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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장의 SNS' 소통 혁신일까, 정치 신호일까

  • 2025.10.30(목) 08:40

과거만 하더라도 정부 관료들의 유일한 대국민 창구는 언론(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생기며 언론의 필터를 거치지 않는 직접 소통의 요구가 강해졌죠. 대통령이 회의하는 사진, 국무총리가 시민과 대화하는 모습 등을 올린다면 '정부 정책이 공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일 겁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당 정치인 출신 첫 국세청장도 SNS를 켰습니다. 취임 전날인 7월 22일을 시작으로 현재 10여개의 게시물이 페이스북에 올라왔습니다. 납세자 중심 세정, 현장 소통 같은 메시지가 주를 이루죠.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7월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출처: 국세청]

국세청장인데 왜 SNS를?…관행 깬 행보

국세청은 전통적으로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강했습니다. 세무조사, 징세라는 업무 특성상 말보다는 행정으로 평가받는 기관이죠. 이런 영향인지, 국세청장의 공식 메시지도 대부분 보도자료나 브리핑을 통해 나갔습니다.

국세청장이 직접 SNS 계정을 연 건, 역대 처음 있는 일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민께 인정받는 국세청'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은 강민수 전 국세청장도 SNS를 통한 직접 소통은 없었죠. 

그렇다면 현 임광현 국세청장은 왜 SNS를 통한 행보를 보일까요. 

전직 국세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국세청장의 SNS 소통은 크게 3가지 장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①먼저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바뀌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국세청은 민감한 업무가 많다 보니, 외부와의 접촉 자체를 리스크로 여기는 보수적인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조직입니다. 국세청 출신 한 세무사는 "청장이 직접 SNS를 개설했다는 건 납세자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②둘째는 국세행정의 복잡한 내용을 쉽게 풀어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티몬 입점 판매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10월 2일 오후 6시. 임 청장은 페이스북에 이와 관련된 글을 게재했는데, 같은 날 12시에 발표된 국세청의 보도자료 문체와는 확연히 달랐죠. SNS에는 국세청이 환급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는 글에 더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국민들', '사회적 약자' 등 국민 감정선에 맞춘 언어도 곳곳에 보였습니다.

③국세청 이미지를 쇄신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국세청은 납세자에게 '공포의 기관'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세무조사라는 말만 들어도 긴장할 만큼, 국세청은 존재는 언제나 부담스럽죠. 이를 보여주듯, 국세청의 청렴도는 3등급의 보통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형 세무법인의 대표는 "이번 청장은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며 "SNS 소통으로 국세청이 단순히 세금만 걷는 기관이 아닌, 대국민 서비스 기관으로 바뀌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출처: 임광현 국세청장 페이스북 화면 캡쳐]

SNS 행보는 '양날의 검'

현재 국세청 내 청장의 SNS를 전담·관리를 맡은 부서는 따로 없습니다. 게시 주제부터 문장 하나하나까지, 모두 임 청장이 직접 작성한다고 합니다. 정책 소통 차원에서 보면 반길 일입니다. 관료 조직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 대신, 납세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로 읽히기 때문이죠. 대중 인지도와 친숙도를 높이는 데 SNS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습니다.

다만 정치권 출신이라는 이력 탓에, 이런 행보가 '정책 소통이냐, 정치 행보냐'는 엇갈린 시선도 나옵니다. 청장 개인의 소통 의지로 볼 수 있지만, 그가 SNS에서 발신하는 메시지 하나하나가 정책 설명을 넘어 정치적 신호로 읽히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내달 초 국세청 간부급이 단체로 등산을 가는 장소가 하필 임 청장의 고향인 충남 홍성으로 알려지면서, 국세청 밖에서는 "정치적 본능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옵니다. 

결국 임 청장의 SNS 행보는 소통 혁신과 정치적 해석 사이의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국세청이 과거의 권위적 이미지를 벗고 변화의 신호를 보냈다는 점입니다. 이런 변화가 국민과의 소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정치적 행보로 비춰질지는 임 청장이 어떤 메시지를 쌓아 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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