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보다 홍보가 더 힘들어요
요즘 세무대리인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국세청과 관세청 등 과세기관뿐 아니라, 세무대리 업계에서도 홍보는 지상 최대 과제다. 정부기관의 홍보는 국민들에게 정책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세무대리인의 홍보는 자신을 대중에게 알리고 고객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활용하는 홍보 창구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스레드(Threads), 틱톡, 블로그 등 다양하다. 세무대리인들은 전문가답게 절세 노하우나 팁 등 자신의 전문성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로 홍보하고 있다. 일부 세무대리인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올린다.
하지만 결과는 냉혹하다. 조회수가 10~20회에 머무르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지인이 아니면 노출조차 되지 않는 게시물도 많다. 검색창에 상속세, 증여세, 절세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만 상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까. 최근 세무업계의 홍보 트렌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유튜브·블로그·SNS 등…세무대리인의 선택은?
세무대리인을 비롯한 전문직 종사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방송이다.
과거에는 공중파 방송이 전문가들의 주요 홍보 수단이었지만, 요즘은 유튜브 같은 개인 방송이 인기를 끌며 공중파 방송 출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많은 세무대리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개인 방송을 하지만,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채널은 소수에 불과하다. 세무업계 유튜버 중에서는 '세금 아는 형(국세청 아는 형)' 채널로 유명한 염지훈 가현세무법인 삼성지점 세무사가 구독자 29만명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역시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시들해졌지만, 세무대리인 입장에서는 놓을 수 없는 주요 홍보 수단이다.
상속세나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주요 세무 이슈가 있을 만한 중장년층의 경우 아직까지도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서 세무사무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무업계 블로거 중에서는 부동산 양도세 절세로 유명한 필명 '미네르바 올빼미'(김호영 세무법인 화담 대표세무사)가 1위로 꼽힌다. 김 세무사의 블로그 이웃은 10만명을 넘어섰으며, 그의 강의는 유료임에도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SNS 중에서는 시각 중심의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김소은 에이블세무회계 대표세무사는 팔로워 5만7000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무사가 알려주는 세무사 뽕 뽑는 법' 게시물은 좋아요 5600개를 넘겼다. '세금살롱' 콘텐츠로 주목받은 최희유 청아세무회계 대표세무사는 팔로워 1만9000명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런 성공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한국세무사회는 미디어홍보위원회를 운영하며 세무사들에게 방송 출연 요령과 SNS 활용법 등을 교육·지원하고 있다.
김철훈 한국세무사회 미디어홍보위원장은 "MZ 세무사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스레드 활동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스레드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지 않더라도, 150자 정도의 글만 쓰면 게시물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품이 적게 들어 세무사들이 선호한다"며 "과거에는 책 출간이 대표적인 홍보 수단이었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요새는 책을 출간하려는 세무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에는 PD를 고용해 PD가 궁금해하는 콘텐츠를 위주로 촬영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일반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PD가 궁금한 것을 콘텐츠로 만들어야 호응을 얻을 수 있다"며 "SNS도 그냥 게시물을 올리면 알고리즘을 타기 어렵기 때문에, 세무사회 미디어홍보위원회에서 이런 노하우까지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홍보는 수단…'네트워킹'이 중요한 이유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급증해 구독자가 늘어나고,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개수가 늘어나면 그걸로 홍보는 끝난 걸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관심이 실제로 고객과의 업무로 어떻게 연결되는냐다. 지금도 유튜브와 SNS에는 절세·증여·양도세 관련 영상이 넘쳐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전문성과 신뢰로 고객의 마음을 얻느냐가 관건이다.
염 세무사의 경우 유튜브 댓글에 상담문의가 있으면 반드시 일정 시간 이내에 회신을 하는 원칙을 가지고 고객응대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에만 매달려 고객응대를 소홀히 한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세무사(미네르바 올빼미)는 블로그를 상담 창구이자 강연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홍보에 성공한 세무대리인들은 대부분 SNS를 단순히 정보를 노출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강연이나 방송 등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데 활용한다.
신규 세무사를 대상으로 영업마케팅 강의를 하는 구은우 유원세무회계컨설팅 역삼지점 대표세무사는 홍보의 본질은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세무사는 "개업 초기에는 온라인 홍보도 해보고, 개업 기사를 써주겠다는 언론사에 응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사업자가 모이는 네트워킹 모임에 꾸준히 참여해 얼굴을 알리고 신뢰를 쌓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또 "많은 세무사들이 인스타그램에 정보성 게시물을 올리지만 차별성이 없다. 오프라인에서 관계를 만든 뒤, SNS는 나의 활동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은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에게 전문성을 계속 증명하는 창구다. 온라인은 결국 신뢰를 이어가기 위한 후속 무대"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