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회계 분야의 인공지능(AI) 도입을 둘러싼 논쟁은 우려와 불가피성으로 갈린다. 핵심은 AI가 세무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대리인으로 갈 것인지, 판단을 보조하는 비서로 남을 것인지다.
이 논쟁이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세금 신고·환급을 전면에 내세운 세무 플랫폼의 확장이 있다. 플랫폼의 역할이 커질수록 세무사 역할과의 경계에 대한 문제가 생겼고, 최근에는 그 해결책으로 세무사법 개정과 국세행정포럼에서의 민간 플랫폼 규제 논의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더존비즈온이 10일 공개한 세법도우미 '엑스퍼트원(Expert1)'은 그에 대한 답을 '대체'가 아닌 '도우미'라는 개념으로 명확히 했다. 엑스퍼트원은 정답을 대신 말하기보다는 먼저 문제의 의도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선택지와 리스크를 구조화한 뒤, 마지막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세무사의 역할로 남기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날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는 기업 회계·재무 담당자 및 경영관리 책임자, IT와 AI 기반 비즈니스 혁신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더존비즈온의 '원 AI(ONE AI) Preview 2026' 컨퍼런스가 열렸다. 행사 시간이 임박하자 입장 QR을 태그하기 위한 참가자 줄이 길게 늘어섰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부스에서는 더존비즈온의 ONE AI와 엑스퍼트원 시연을 직접 경험하기 위한 사람들이 북적였다.
행사는 지용구 더존비즈온 성장전략부문 대표의 기조연설로 시작했다. 지 대표는 "2026년의 AI는 복합적인 문제를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사내 시스템을 능숙하게 다루며 여러분과 협업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이것을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새로운 동료, 즉 '에이전틱 AI(Agentic AI)'라고 부르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기업이 AI를 활용함으로써 얻게 될 가장 큰 효과에 대해 "전문적인 영역의 간극을 AI가 채워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 잘하는 직원은 AI를 써서 본인이 맡은 일 앞에서 일어난 일과 뒤에서 일어날 일을 아는 직원"이라며 "전문가가 전문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AI로 문서관리, 요약, 생성 등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무사의 새로운 동료가 될 세법 도우미 엑스퍼트원은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작동한다는 것일까.
세무 실무를 하다 보면 가장 큰 어려움은 정확한 기준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말정산 과정에서 특정 항목이 공제 대상인지, 세액공제나 감면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명확한 근거 조항과 요건을 확인하는 데만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는 판례나 예규를 찾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AI에 물어도 답변이 정확한 것인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엑스퍼트원은 바로 그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세법 특화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양정환 더존비즈온 책임연구원은 "세무 전문 회사로서 시장이 원하는 '세무 전문 에이전트'를 AI로 구현하는 것이 이번 개발의 출발점이었다"며 "연말정산 기간에 세무사들이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세법 특화 에이전트인 세법도우미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범용 AI나 웹 검색은 과거에 학습된 지식이나 2차 해설에 기대기 쉽고, 그 때문에 최신 법 적용에서 오류가 생긴다"며 "법령 원문 자체를 연결해 최신 기준으로 답할 수 있는 구조를 새로 짰다"고 말했다.
시연은 실제 연말정산 현장에서 나올 법한 질문으로 진행했다. 엑스퍼트원에 '재택근무자에게 월 5만원씩 재택근무 수당을 주고 있는데, 이 수당이 비과세인지 근로소득 과세 대상인지 궁금하다'고 묻자, 곧바로 관련 법령을 탐색해 답변을 생성했다. 엑스퍼트원은 결론을 먼저 제시하는 대신 소득세법의 비과세 조항부터 시행령까지 이어지는 법 체계를 따라가며 근거를 정리했다.
소득세법 제12조만 보면 비과세 요건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식으로 규정돼 있어 실제 비과세 항목을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엑스퍼트원은 그러자 본법에서 시행령으로 자동 연결해 세부 요건을 확인한 뒤, 질문의 맥락에 맞는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실무자가 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해석례나 판례 같은 자료도 함께 제시했다.
다만 양 연구원은 "엑스퍼트원의 결과가 100% 정답인 것은 아니고, 세무사가 한 번 더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엑스퍼트원의 역할이 대리 업무가 아니라 도우미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대신 '의견서 작성'이나 '고객용 문서 만들기' 등 엑스퍼트원의 답변을 실무 문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기능을 포함했다. AI가 자동 정리한 문서를 전문가가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을 최종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양 연구원은 "세무사와 회계사가 반복 업무를 덜고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엑스퍼트원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 대표는 엑스퍼트원이 바로 '버티컬 AI'라고 설명했다. 범용 AI가 넓은 질문에 두루 답하는 수평형 지능이라면, 엑스퍼트원은 세법이라는 특정 영역을 깊게 파고들도록 설계한 수직형 지능이다.
지 대표는 "엑스퍼트원은 세무사의 판단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 찾기나 문서 초안 작성처럼 시간이 많이 드는 부분을 맡는다"며 "전문가가 최종 판단과 책임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