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세금을 부과받았다고 느낀 납세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조세심판원(이하 심판원)입니다. 조세 불복 사건을 다루는 준사법기관인 만큼, 그동안 대국민 홍보나 소통 활동이 활발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심판원이 유튜브 쇼츠(짧은 동영상) 3편을 한꺼번에 공개하며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 영상에는 소액·영세납세자를 겨냥한 심판제도 안내가 담겼습니다. 심판제도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콘텐츠를 만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심판원이 쇼츠를 통해 강조하는 제도는 무엇이며, 소액·영세납세자에게는 어떤 점에서 실제 도움이 될까요.
조세심판 제도 유튜브 쇼츠 제목
①억울한 세금? 국선대리인이 '공짜'로 도와드립니다!
②심판 결과 빨리 받고 싶다면…이거 무조건 쓰세요!
③이제 조세심판도 '온라인 원클릭'시대!
대리인 선임이 막막하다면? '국선세무사'
국세청의 과세에 소위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영세납세자들이 불복하더라도 체계적으로 반박 논리를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대리인(세무사 등)을 선임해 대응하겠지만, 영세납세자들에게는 이마저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심판원이 유튜브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건 ①'국선심판청구대리인(이하 국선대리인)' 제도입니다. 형사 재판에 국선변호사가 있듯, 세금 관련 분쟁에서도 조세심판원이 대리인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어 '국선세무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현장에서의 지원 효과는 어땠을까요. 작년 한 해 국선대리인이 지원된 사건은 46건으로, 이 중 31건의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납세자 승소를 뜻하는 인용률은 22.6%(7건)로, 1년 전보다 1.8%포인트 오른 수치죠. 모수인 심판청구 사건 수가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대리인을 선임한 내국세 심판청구의 인용률(14.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국선대리인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청구세액이 5000만원을 넘지 않아야만 신청 자격을 얻습니다. 특히 청구인(개인·법인)별 소득·재산 기준도 두고 있는데요. 영세납세자를 돕기 위해 도입된 만큼,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청구인이 개인이라면 연간 종합소득금액은 5000만원, 소유 재산가액은 5억원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지방세(취득세·재산세 등), 관세,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는 국선대리인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세목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국선대리인이 제공하는 지원 범위도 상당히 넓습니다. 심판청구서 작성부터 법리 검토, 사실관계 확인과 증거자료 수집, 심판관회의에서의 의견진술까지 심판청구 절차 전반을 모두 도와주는 구조죠. 심판원 관계자는 "납세자가 혼자 대응하기 어려운 조세불복 과정을 전문 대리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해준다"고 말했습니다.
※ 국선심판청구대리인은 누구? (가나다 순)
변호사 : 김동창(변호사 김동창 법률사무소), 박병철(변호사 박병철 법률사무소), 이현승(변호사 이현승 법률사무소), 진시호(변호사 진시호 법률사무소), 채용현(법무법인 대륙아주), 한동욱(법무법인 로웍스)
공인회계사 : 강은지(바로회계법인), 권성욱(삼덕회계법인), 김재문(호연회계법인), 김형수(세무회계 대영), 김호중(서린회계법인), 박민선(회계법인 늘봄), 백윤호(세무회계 백), 배상환(비채파트너스), 신태용(신원회계법인), 오승민(오승민 세무회계 사무소)
세무사: 김상민(세무회계 화담), 김준모(김준모 세무회계 사무소), 김준현(세무법인 대명), 박일지(아테나 세무사 사무소), 송영관(세무법인 올림), 신용일(신용일 세무회계 사무소), 이명식(이명식 세무회계 사무소), 이은선(세무경영컨설팅 지율), 이종철(세무회계 정원), 임지훈(임지훈 세무회계 사무소), 정호진(세무사 정호진 사무소), 진영민(세무법인 세담택스)
압류·출국금지 걱정된다면? '우선처리'
심판청구서를 접수하고 난 후 결론이 나려면 평균적으로 185일(2024년 기준)이 걸립니다. 세법에는 90일 이내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납세자가 최소 6개월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압류나 출국금지 같은 직접적이고 급박한 처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마련된 것이 ②'우선처리' 제도입니다. 교통약자가 공항에서 출국 전에 '패스트트랙(Fast-Track)'을 이용하듯, 세금약자에게 신속한 결정을 내려주는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판원 관계자는 "청구인이 항변서를 제출하거나 추가 의견이 있다면 처리 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웬만하면 80일 이내 처리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우선처리 대상으로 선정된 사건은 19건이었고, 사건 하나를 처리하는 데 평균 76일이 걸렸습니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청구세액이 10억원 미만이어야 합니다. 여기에 개인·비영리법인이거나, 사업자인 개인·영리법인의 경우에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조에서 정한 중소기업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직접 방문이 어렵다면? '전자심판'
심판청구는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전체 처리 기간을 좌우합니다. 이에 심판원은 ③'전자심판', 인터넷(심판원 홈페이지)을 통한 직접 접수를 권하고 있는데요. 심판원 관계자는 "세무서를 거치면 사건이 심판원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2주일이 더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시간 단축에 전자심판이 유용한 선택지가 된 셈입니다.
전자심판 제도가 도입된 건 2019년 7월부터입니다. 이 제도로 심판청구서뿐 아니라 항변서, 각종 증거자료까지 종이 서류 없이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총 4341건이 인터넷을 통해 접수돼 전체 사건(1만3356건)의 32%를 차지했습니다. 전자심판 접수 건수는 2019년 1188건에서 2020년 3037건, 2021년 3214건, 2022년 3235건, 2023년 3842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심판원 관계자는 "3가지 제도 외에도 의견진술을 할 수 있는데, 이 제도가 심판청구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의견진술 제도는 청구인 10명 중 4명(44.1%)만이 활용하고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