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세금 행정의 핵심은 법 집행이 아니라 신뢰라는 사실을, 이들이 누구보다 먼저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스스로를 드러내는 '설명 행정'이 필요해진 시대. 이제 이들은 더 이상 숨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국민 앞에 서기 시작했다. 이들의 홍보는 어떤 모습일까? 주요 세금 관련 기관의 홍보 현장을 들여다봤다.

지난 2월, 국세청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 고액의 현금거래가 많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사업체들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를 발표했다. 탈세 적발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보도자료 제목이 달랐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패러디해 '스드메의 문단속'이라 붙인 것이다. 이 자료는 해당 애니메이션의 원작자까지 SNS에 공유할 만큼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팬심만 가지고는 아무 데도 못 간다(티켓 암표 세무조사)'처럼 일상 언어를 활용한 보도자료를 내며 이례적인 말투를 이어가고 있다. 딱딱한 세무 주제를 쉽고 친근하게 풀어내려는 시도라는 게 국세청 내부 목소리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곳이 국세청의 입이자 귀 역할을 하는 대변인실이다.
국세청 홍보의 비밀, 답은 '사람'이었다
#. 새벽 5시 30분쯤이면, 대변인실 불이 켜진다. 국세청에서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부서다. 대변인실에 소속된 12명(3개팀)은 전국 지면·방송을 훑으며 국세 관련 보도의 사실관계를 체크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세정 신뢰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업무 분장을 하자면 1팀은 지면, 2팀은 방송, 3팀은 인터넷 언론사를 대응한다. 이때 사실과 다른 보도는 담당 기자와 1차 통화로 바로잡고, 필요하면 직접 찾아가 조정한다. 저녁 7시 30분에서 8시, 신문 가판(초판신문) 마감에 맞춰 마지막 확인 전화를 돌린 뒤에야 불을 끈다. 국세청 대변인실 하루는 그렇게 가장 먼저 시작해 가장 늦게 끝난다.
국세청에는 유튜브, 공식 홈페이지 등 다양한 소통 창구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수단은 언론이다. 한 번의 기사로 수백만 명에게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기자 개인을 곧 언론으로 여긴다. 이에 대변인실의 업무도 '사람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세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정책홍보를 하고 싶더라도, 기자들이 모든 국세행정에 관심이 가질 수는 없다"며 "평소 진솔한 대화를 하면서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와 달리 본청과 서울지방국세청이 담당 언론사를 지정(각 국·실별 2~3곳)해 관리하는 독특한 언론 대응 시스템도 갖고 있다. 오보가 확산했을 때 대변인실 단독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만큼, 하나의 정책을 여러 창구에서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내부에서는 "전 부처 중 언론 대응 관리는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나오는 이유다.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나오면 어떤 기분인가?" 국세청 대변인실이나 담당 부서 관계자들에게 가장 뼈아픈 질문이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열 가지 중 아홉 가지는 순기능이고 한 가지만 역기능인 사안을 두고, 그 한 가지만 부각할 때 가장 아쉽다"며 "역기능을 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올바른 정책을 알리기 위해 순기능도 함께 담아달라고 말을 한다"고 했다.

신뢰 쌓기 위한 다음 과제는
물론 대변인실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건 아니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고쳐야 할 점도 분명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
한 관계자는 "홍보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인 만큼, 좋은 점만 부각하기보다 개선할 부분도 솔직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금 행정은 용어가 낯설고 복잡해 국민이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숙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언어를 쉽게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 건 알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게 더 쉽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납세자 중심 행정을 강조하는 요즘 국세청에는 어울리지 않는 관행도 있다. 대표적인 게 '국세청장 인터뷰 부재'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현직 국세청장이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없다. 내부에서는 "사정기관(검찰·경찰·국정원)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국세청은 단속 기관이자 동시에 납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기관이기도 하다. 정책 방향이나 세정 철학을 직접 설명하는 모습이 국민과의 신뢰를 쌓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임광현 국세청장이 개인 SNS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비록 공식 인터뷰는 아니지만, 국세청이 국민 앞에서 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변화의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