 명칭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사례는 있다. 국세외수입 체납액 통합징수를 추진하면서 기존 '국세 징수기관(NTS·National Tax Service)'을 넘어 '통합 재정수입기관(KRS·Korea Revenue Service)'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현재까지 전산시스템 명칭 변경과 관련한 공식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세행정 AI 전환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는 2027년 전후 관련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기 시스템이 'AI-NTIS'가 될지, 전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