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세금 행정의 핵심은 법 집행이 아니라 신뢰라는 사실을, 이들이 누구보다 먼저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스스로를 드러내는 '설명 행정'이 필요해진 시대. 이제 이들은 더 이상 숨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국민 앞에 서기 시작했다. 이들의 홍보는 어떤 모습일까? 주요 세금 관련 기관의 홍보 현장을 들여다봤다.
평생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곳이죠.
국민 대다수에게 조세심판원(이하 심판원)은 낯선 기관이다. 세금 문제로 억울함을 호소할 일이 생기지 않으면, 이름조차 접할 일이 드물다. 그런 곳에서 홍보 열을 올린다니, 의외로 들릴 수도 있다. 준사법기관인 심판원은 오직 '결정문으로 말하는 기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관의 속살을 꺼내 보일 만큼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다.
말하지 않아서 생긴 거리
국세청·관세청과 달리 심판원에는 홍보 전담 조직이 따로 없다. 판결(결정) 자체가 기관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언론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언론 대응은 주로 심판행정과(기획팀)가 부업처럼 맡고 있고, 보도자료를 내는 일도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기사 수정 요청이나 해명자료를 내는 일도 거의 없다.
심판원 관계자는 "만약 납세자(또는 대리인)의 생각만을 넣어서 심판청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식의 기사가 나온다면 대처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적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판원은 법원처럼 공개 재판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대부분 사건이 비공개로 심리되고, 회의장이나 심판정도 일반 국민은 볼 수 없었다. 납세자가 직접 청구하지 않는 한, 기관이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외부에서 알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깜깜이 기관'이라는 오명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조세 불복 대리를 맡은 세무사들로부터 "심판청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라는 문의 전화가 심심치 않게 온다고 한다.

깜깜이 기관에서 속살 공개까지
이런 폐쇄적인 이미지가 조금씩 깨지고 있다. 변화의 출발점은 유튜브 영상이었다. 지난 7월, 총리실 공식 유튜브 채널 '총리실TV'에는 '조세심판이 어렵니? 7분 만에 끝내는 조세심판 A to Z'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억울하게 부과된 세금이 심판원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그동안 일반 국민이 볼 수 없었던 청구인의 의견진술 장면까지 공개됐다. 이렇게 심판정 내부를 외부에 보여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심판원이 업무 과정을 낱낱이 공개한 데는, 납세자가 절차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상길 심판원장이 취임(지난해 9월) 직후 강조한 '영세납세자 권리구제'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조만간 국선심판대리인·우선처리·전자심판 등 내용을 담은 3개의 추가 영상도 공개될 예정이다.
영상 조회수는 1200회 남짓인데, 단순히 숫자만으로 홍보 효과를 단정하긴 어렵다. 심판원 관계자는 "심판청구가 닥쳐야 볼 영상"이라며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지만, 전 국민이 알아야 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판원이 이제야 홍보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자원의 한계가 컸기 때문이다. 돈과 사람, 두 가지 모두 부족했다. 홍보를 담당하는 기획팀에는 4명(실질적 언론 대응은 기획팀장 1명)뿐이고, 그동안 예산조차 영상이나 홍보물을 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부끄럽지만 납세자에게 불친절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올해 처음 홍보예산이 생기면서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납세자가 심판원을 아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심판절차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콘텐츠를 만드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